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2시간 상한제 무력화 위해
    기업들, 곳곳에서 회사 쪼개기(분할)
    정의당 비상구 "단협 승계 거부, 노조 무력화와 노조 파괴 수단으로 활용"
        2020년 03월 10일 08: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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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이 52시간보다 더 근무를 시키려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다른 회사를 만들고, 그쪽으로 인원을 옮기고 있다. 여기는 노조도 없고, 일이 있으면 철야에 주말 근무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을 하기가 힘들다” (중소기업 재직자 A씨 제보)

    연장근무를 포함해 주52시간까지만 근무하도록 하는 법정노동시간을 지키지 않기 위해 ‘사업장 쪼개기’까지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비상구)는 10일 이 같은 제보를 소개하며 “동네북이 되어 우여곡절 겪고 있는 주40시간제는 기업의 갖가지 편법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회사분할(쪼개기)”라고 지적했다.

    비상구가 받은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모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별도 회사를 새로 만들어 편집팀과 촬영팀을 몰아넣었다.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기 위해 회사 분할을 한 것이다.

    비상구는 “회사분할이 문제 되는 이유는 분할이 진행되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라며 “현행법상 회사분할 등 사업조직의 재편과 개별적 노동관계, 집단적 노사관계, 사용자책임에 대한 문제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고 짚었다.

    회사분할 과정에서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효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가 이미 체결한 단체협약 승계를 거부하는 일도 잦다. 비상구는 “단체협약 승계가 거부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훼손되고, 사측의 지배력은 강화된다”며 “대결적 노사관계를 의도적으로 야기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켜 노조 무력화 내지 노조 파괴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회사분할에 관한 제보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임금체불 3회 이상 신고된 사업장 2,300여 곳 중 5인 미만 사업장 비율은 41.8%다. 법으로 강제하는 노동시간, 최저임금 선을 지키지 않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할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상구는 “정부는 장시간 노동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회사분할 과정에서 단체협약과 고용·노동조건 승계 규정을 명시하는 입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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