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심각’ 단계,
공공의료 부족도 ‘심각’
청도대남병원 대량 확진와 사망자 사태, 의료 사각지대 심각 드러내
    2020년 02월 24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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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공공병원 시설과 인력 등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다가 다시 위기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24일 오전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763명, 사망자는 7명이다. 전날 오후 4시 집계보다 확진자는 161명, 사망자는 1명 늘었다. 정부가 대응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확진자와 사망자는 대부분 신천지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763명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456명(59.8%), 청도대남병원 관련 확진자는 113명(14.8%)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5명은 대남병원 확진자다. 국내 첫 사망자인 63세 남성을 시작으로 이날 사망한 7번째 사망자도 대남병원 관련 62세 남성이다.

의료계는 이번 주가 전국의 지역사회 확산 전 마지막 고비라고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국 지역사회 감염 유행의 직전 단계”라며 “확진자의 숫자와 확진자의 증상 발병 시기를 보면 두 번째 유행 곡선이 정점에 올라가는 상황이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세 번째 유행 단계가 오는데 이럴 때는 수천 명 단위의 확진자 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를 수용할 병동과 의료진 부족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엄 교수는 “중증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 결국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의료진 감염으로 인한 (의료진과 병동 부족으로) 다른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이나 중증의 후유증 같은 것들이 있어 전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지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화면 캡쳐

코로나19 사태의 동아줄 역할 공공병원, 현실은 턱없이 부족
메르스 때부터 공공의료 확충 제기되었지만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전국에 몇 없는 공공병원은 마지막 동아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인 23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확진자 치료를 위해 전국 43개 공공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공공병원에 입원해있던 일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코로나19 확진자만 수용한다는 의미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과 취약계층 수용 등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은 의료·시민사회계의 오랜 요구였다. 국내 메르스 환자가 확산됐을 당시 2015년 6월,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에서 내놓은 글을 보면 “격리병상은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현재 105개의 음압병상, 474개의 일반병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는 1,300여 명을 넘어섰고 그 중 감염 의심자는 400여 명에 이르는데, 이에 비해 격리병상의 규모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메르스 사태를 통해 한국의 감염병에 대한 국가 방역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 방역체계를 담당해야 할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제한된 예산만 가지고 격리병상을 확보하다보니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충분한 인력 확충이 되지 않는 것 역시 민간병원 중심, 상업화된 의료공급체계를 주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체제가 민간의료시장에 맡겨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가 보상 문제가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 민간병원은 정부가 수가보상을 확인해줘야만 움직일 수 있고, 공공의료 역시 취약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수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표면적으로 효율성의 문제를 들어 공공의료원 확보 요구를 도외시하거나 폐쇄하는 일을 벌여왔고 의료상업화에 힘을 실어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감염증 확산 상황에도 민간병원에 전담병원 지정을 강제할 수는 없고, 이 때문에 부족하나마 공공병원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동아줄의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마지막 보루인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당장 그마저도 없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전과 울산 등은 공공병원이 없다. 경남의 경우 진주의료원이 있었지만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지시로 폐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대구지역의 국가지정 음압병실은 10개뿐이다. 메르스 때와 비교해서 5개가 늘었다. 의료연대본부는 국내 코로나19 초기 상황이었던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감염병이 대규모로 확산될 때 지금의 시설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공공병원이 확충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나온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일상적으로 지적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감염증 확산으로 폭발하고 있다. 확진자나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격리 조치되면서 특별연장근로와 인력 돌려막기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평소 인력이 부족해 연차휴가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빡빡한 인력운영방식은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며 “병원노동자들은 과로와 인력부족을 한 달 넘게 호소하고 있지만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상황에서 결국 장애인들과 가난한 이들이 의료 사각지대 몰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쪽방촌 등 취약계층의 건강권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쪽방촌 등과 같은 곳은 방문 간호사, 복지사 등이 갈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위기경보와 대남병원 이후 지역정신건강센터 쪽도 방문간호 대신 2주간 전화 상담으로 돌리고 있고, 응급한(자살 위험군) 경우에만 방문출장 가는 걸로 했다”며 “재난상황에서 결국 의료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드러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몰린 것도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대남병원과 관련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11명 가운데 99명이 정신병동 환자이다. 정신병동 입원자 102명 중 3명만 빼고 모두 감염된 것이다.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다. 대남병원에 유독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많은 배경에 기저질환이 있는 등 면연력이 낮은 것만 있진 않다는 것이 일부 의료계의 지적이다.

백재중 녹색병원 부원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이) 기저질환, 만성질환, 허약체력 등으로 면역력이 약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독성은 고정적일 테고 결국 바이러스 부하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참사는 정신병동 입원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입이 통제된 다인실에서 24시간 밀접하게 지내야 하는 수용시설과 다름 없는 조건이 코로나19 증식의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회적으로 격리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도 지적된다. 대남병원 확진자를 제외하면 1인실 혹은 음압병동에 격리돼 치료 받고 있지만 대남병원 관련자들은 코호트 격리 중이다. 코호트 격리란,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의심 환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조치를 뜻한다.

백 부원장은 “정신병원 입원 환경 그대로 현재 80명의 환자와 9명의 직원이 코호트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경증을 중증으로 만드는 인큐베이터”라며 “청도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은 바로 폐쇄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가능한 1인실 격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대로 가는 건 그야말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을 수용 시설에 가까운 병동으로 몰아넣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대남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에 대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그간 정신장애인들을 시설로 격리시켜 사회 바깥으로 밀어내는 손쉬운 선택을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폐쇄병동의 철문 너머에서 어떤 삶들이 이어지고 있었는지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나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함께 살기’ 중심의 정신장애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정신병동의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방지하고 병동과 병실의 과밀화를 해소해야 하며인력과 시설 및 약물과 프로그램 등에서 치료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전면적인 활동지원 시간확대와 재활교육 등의 복지 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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