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종속심화로 가는 노정권의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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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14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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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파들을 향해 ‘극단적 선동주의’, ‘정략적 음모’라고 비난하며 작전통제권 환수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밝혔다.

거칠게 싸우는 찬성-반대파, 그들은 공범이다

사실 작전통제권이 평시와 전시로 분리되어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므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작전통제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되어 있는 미군의 재편, 한미연합지휘체계의 재편을 둘러싼 중요한 문제들은 논쟁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작통권 환수 반대파와 찬성파는 거친 말로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쁘지만, 실상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미군의 대중국 군사 견제․봉쇄, 미군재편과 한미동맹 재편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 미칠 영향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는다.

작통권을 둘러싼 논쟁은 그러한 중요한 문제들을 은폐시키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미동맹의 재편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의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환수 반대파와 찬성파는 모두 공범이다.

과거 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면서 동시에 남한의 북침을 억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5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에 걸쳐 미국이 군사지원을 통해 한국의 군대를 장악하였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북 군사행동 옵션을 강화한 미군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등장한 새로운 문제는 미국에 의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문제였다. 북미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 공격 혹은 미국의 유도에 의한 북한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26과 5029 그리고 작계 5030의 내용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002년 10월 불거진 2차 핵 위기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단 한 번도 테이블 밑으로 내린 적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을 만날 때, 그토록 저자세를 취했던 것은 부시로부터 ‘평화적 해결’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통권 환수를 추진하는 세력은 한국이 작통권을 가지게 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에 통제를 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가지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을 제어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그러나 주한미군의 재편과 한미동맹의 재편이라는 맥락을 생각한다면 작통권 환수 자체의 의미는 작다.

작통권 환수 그 자체 의미는 작다

• 미군의 후방 재배치가 대북 군사 행동을 유리하게 해 준다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된 사실이다. 주한 미2사단의 예하부대들이 평택으로 이전할 경우, 이들은 북한의 포병 화력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군은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군사적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택 기지 이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 지난 2004년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부대인 제35방공포여단의 한국 배치 환영식(사진=연합뉴스)

•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한반도 내부로의 미군 전개 및 운용을 보장하고 있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군의 간섭과 제어 없이 자유롭게 부대를 기동, 전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들어오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운용, 전개에 관한 ‘사전 협의권’조차 얻지 못하였다. 그런 마당에 태평양사령부의 주도로 이뤄질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한국이 과연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군이 남한을 드나들어도 협의조차 할 수 없어

• 향후의 ‘군사협조본부’는 한미연합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 군사위원회(MC) 산하에 한미연합사를 대신해 구성될 ‘군사협조본부’는 작전계획, 정보공유, 위기관리, 군사연습, 군수지원, 지휘통제(C4I)를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작전통제의 하드웨어적 혹은 소프트웨어적 기반이라 할 것들이 모두 유지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한미연합사와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의문이다.

• 한미동맹 자체를 바꾸지 않고선 북한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작전통제권을 환수 받는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을 대등한 군사파트너로 보지 않을 것이다. 미군을 한층 자유롭게 하고, 한국을 여전히 치밀한 미군의 지휘․통제망에 결속시키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이 재편된다면 한국은 여전히 대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작전통제권 환수의 명분 하에 추진되는 한국군의 군비증강은 북한으로 하여금 비대칭 전력의 증강을 재촉할 가능성마저 있다.

정부는 ‘참여’를 표방한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안보전략에서 국민 ‘참여’는 없다. 정부는 미국이 야기하는 위협과 북미갈등이 야기하는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공론장에 부친 적이 없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이라는 큰 틀에서 동맹변수와 남북변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평화번영정책)을 포기한 지 오래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한미동맹 재편이 의미하는 바와 그것이 가지는 문제점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를 꺼려왔다.

더욱이 이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의 재편을 수용하고 있는 한국이 과연 미군의 전개와 운용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고자 하는 전략을 지니고 있을지 그 자체가 의문이다.

미국의 동북아 사령부 휘하에 놓일 한국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작통권 환수를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치밀하게 짜인 미군의 지휘․통제망으로 한국군을 밀어 넣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 한국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가치동맹’을 언급하였던 것은 그 전조였다. 정부는 2005년 출범시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반도가 처한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 한미동맹의 공동비전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마쳤다고 하였다.

