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원본 없는 판타지』 외
    2020년 04월 10일 1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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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없는 판타지>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오혜진,박차민정,이화진,정은영 외(지은이),오혜진(기획)/ 후마니타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하루도 쉼 없이 양산되는 페미니즘 논의 속에서, 대중은 일종의 커밍아웃과 아웃팅을 반복함으로써 더 정교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기 정체성(노선)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2018년의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10강,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서울시여성가족재단 공동 주관) 강좌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기반으로 왕성히 활동해 온 작가, 비평가, 연구자가 강사로 참여해, 한국 현대문화사의 변곡점을 페미니스트 시점으로 들춰내고, 페미니즘의 최신 논의들과 접목해 내는 반가운 기획이었다.

『원본 없는 판타지』(부제: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는 강연을 바탕으로 다시 쓰인 10편의 원고와 새롭게 추가된 4편의 글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영화, 미술, 대중잡지, 대중가요, 로맨스소설, 순정만화, TV 드라마, 동인지,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TV 예능, 디지털게임 등 온갖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14편의 빛나는 글을 통해, 당대의 문화적 서사가 지금 이곳의 페미니즘 문화비평에 어떤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는지, 때로 모순되고 상충했던 주체들의 욕망은 각자의 시대적 입지 조건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거나 탈화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모두를 위한’과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페미니즘의 단선적 구호 앞에서 서성이는, 무엇이 혐오이고 무엇이 아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독자에게 그 모든 시끄러운 질문들을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바꿔 보기를 제안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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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지은이)/ 인물과사상사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어온 쇼핑 행위가 정치적 행동주의의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유권자가 투표하듯 소비자가 시장에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구매력으로 투표한다고 보는 것인데, 시장을 정치적 표현의 장(場)으로 간주해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대신 기업에 투표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소셜미디어가 여론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셜미디어의 속성과 부합되는 ‘따로 그러나 같이’라는 슬로건이야말로 ‘쇼핑’과 ‘투표’를 화해시키는 길이 아닐까? ‘정치 정상화’의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 책은 그 어떤 문제와 한계에도 한국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문제의식이 낳은 산물이다. 많은 지식인이 ‘시민의 소비자화’를 개탄하지만, 일부일망정 명분을 내세운 시민이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소비자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다분히 허구적인 ‘시민 우위론’을 내세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오히려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을 앞세워 진보 행세를 하지만 개인적인 삶은 철저히 ‘소비자’ 그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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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

금민(지은이)/ 동아시아

기본소득의 정당성에서부터 기본소득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까지 기본소득 도입 운동의 선구자, 금민의 기본소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합중국에서는 1주일에 660만 명, 2주 간 무려 1,0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팬데믹의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러스를 피해, 다른 사람을 피해 무인도를 사들이고 초호화 유람선을 구입해 황제 같은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난은 전 세계를 함께 덮쳐오지만, 결코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는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앞으로 닥칠 미래를 살짝 앞당겨 보여주었을 뿐이다. AI와 자동화의 보급으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은 앞으로 심화되면 되었지, 결코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경제 재난은 이제 일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지금까지의 체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구호책을 넘어, 지속적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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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야마카와 슈헤이(지은이),김정훈(옮긴이)/ 소명출판

한때 역사나 인권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작가가 제주도로 여행을 와 우연히 근로정신대 희생자의 유족인 ‘김중곤’을 만나며 이후 근로정신대 인권회복 운동과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의 활동을 하는 인권운동가가 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다.

일본 양심적 시민단체의 활약상과 창립배경, 그리고 재판과정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의 증언이 담겨있어 근로정신대에 관한 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실록임에 틀림없다. 일본인이 진심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쓴 에세이이기에 그 누구의 발언보다 호소력이 있을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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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극의 동역학> – 식민지기 연극과 사회, 그리고 문화의 교섭

우수진(지은이)/ 소명출판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중반에 이르는 우리극의 형성과 전개의 과정을 창작극과 번역극, 미디어연극 등을 중심으로 썼다. 근대극의 연구대상은 쓰여진 대본(희곡)에 국한될 수 없고, 창작극 뿐 아니라 번역극까지 포괄되어야 한다. 이 책이 1910년대 재미한인의 연극으로 시작해, 서구의 번역극, 일군의 고학생 드라마에 주목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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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삽화의 예술사> –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소설 삽화

공성수(지은이)/ 소명출판

1912년 최초의 신문연재소설 삽화에서부터 출발해 1940년대 탐정소설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소설과 삽화의 관련성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한국 문학이나 미술에서는 없었던 차별화된 방법론과 도전적인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소설과 삽화, 문학과 미술이 분리되어 서로 요원했던 학제적 고정관념을 허물고,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융합의 예술사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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