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수 '소모적 논쟁 지양,
    과거 오류 잘못 극복해야'
    윤미향 "보수진영 정치공세, 정대협 활동 훼손, 목소리 제약하려는 것"
        2020년 05월 13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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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성과를 폄훼하는 등의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며, 지난 정의연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3일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저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 해결를 위하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그 이후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 많은 활동을 함께 해왔다. 그간 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전 인류가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과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은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직접 당사자인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 활동에 대해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해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하여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합의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오직 우리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의 이날 입장문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자체에 대한 비난을 경계하면서도,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에 대해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논란 이후 처음 개최된 수요집회 모습과 이용수 할머니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며 수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후 보수언론들은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 갔고, 윤 당선인과 정의연 측은 “친일세력의 공격”이라며 세간의 의혹들을 강하게 부정했다.

    정의연 측은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기부금 사용내역에 대해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열린 수요시위에서 “정의연에서는 개인적 자금횡령이나 불법유용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부실회계 의혹에 관해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매번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다만 국세청 시스템 공시 입력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바로잡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투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한 정면 대응을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기부금 사용내역에 대해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30년 활동 훼손, 내 목소리에 제약을 가하려는 의도”

    한편 윤미향 당선인은 이번 논란이 자신을 향한 보수진영의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입장문을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 30년 간 목소리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국회의원 당선자인 제 목소리에 제약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의연 회계 문제와 관련해 “재정 부분에 있어서 사무적인 오류는 명확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민사회단체는 다른 회사나 기업처럼 총무부, 회계부에 여러 명이 있는 게 아니라 단 한 명의 실무자가 회계를 정리한다”고 해명했다. 회계 인력이 부족해 발생한 실수라는 뜻으로 읽힌다.

    윤 당선인은 2015 한일합의에 대해서도 사전에 합의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정치권에 대한 할머니의 시선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하기 전에 이 할머니와 사전에 협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에 비례를 선정하는 과정이 너무나 숨 가빠서 신청하기 전에 할머니와 의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례를 신청한 후에 할머니께 ‘급박한 상황이 있어서 제가 신청을 했다’고 했을 때 이 할머니가 ‘그래. 잘했다’고 굉장히 지지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제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이용수 할머니가 저를 지지해 주셨습니다’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할머니가 다른 분들을 통해 듣고 전화를 해서 ‘해결하고 가라. 죽을 때까지 이건 해결해야지 어디로 가냐’고 했다”며 “상실감, 서운함 때문에 제가 아무리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간다’고 이야기를 해도 못 받아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당과 합당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 내에선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정의연이 회계 문제에 관해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 언론에 의한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공격과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며 “윤미향 당선자를 비롯한 정의기억연대에 흠집을 낼 때 웃고 있는 이들은 일본군의 성노예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해온 일본 정부와 친일세력, 적폐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문제와 관련해 윤미향 당선인의 책임 여부를 물을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건 회계의 불투명성이 운동의 진정성을 흔들 수가 있다. 우리 사회는 어디든 회계의 불투명성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기업, 혹은 시민사회단체 심지어는 동네 조기축구회까지도 총무와 회장이 다 책임지고 이 부분에서 명확하게 다 문서화해서 검증을 다 받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측은 ‘왜 도대체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하냐? 이게 무슨 프레임이냐?’ 이런 식으로 억울해 할 게 아니라 이 부분과 관련해 빨리 털어내야 한다”며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의기억연대의 노력들, 운동의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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