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김정진과의 대화
진보정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는?
[인터뷰-서문] 김정진 전 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전 정의정책연구소장
    2020년 05월 20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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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경 사법연수원과 군대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처음 나온 김정진 변호사가 찾은 곳은 민주노동당이었다. 그곳에서는 그는 정책부장을 맡으면서 진보정당과의 오랜 인연을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초까지 정의당의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20여년의 진보정당의 내면들, 정책 담당자를 넘어서 진보정당의 리더들과 활동가들, 당원들의 고민과 활동, 그 애환의 역사를 들었다. 이 인터뷰 자체가 진보정당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질 의미 있는 사료라는 생각이다. 3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한 김정진 변호사와 원시 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녹취록만 A4 용지로 50페이지가 넘는다. 원시님의 인터뷰 연재 서문 격인 이번 글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1~4부로 나눠서 게재한다. 진보정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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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의 시간을 담은 김정진 변호사의 모습

진보정당 1호 변호사 김정진, 18년 그의 희로애락을 듣다. 그가 아흔 아홉 번 좌절하고 한번 성공할까 말까 한 18년간 오딧세이, 그 여정 속에 결정체로 남은 희망의 씨앗은 무엇인가? 김정진은 진보정당에게 한 번의 기회는 더 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정의당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염려한다. 이 말 속에 담긴 그의 고뇌는 무엇인가?

3시간 인터뷰 동안, 그 후 대화를 녹취하는 동안, 일관된 주제는, 바로 ‘진보정당 지도자 자격조건들’이었다. 김정진 18년, 진보정당 지도자 리더십의 결함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계에서 가장 학습시간이 긴 나라, 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나라, 교육열에 비해 노동 천시와 직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에서 ‘노동의 존귀함’을 정치철학으로 삼는 진보정당이 왜 전진하지 못하고 뒷걸음치고 있는가? 김정진은 그 이유를 당 대표급 인사들의 철학의 빈곤과 정책 추진력과 의지 부족, 당내 토론 실종, 1인 권력 독점 체제와 관행에서 찾았다.

김정진은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과 군복무를 마치고, 2001년 민주노동당에 ‘양산박’ 의병으로 자원,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월급 60만원으로 첫 직장을 시작했다. 단짝으로 알려졌던 고 이재영 정책실장도 당시 0석 의원 보유 민주노동당에 자원한 그에 대해 ‘심드렁’ 했다 한다.

김정진은 인터뷰에서 2020년 진보정당 리더십까지, 지난 20년간 고질적인 정치적 약점으로 당 대표급 정치인들의 일관된 철학의 부재를 꼽았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한국정치사에 재분배의 주제인 ‘세금 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리버럴 민주당과 보수 한나라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정진은 ‘부유세’ 정책 담당자였다.

‘서민에게 복지를, 부자에게 부유세를’이라는 주제는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 서유럽 복지국가 체제의 공통분모 구호였다. 60년이 지나 이것을 비로소, 2002년~2004년에 와서야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다.

그러나 2004년 10석 국회의원을 배출한 민주노동당은 ‘부유세’를 법률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한나라당의 반대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겁 먹고 자진 철수해버렸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토지 공개념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황우석 난자 불법 채취사건에도 우익 애국주의자들의 항의가 두려워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다고 김정진은 회상한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조국 임명 반대’를 못한 이유도 과거 민주노동당 지도부 오류의 답습과 연장선이라고 김정진은 단호하게 진단했다.

진보정당의 이러한 리더십을 김정진은 ‘원로원 회의’로 명명했고,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태도가 아니라 ‘관리형’ 지도자라고 지적했다. 따끔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의당의 대표단 구성에서, 토론과 이의 제기 문화가 실종된 것은 민주당 최고위원회보다 더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진에 따르면, 2020년 정의당 비례대표 당내 선거는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선거부터 누적된 문제가 증폭되어 폭발한 것에 불과하다. 독일식 지역비례 혼합형 (MMP) 연동형을 목표로 하는 민주노동당, 정의당 둘 다, 그 선거방식의 핵심인 ‘다원주의 가치’ ‘다당제 정신’을 당내 선거에서 구현하지 못하면서, 당 바깥으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도 연동형을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당내 경선은 정치기획사와 인기투표장으로 전락했고, 정의당의 이념, 가치, 정책을 대변할 대표를 뽑지 못했다고 그는 격정적으로 비판했다. 더군다나 5천만원 기탁금 제도는 금권정치 조장에 가까울 정도로 비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제도인 지역국회의원 후보 1500만원, 비례대표후보 500만원 기탁금 제도도 ‘위헌’이나 다름없는데, 정의당이 기탁금 5천만원을 걷는 것은 진보정당의 존재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정당 간 정책 TV 토론회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은 강상구, 김종철 후보가 후순위를 받은 것은, 당 전체가 한번 뒤돌아볼 심각한 주제라고 김정진은 말했다. 당 운영에서 민주성, 도덕적 해이, 사기 저하 등 20년간 누적된 진보정당의 문제점들이 드라마처럼 폭발한 비례대표 경선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김정진 변호사는 18년 넘게 진보정당에서 일했다. 부모님, 지인, 친구들 다 반대에도 첫 직장을 민주노동당으로 삼았던 그에게 정치적 희망이란 무엇이었고, 무엇이고, 무엇일까?

그에게 희로애락 사건들을 물었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민주노동당사로 밤늦게 걸려온 한 늙은 시민의 전화를 받을 때였다. 노회찬, 권영길 TV 토론회를 보고, 50~60대 시민이 ‘우리들 마음을 속시원하게 이야기해줬다’고 감사의 전화를 했을 때, 김정진은 가장 기뻤다고 했다. 그야말로 민중을 대변하는 당에서 자기가 일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진보정당, 정의당이 전진하지 못한 이유를, 누구를 대변하는지 그 푯대와 방향을 명료하게 못했기 때문이라고 김정진은 지적했다. 정의당이 대변해야 할 사람들은 노회찬의 6411번 버스 노동자들과 같은 사람들이고, 그것을 제1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막스 베버의 ‘책임 정치’만 강조하고 누굴 대변하는 것인지를 망각해버렸다고, 최장집 교수의 폐해를 김정진은 심각하게 우려했다.

김정진은 정의당이 다시 한 번 노동자와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야전 사령관’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자본주의 체제, 국가체제, 법률 제도 등이 코로나 19 위기 이후 다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정의당 철학과 이념에 근거한 정치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장형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정진 변호사의 솔직한 심경, 그와 나눈 대화를 직접 들어보자. 진보정당의 새로운 출발선이 어디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

김정진 변호사 (전 정의당 정책연구소장, 전 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인터뷰 날짜 : 2020년 5월 11일 월요일 오후 8시
대화 및 질문자: 원시

필자소개
정의당 평당원. 레디앙 국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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