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강조 ‘5분 면담’
    “권력형 성범죄자의 전략”
    설훈 "민주당 내 성인지 감수성 문제 있는 건 사실···강력 대처 필요"
        2020년 04월 24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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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을 ‘5분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여성계에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이 또 다시 터지면서 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당내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오거돈 전 시장이 자신의 성폭력 가해 과정을 ‘짧은 면담’,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명백하게 범죄행위의 사소화 패턴”이라며 “‘과오를 짊어지고 가겠다’ 등의 표현도 마치 자기의 잘못에 비해서 과도한 책임을 지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이 면담이 5분간 이뤄졌다는 점을 거론한 것에 대해 “자신이 했던 행위를 굉장히 짧게 축소하려는 시도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들의 전략”이라고 질타했다.

    석 대표는 “면담은 5분이었겠지만 5분이든, 5시간이든 피해자에게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각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에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이런 시간 논리에 휘둘려서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석 대표는 ‘오거돈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는 업무시간에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간 그 이유밖에 없다”며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여성노동자의 일상이 업무상 위력 앞에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언론의 2차 가해 문제도 지적됐다. 석 대표는 “어제 한 언론이 ‘여자 문제’라고 해서 피해자가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여자 문제’라고 규정하는 것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사적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거다.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은 굉장히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 신상정보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가십성 보도, 정치적인 계산, 피해자 비난 같은 것들이 모두 2차 피해 전형적인 유형”이라며 “이런 것들은 성폭력 문제 본질을 흐리는 일이고, 언론은 이 피해자에게 주목하게 하는 보도를 지양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보도로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이 취임 조치부터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는 언행을 해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석 대표는 “취임 초기 회식 자리에 여성 노동자를 양 옆에 앉힌다거나,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논란을 빚은 작가를 부산시 산하기관의 대표이사로 낙점한 적도 있었다”며 “작년 7월에는 여성주간 기념식 행사에 참여한 여성단체 회원들을 ‘꽃이다’, ‘꽃다발이 여기 있는데 꽃다발이 뭐가 필요하겠냐’ 등 지자체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언행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주는 발언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2도시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 공직사회는 침묵했고 부산시와 부산시 공무원 사회는 여러 성희롱, 성폭력 사건들이 발생을 했었다”고 했다.

    석 대표는 “부산시에 성희롱, 성폭력 전담기구를 당장 설치하고 상설 성평등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 성평등 담당관, 성평등 전담부서 신설 등 강력한 성평등 추진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관료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교육해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부산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를 차단하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설훈 “민주당 내 성인지 감수성 문제 있는 건 사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오거돈 전 시장까지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파문이 일자, 민주당 내에선 당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성평등 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권력을 이용해서 약자인 여성을 추행하는 사건은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발본색원이 될지 모르겠지만 안 될 거라고 보는데…어쨌든 강력하게 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받고, 안 받고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 ‘(성폭력이) 별 문제가 아닌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을 시켜야 이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 교육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전 공무원들이 다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이 이 문제에 관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어제 윤호중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부산시정 공백에 관해선 “당의 귀책사유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당이 정치적으로, 어떤 식으로 책임져야 할지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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