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뿐이고 신뢰 없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이제 그만
[에정칼럼] 형식적인 공론화위와 재검토위의 논의
    2020년 03월 27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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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의제에 대한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 결과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https://www.hlwpolicy.go.kr/). 검토그룹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모두 합의했다고 밝힌 주요 내용을 살펴보니, △영구처분의 필요, △심층처분방식의 여부 검증과 기술개발, △중간저장시설의 필요,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선정위원회 신설 등이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활동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도 2019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재검토위원회도 의견수렴을 위한 공론화는 ‘껍데기’일 뿐, 여전히 알맹이는 ‘부지선정’인 것 같다.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2016년에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 시민사회 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검토하기 위해 재검토위원회가 출범됐다. 폭넓은 논의 중 하나로 전문가 의견수렴을 위해 기술분야와 정책분야로 나눠 TF를 구성했다. 그 중 정책분야 검토그룹에 참여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탈핵신문을 통해 재검토위원회의 참여한 경험을 기고했다(https://nonukesnews.kr/1733).

석광훈 전문위원은 구성된 TF가 전문가 그룹이라고 지칭하였으나 실제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도 낮았으며,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단 몇 차례 진행된 간담회로는 충분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명분 찾기였을 뿐 세부 내용에 대한 재검토가 제대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론화 역시 해외 공론화 사례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며, 진정한 공론화가 되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10일, 전문가 그룹에 속한 11인은 위원회에 위와 같은 문제제기를 함과 동시에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될 공론화 계획 폐기와 위원회 운영 중단을 요구하며 사퇴하였다.

작년말 환경단체와 지역단체의 기자회견 모습(사진=녹색연합)

보고서는 이전의 공론화위원회와 내용상 다를 바가 없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영구처분이 필요하나, 기술 개발을 전망하여 ‘회수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재처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뜻이다. 영구처분의 방법을 결정하기 전까지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간저장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역시 재처리를 염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핵발전소인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수용성을 고려하였다고 했으나, 현재까지의 공론화위원회와 재검토위원회는 사실상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심지어 월성의 맥스터 건설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중간저장시설의 부지선정을 위한 ‘한시적인 별도 기구의 신설’에 있어 부지선정 원칙 중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국민의 신뢰와 수용성 확보’였다. 그런데 과연 국민의 신뢰는커녕 관심도 유도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점입가경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고려할 내용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다. 고려가 아니라, 필수여야 하는 부분인데도 말이다. 재검토위원회의 홈페이지만 보아도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는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는 2014년 정부의 공론화위원회 활동 당시 청소년이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된 것에 문제제기를 하며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에 사업단으로 참여했다. 영국 방폐물관리위원회(CoRWM)의 공론화 논의를 참고하여 13~18세의 청소년 14명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해외의 성공적인 공론화 사례를 베껴왔으나, 가장 큰 차이는 신뢰의 문제에 있다. 영국 방폐물관리위원회도 실패의 경험은 있었으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끝내는 일시적인 조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의 재검토위원회 등의 조직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성의 조직으로 알맹이 없는 위원회이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 운동과 경주 방폐장 건설 과정에서도, 공론화위원회와 재검토위원회도 신뢰받지 못했고, 지역주민의 목소리도 배제되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공론화의 구조를 재구성하여 신뢰를 회복하고, 그로써 ‘지속가능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원칙에 ‘국가 책임’, ‘국민 안전’, ‘국민 신뢰’를 핵심 사항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과 달리 현 재검토위원회와 국가는 책임을 후 세대로 전가하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 그중에서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안전은 고려의 범위에도 없다. 물론 국민 신뢰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미래를 위해 다시 보고 귀 기울여 만들겠습니다”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3월 25일, 전문가 의견수렴 공개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자료실의 보고서 조회수는 95회, 온라인 공개 토론회 자료집의 조회수는 359회였다. 이 저조한 조회수가 바로 현 재검토위원회가 하려는 공론화의 현주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5천만의 국민 중 고작 이 정도가 이 게시물을 확인한 것이다. 10만 년을 책임져야 할 논의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개토론회의 내용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재검토위원회의 활동을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핵발전소는 태연하게 가동되어 대책 없는 핵폐기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고, 처리할 방법은 없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임시저장 시설만을 늘려가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25일에 열린 공개토론회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전문가 그룹도, 그리고 올해로 25세인 필자까지도 핵폐기물의 반감기는커녕 영구처분의 모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핵폐기물을 더이상 발생시키지 않도록 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미 발생시켜온 폐기물에 대해서는 회피하지 않고 모든 세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올해 공론화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현 상황에 있어 껍데기뿐인 공론화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이다. 지금이라도 독립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모두의 논의를 시작하자.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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