과연 정부가 어떤 내용에 합의를 하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정부가 미국에 대한 편승을 확고부동한 방침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FTA가 중기적으로 더 큰 실익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등에 올라타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당장 동북아시아 분쟁 연루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의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분명한 우려를 전달하였다.

양안 분쟁 시 주한미군이 출동할 것임은 분명하다. 한미가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문서에서 주한미군의 전개 및 운용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중국 군사기지로 이용될 한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행동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미군의 대중국 군사전초 기지되나?

일부에서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사실이다. 양안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그토록 민감해하는 사람들이 유독 양안분쟁과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그토록 낮춰보는 이유는 석연치 않다. 상황에 따라 자기 편한 기준을 들이대는 꼴이다.

     
▲ 지난 3월30일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에 참가중인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사진=연합뉴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이 동북아 사령부의 휘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군사협조본부’를 협의기구라고 하였다. 하지만 작전계획과 군사연습 나아가 ‘해외 군사협력’을 다루는 기구는 실상 협의가 아닌 결정 기능을 담당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앞으로 구성될 동북아시아 사령부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휘통제하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각기 한국군, 일본군과 협의체계를 갖게 된다. 동북아 사령부가 언제, 어디에 구성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구성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 각 군의 작전 및 운용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해진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를 ‘통합방위’라고 표현하였다. 현재의 연합방위 체제를 더욱 강화시켜 한, 미, 일 각 군을 일체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그러한 동북아시아 사령부는 태평양 사령부의 휘하에 들어간다. 미국의 일각에서는 동아시아 NATO형 다국적 통합사령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바, 이 역시 동북아시아 사령부 설치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방위의 흐름 속에서 한미 간에 당장 무엇이 논의될 것인지는 분명하다. ‘대테러전쟁’의 명분 하에 진행되는 동아시아 군사전개 및 운용에 관한 것이다. 한반도 바깥(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질 미군의 기동 및 전개에 한국이 어떻게 협력하며, 한국군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지난 해 말 한국이 확산방지구상(PSI)에 ‘참관’하기로 미국과 결정한 것은 이와도 관련이 있다.

이렇게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동맹재편에서 한국 정부는 작전통제권 환수만을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주’라고 하고 있다. 자주와 동맹을 대립 관계로 놓는 것은 오류일 수 있지만,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자주’가 아니라 분명 ‘종속 심화’이다.

작전통제권과 군비증강, 그리고 남북관계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이 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면 대북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북 억지력이 무엇이고, 방어충분성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진지하게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까지 하다. 이제부터는 대중적인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러 차례 남북군사력 비교를 근거로 제시하며, 북한 위협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미 그 내용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방부가 추산하는 전력증강 재정 621조원은 북한의 2004년 전체 예산보다 94배나 많은 것이며(한국은행 북한통계 기준), 북한 전체 예산이 매년 20%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해야 총량이 비슷해질 수 있는 액수이다.

경제위기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북한이 달성할 수 없는 아득한 재정을 정부는 군비증강에 쏟아 부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군비 증강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대응을 부를 것이다. 전반적인 경제적 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이른바 ‘전략무기’밖에는 없다. 대포, 탱크, 함정, 전폭기 등에서 도저히 열세를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 미사일 등의 전력으로 이에 대응하려 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체제보장을 얻기 위한 정치군사적 수단이었던 핵과 미사일이 이제는 남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 수단으로 바뀌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개발은 남한과 더불어 미국을 자극할 것이고, 핵과 미사일 문제는 풀릴 수 없는 막다른 길을 재촉할 수도 있다.

자주가 아니라 종속심화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작전통제권 환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작통권 문제는 한미동맹 재편의 흐름과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작통권이라는 자주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그 밑에서는 미국 주도의 통합방위에 깊숙이 편입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의 가능성을 배제하며, 동북아 주변국과의 안보협력을 저해하고 있다.

작통권이라는 애드벌룬은 지금 정부가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하는 일련의 밀실 작업을 은폐하고 있다. 이른바 작통권 환수 반대파는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한미동맹 재편을 은폐하는 이중의 역할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방위의 한국화는 한국이 더 많은 무기와 군사적 노하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고, 미군 주도의 ‘통합방위’의 한 역할을 한국이 담당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두고 자주라고 할 수 없다. 자주가 아니라 종속 심화인 것이다.

2005년 9월 19일 이후 고조되고 있는 북미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에도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급속한 동맹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동맹재편이 끝나갈수록 그 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제라도 새로운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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