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종지역-항공업계,
    한시적 해고금지 도입해야"
    하청업체부터 이미 정리해고 시작
        2020년 03월 31일 06:4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업계의 가장 밑바닥인 하청업체부터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업계 전반에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영종지역과 항공업을 대상으로 한시적 해고금지를 도입, 확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다수의 항공사, 조업사, 하청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강제연차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권고사직, 희망퇴직, 정리해고까지 통보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걷잡을 수 없는 고용위기 사태가 눈앞에 와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3월 24일 기준 인천공항 이용한 승객은 9,316명으로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인천공항의 평균 이용객 수는 20만 명으로, 95%가량 감소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6일 공항이용객 수에 따른 공항 운영시설의 단계적 축소 운영을 발표했다. 비상운영계획 상의 2단계 조치(부분 셧다운, 일일여객 3천 명~7천 명 기준)가 현실화된다면 공항운영 시설 상당 부분이 폐쇄된다.

    자료=공공운수노조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정리해고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가 항공업을 특별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90%까지 지원하고 있으나, 사용자들이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하청업체에 제한한 해고이지만 향후 인천공항 전체 노동자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KO는 희망퇴직 신청을 공고했고 미신청자를 대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아시아나AH도 전체 직원 중 50%에 희망퇴직을 통보했고,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EK맨파워는 전체 직원 400여 명 중 74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업주는 25~30%의 지출마저도 거부하며 노동자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을 병행하면서 고용유지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지속될 시 인천공항 전체 노동자와 연관 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허점, 사각지대도 노동자들을 해고로 몰아넣고 있다. 현행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휴직 수당을 지급한 후 정부에 신청하는 사후 지급 방식이다.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고용유지를 위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대출이 어렵고,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진 사업주들은 이를 기피하고 무급휴직과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 제도적 허점 역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제도에 따르면 인천공항 내 49개의 업종 모두가 특별고용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또 인천공항 내 용역·하청 업체들은 대부분 300명 이상의 규모라 우선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노조는 “인천공항 전체 사업체,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인천공항의 내부뿐 아니라 인천공항 인근의 연관 산업까지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전반으로 정리해고가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고용유지를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은 항공산업의 고용위기를 예상하고 해고를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업주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선지급하고 사업주에게 해고금지 약속을 받아 무급휴직과 해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선 사용자가 손실 규모에 따라 최대 90%까지 임금을 사전에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이 지원금을 빠르게 지급받도록 하는 게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제도를 신청할 때 사업주는 지원금을 지급 받는 동안 경제적 이유에 따른 해고 절차를 신청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특히 사업주는 이 지원금을 수령한 후 노동자들에게 임금 100%를 지급해야 한다.

    노조는 ▲영종도·항공산업 노동자부터 한시적 해고금지 도입 ▲인천공항-영종지역 고용위기지역 지정 ▲고용유지지원금 선지급 및 해고금지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이미 권고사직과 정리해고가 시작된 영종지역과 항공산업 노동자 전체의 고용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영종도와 항공산업을 시작으로 한시적 해고금지를 전국으로 확산해 나아가는 과감한 조치만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활을 지키고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공 산업 노동자와 지역을 포괄하는 영종지역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