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사태 선언 앞둔 아베 총리
    [일본통신] 면마스크, 30만엔, 위기
        2020년 04월 07일 1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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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일본 NHK 집계에 의하면, 4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4,209명(크루즈선 집단 감염 포함)으로 NHK가 전날 집계한 것보다 368명 늘어나 닷새 연속 하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확산 속도가 빠른 도쿄도의 경우, 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18명으로 처음으로 100명대에 진입하더니 5일에는 143명으로 늘어 확산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만간 긴급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일본 내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관련기사를 번역 소개한다.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 기사는 아베 정권의 위기감과 전망을 다루고 있다.(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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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마스크’ 해외에서도 화제. 마스크 배포 발표에 “농담 아냐?”

    <아사히신문 4월3일자>

    ‘아베노마스크’. 코로나19 감염방지 일환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1일 면마스크를 전세대에 두 장씩 배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일본 내 트위터에서 아베노믹스를 비꼰 ‘아베노마스크’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해외 언론에서도 소개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자 인터넷판에서 ‘아베노믹스에서 아베노마스크로, 마스크 배포 방침 조롱받아’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Abenomask」는 「Abe’s Mask(아베 총리의 마스크)」를 의미한다는 설명까지 붙이면서 ‘아베노마스크’가 일본 내 트위터에서 검색어 1위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사진 : 마스크 배포 계획을 풍자한 사진(트위터 갈무리)

    미국 폭스뉴스도 마스크 배포 계획이‘만우절 농담 취급 받는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서 돌고 있는 아베 총리 풍자 사진을 소개하고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아베 총리가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전세대에 면마스크 2장을 배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시판 마스크의 품절사태 해소를 위해 1개월 이상 이전부터 ‘복안’으로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산 규모와 실제 배포 가능성 등에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사태 선언 ‘필요시 결단’ 아베 총리 현 상황에 위기감

    <지지통신 4월2일자>

    아베 신조 총리가 2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긴급사태선언에 대한 우라노 야스토(浦野靖人) 일본유신회 의원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결단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발령 시기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한편, 현재 국내 감염상황이 “조금만 방심해도 급속히 확대된다.(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오라노 의원이 강제조항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특별조치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 아베 총리는 “강제 조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서프라이즈 효과 노린 30만엔 지급, 긴급사태 선언 의식했나?

    <지지통신 4월4일자>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긴급경제대책 중 핵심사항인 현금 지급에 대해서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 감소를 조건으로 ‘가구당 30만엔 (약 34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예상을 뛰어 넘는 금액을 제시한 것은 ‘서프라이즈 효과’에 대한 기대와 긴급사태 선언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국민적 불안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급액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등 각국에서 거론되는 통큰 규모에 견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인‘세대당 20만엔’선에서 검토되어 왔다. 이 보다 50% 증액된 데에는 코비드19 방역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과 이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 회심의 카드로 꺼낸 ‘전가구 면마스크 배포’가 오히려 “마스크보다 현금을” 이라는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관계자는 긴급사태선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총리관저가 금액으로 승부한”것이라고 귀뜸했다.

    사진 : 30만엔 급부 방침을 밝히는 기시다 자민당 정조회장 (니혼테레비 뉴스24 (4월3일))

    금액은 지난 3일 아베 총리와 기시다 자민당 정조회장의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회담 후 기시다 씨는 기자단에 “일정 수준 소득이 감소한 가구를 대상으로 30만엔 지급하는 안을 올렸고 이에 총리가 동의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기시다 씨의 설명대로라면 30만엔은 자신이 건의하고 총리가 이를 추인한 것이 되지만 여당 내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단을 내린 사람은 어디까지나 아베 총리이고, 기시다 씨는 아베 총리가 ‘포스트 아베’로 밀고 있는 사람이기 띄워 준 것일 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도 “기시다 씨를 위하는 총리의 마음”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액 외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문제가 있다. 가구 소득이 얼마나 줄어야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전체적인 계획이 미정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국민을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민당의 한 소장파 의원도 “기대했던 만큼, 자신이 지급대상에서 빠지게 되었을 때 낙담도 클 것”이라며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베 총리, 9년 전에 위기 맞은 ‘간 나오토 총리’와 묘한 공통점

    <지지통신 4월5일자 : 정치평론가 이토 아츠오(伊藤 惇夫) – 자민당 공보담당, 신진당 총무국기획실장, 민주당 사무국장등 역임. 2001년 이후 정치평론가로 활동>

    지금,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불안과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만 놓고 본다면 이번 위기는,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수소폭발로 국가 붕괴마저 우려되던 대참사 이후, 또 다시 겪 게된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 대지진이 연명시킨 간 나오토 정권

    이토록 짧은 기간에 두 번씩이나 ‘악몽’ 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동일본대지진 당시, 간 나오토가 집권 민주당의 총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수소폭발 사고. 왼쪽이 1호기(3월 12일) 오른쪽이 3호기(3월14일)

    그리고 지금은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고 있다. 사실 이 두 정권 모두 위기에 처했다는 것 말고도 보기에 따라 많은 부분이 묘하게 겹친다.

    동일본대지진 직전, 간나오토 정권은 이미 풍전등화였다. 갑작스런 소비세 인상 발표와 총리 자신이 연루된 재일조선인 정치헌금수수 의혹,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어선 충돌사건의 대응 등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내각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간 나오토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퇴진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냈고 결과적으로 간 나오토 정권은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2011년 9월까지 ‘연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간 나오토 정권의 대응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총리가 기회 있을 때 마다 “악몽 같은 민주당정권”이라며 폄훼할 때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간 나오토 정권’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은 어떠한가?

    ◆ 여러 개의 ‘아킬레스건’

    아베 정권은 코로나19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거야 말로‘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한 문제를 그것도 몇 개씩이나 안고 있었다.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은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중의원과 가와이 안리(河井安里) 자민당 참의원 부부 국회의원을 둘러싼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도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총리)관저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인물에 대한 무리한 정년연장 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간나오토 정권만큼은 아니지만 내각 지지율 하락도 멈출 줄 모른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문제가 생겼다. 모리토모학원 문제로 자살한 긴키 재무국의 아카키 토시오(赤木俊夫)씨의 유서와 수기가 최근에 공개되었는데, 만약 코로나 문제가 아니었다면 정권을 무너뜨릴 만한 메가톤급 이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긴키 재무국의 고 아카키씨가 남긴 자필 문서중 일부. A4 7장 분량의 문서에는 “모두 사가와 (佐川) 국장의 지시였다”“미나미(美並) 긴키 재무국장에게 보고했다”는 등 당시 재무성과 긴키 재무국 간부들의 언행에 대해 자세히 담겨있다.

    지금은 코로나와의 싸움이 최우선이지만 머잖아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그 때 이러한 문제들은 언제라도 날카로운 칼이 되어 아베 정권을 향할 수 있다.

    필자소개
    일본 거주 연구자. 현대일본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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