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빨리 문닫는 게 사회에 기여
    2006년 09월 13일 08: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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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는 해방 이후 한국에 출현한 조직 중 가장 역동적이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노동당도 훌륭하지만, 아직 정치권력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만 보아도 노사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노사모는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 자신들의 활동을 평가하며, 조직 정리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빨리 문 닫아 주는 게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여다.

여러 회원이 비리에 연루되긴 했지만, 정치인 노무현이 상징하는 민주주의보다 어려웠던 시절 ‘노짱’을 모시고 고생했던 가신이나 유명인을 앞장세웠으니, 이 정도에서 그치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노사모가 해산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노사모는 ‘민심’과 ‘대통령’을 대립시키며, ‘대통령’이 ‘민심’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극구 옹호해왔다. 여기서 정치인 노무현과 노사모의 장점이 사라진다. 언제 노무현이 제도나 권한에 속박되었던가? 그런 식이었다면 노사모는 애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자연인은 탈권위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탈권위라는 것이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므로, 노사모의 ‘신앙’은 탈권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 되고 만다.

     
▲ 지난 2004년 5월 광주를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기다리는 노사모 회원들(사진=연합뉴스)  
 

노사모는 노무현을 권위의 신전에 모셔놓았고, 결국 노무현을 죽인 것은 노사모다. 어떤 식이든 정치인에 대한 사랑은, 미덥지 못한 인민에 대한 증오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지난 몇 년은 노동자․서민의 경제사회적 권리가 한국에서 정치적 의제로 확립된 시기인데, 노사모는 거기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노사모 대표일꾼 노혜경은 재래시장이 어려운 이유를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찾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눈에는 대형 유통자본을 육성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보이지 않고, 대형마트를 찾는 보통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대한 가해자로 둔갑하고 만다. 역시 노무현은 선인이고, 만인은 죄인이다.

이런 오도된 관점도 정치인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는 노사모의 원죄로부터 비롯되었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는 것은 불가피하게 정치권력 중심의 접근과 활동을 낳을 수밖에 없고,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은 뒤로 제쳐진다.

이런 측면에서 노사모는 박정희 향수로 회귀하는 극우집단이나 김대중에 열광하는 향우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사모가 한 일이라곤 민주-반민주 구도를 협박하며 한국 민주주의를 1987년으로 후퇴시킨 것 뿐이다.

노사모가 가장 잘못한 일은 민주주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민주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회의하게 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것을 두고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원래 지기 마련”이라고 자위하는 노사모 간부들은 어쩌면 1987년에도 방구석에서 ‘인터넷 활동’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최근의 정치적 보수화는 40대 386이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는 초유의 행동에 조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들은 거리에서 피흘렸고, 2002년 대통령선거에 열광했지만, 대통령 노무현과 노사모는 그들을 저버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공범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10만 회원이 8천으로 줄어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노사모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비판적이며, 조직적인 세대의 활력을 소진시켰다.

그래서 노사모의 마지막 임무는 사과하고 반성함으로써, 실망하고 환멸하는 사람들이 다시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들이 노사모라는 몰이성적인 그늘에서 벗어나 정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게 하거나 더러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선택할 수 있게 방면하는 것이 노사모에게 남은 최후의 역할이다.

“나는 오래 전에 떠났다”고 변명하지 말라. 당신들 때문에 고통받은 이들을 돌아보라.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떠나,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답하라.

이 글은 시민의 신문(ngotimes.net)에도 함께 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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