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한미FTA 내분 격화…"당직자라 침묵"
    2006년 09월 07일 1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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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협상과 관련해 여권이 내분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양측의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여권 내 협상 비판론자들의 문제제기가 한층 구체화,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태홍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3명은 7일 ‘한미FTA협상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한미FTA 협상 체결 과정에서 대통령의 조약체결권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하고, 국회의 조약체결.비준동의권이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근본문제는 국회가 국민을 대변해 의사표명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협상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하면 정부도 받을 수 없다"는 지난 8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실제 행동으로 공박하고 나선 셈이다.

이들은 또 "정부는 현재 국회 한미FTA특위 소속 의원들에 한해 협상 정보를 일부 공개하고 있지만, 요식적인 수준에서 시간과 인력을 제한하고, 제출된 자료 또한 영문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다. 역시 "대통령이 보고받는 수준에서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청구소송에 서명한 의원들의 면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태홍, 이인영, 정봉주, 유선호, 이경숙, 강창일 의원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은 당내 재야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김근태 의장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특히 이인영 의원은 김 의장의 ‘복심’으로 불린다. 평소 언행이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 의원의 이날 ‘결행’에는 김 의장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 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원내대표가 조배숙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권한쟁의심판에 참여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른 견해를 가진 의원들은 당내 특위나 국회 FTA특위 등을 통해 협상이 제대로 되도록 뒷받침하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도 "심정은 이해하지만 문제제기 방식이 틀렸다"면서 "여당의원이라면 당정청 틀내에서 소리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김 의장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김 의장 측근 그룹도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온파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소장파들은 ‘신중론자’보다는 ‘반대론자’에 가깝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비판에 대해 여당 내 협상 비판론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홍 의원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당청갈등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국민을 보고 행동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청이 잘 했으면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고도 했다. 당 지도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지도부라면 만류하는 게 당연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지도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대론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너무 사랑스럽고, (가고 싶어도) 안 받아줄까봐 못 간다"는 ‘아슬아슬한’ 농담도 던졌다.

한미FTA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3차 협상의 결과가 나오면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3차협상의 결과가 협상 결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김한길 원내대표의 6일 발언대로, 결과물을 놓고 구체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권은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이라는 원칙론 아래 봉합되어 있는데 구체적 결과물에 대한 판단에 들어가면 각자가 생각하는 ‘국익’의 상이함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현재 ‘신중론’으로 찬반 양론을 피해가고 있는 김근태 의장도 구체적인 선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여당의원들과 접촉했다. 많은 분들이 추진속도, 준비, 쟁점에 대한 정부 태도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당직 등을 맡고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 3차 협상에서 쟁점과 미국의 요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7일 발언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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