• "노조사무실 폐쇄, 몸으로 막는 수 말고 없다"
    By tathata
        2006년 09월 20일 06:2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오는 22일 행자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을 이틀 앞두고 단식 중인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권 위원장은 지난 12일부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해 21일로 단식 10째를 맞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용섭 행자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정대집행에 맞서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은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집행으로 공무원노조와 해당 지자체와의 물리적 충돌도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권 위원장은 “행정대집행을 온몸으로 저지하는 것 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며 “공무원노조 또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실천이 보여주듯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조합원 탈퇴와 합법노조 전환 증가에 대해 “모두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공무원노조 본부에 노조 탈퇴서가 접수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또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 공무원노조연맹 등 일부 노조가 최근 합법노조로 전환해 대정부 교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현행법은 교섭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공무원노조에게는 혹독한 시절인 것 같다. 단식 9일째를 맞고 있는데, 건강은 어떠한가.

       
    ▲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
     

     

    =조합원의 격려와 지지로 아직까지는 괜찮다. 몸무게가 6kg 정도 빠졌지만, 공식적인 일정은 여전히 소화하고 있다.

    -행자부가 오는 22일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 지난 8월 31일 경남도청이 노조 사무실을 강제폐쇄 했고, 그 이전에 경기도청이 노조 사무실을 용접으로 때워서 문을 닫았다. 이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공무원노조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도지사의 도정수행에 ‘걸림돌’로 작용하자, 행자부 지침을 따랐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지부는 단체장과 의논하고 협의하며 상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지자체의 실정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곳일수록, 해당 기관은 행자부 지침을 빙자해 보복성 탄압을 하고 있다. 

    단체장의 정실 · 보은인사, 뇌물수수, 예산낭비를 폭로하고,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 탄압으로 맞선다. 아직은 사무실 폐쇄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지자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경남과 부산의 일부 지자체 그리고 강원도 원주시청이 폐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공무원노조를 왜 탄압하는지 진짜 모르겠다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공무원노조를 탄압한다고 보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치적인 측면도 크다고 보는데.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저렇게 할 이유가 없는데…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위직 공무원이 노조를 결성하자 자기네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보는, 노조에 대한 인식관의 부재가 원인일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03년 3월에 결성됐으나, 한번도 정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가진 적이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책임자가 공무원노조를 대화 상대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는 순간 불법단체를 인정한다고 여기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불법단체의 장관이고 수장이 아닌가.

    공무원노조의 규약상 가입대상 공무원이 35만명이고, 가입된 조합원만 해도 14만명이다. 공무원의 대표조직은 공무원노조를 탄압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정부가 탄압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압박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행정대집행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막을 것인가.

    =끝까지 몸으로 저지한다. 부당한 공권력에는 몸으로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 지부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을 지시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내일(21일)이 돼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전현직 임원들이 전국을 돌면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조직화하고 있다. 

    합법노조들, 창구단일화도 잘 안 될 것

    -최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한국노총 산하의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합법노조로 전환하여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이들 노조는 대정부교섭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성실교섭’을 한다는 방침이다.

    = (합법노조로 전환한 이들은) 정도(正道)가 아닌 방법을 쓰고 있다. 공무원노조법상 단체행동권이 금지되고, 교섭대상도 법령 · 예산 · 정책적 결정사항은 아니라고 못박은 것을 수용하고 그들은 들어갔다. 임금인상과 정년 평준화 등을 운운하며 교섭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며 자가당착이다. 현행법으서는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공노총과 공무원연맹은 가입직종 · 지역 · 부처별로 나눠져 조직의 편차가 심하다. (공무원노조특별법은 교원노조법과 마찬가지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 행자부가 이들 노조에게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아마 창구단일화를 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다.

    전교조도 한교조와 창구단일화를 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창구단일화에 장시일이 걸릴 것이고, 예산 조례 인사 회계에 대해 어느 것 하나 교섭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교섭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노조라기보다는 친목회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노조가 요구해도 예산이 없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나 행자부 보고에 의하면 공무원노조 조합원 2만2천여명이 탈퇴하고, 지부 가운데 상당수가 합법노조로 전환했다고 발표되고 있다. 사실인가.

    =언론도 행자부도 보고 모두가 왜곡과 과정으로 일색 돼 있다. 평소 활동이 미흡하거나 전혀 활동이 없는 ‘사고 지부’가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사무실을 폐쇄한 지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공무원노조 본부에 직접 노조 탈퇴서를 제출한 지부는 현재까지 없다. 조합비 납부률도 3개월이 지나야 파악할 수 있는데, 언론과 행자부가 공무원노조도 모르는 사항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합법노조로 전환한 지부는 기존 공무원노조가 있는 가운데 총무과와 자치행정과 직원들이 별도로 노조를 만들어 복수노조가 된 사례가 있을 따름이다.

    -정부가 탄압의 수위를 높일수록, 노조 탈퇴와 합법노조 전환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신분을 이용한 직접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 심지어 전담반을 구성해 상급자를 지정하여 조합원을 회유 압박하고 있다.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도 모자라 집으로 서한문을 보내 조합원 탈퇴를 독촉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공무원노조 활동에서도 나타나듯,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되었다. 탄압으로 노조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조직을 와해하고 무력화시키기에는 터무니없는 행위일 뿐이다.

    전국의 활동가와 간부가 끈기를 가지고 조합원을 설득하고 교육, 선전하다면,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는 승리할 것임을 확신했다. 전교조와 전노협의 사례에서 보듯이 8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실천에서 보듯이 역사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뒷받침할 것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