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 2030', 일부 언론 벌써 정쟁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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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31일 08: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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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지면에 ‘돈’이 자주 오르내린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621조 원이 추가로 소요되고, 이를 국민이 부담하려면 4인 가족이 5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일부 보수 신문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잊혀지기도 전에, 31일자 조간신문에는 621조 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 주요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한 ‘비전 2030-함께가는 희망한국’ 보고서가 그것이다.

    민·관이 1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내놓은 이 청사진에 따르면, 2030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9000 달러에 이르고, 삶의 질은 세계 10위로 발돋움한다.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지난해 기준 5.1%에서 16.0%로 오르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85.0%(지난해 65.0%)로 높아진다. 지난해 63.7%인 15∼64세 고용률은 2030년까지 72.0%로 올라가고,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 정년이 연장되거나 없어진다. 또,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23명으로 크게 줄고, 방과후 활동 수혜율은 75%로 높아지는 등 훨씬 나은 공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며 사교육비 부담 없이 입시·예체능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육아 서비스도 강화돼 양육비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되고,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정보이용이 가능해진다. 교육·주거·의료·육아·노동 등 기본적인 복지 수요에 대한 걱정이 덜어지게 된다.

    하지만 신문들은 이런 비전이 ‘장밋빛’에 불과한 ‘소설’이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일부 신문은 한 발 나아가 ‘증세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25년 동안 세금 징수 기준으로 1100조 원(국채 발행때는 1600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8월31일자 1면  
     

    조선은 31일자 1면 <복지국가 ‘비전 2030′ 세금청구서 25년간 1100조 / 복지지출 40%로…4인가족 연 133만원씩 더내야> 기사에서 친절하게도 이 금액을 인구수로 나눠 "국민 1인당 25년간 매년 33만 원씩을, 4인 가구 기준으론 매년 133만원 정도를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을 해줬다. 국민 동아 서울 등도 ‘1인당 연간 33만원’으로 계산했다. 

    반면, 경향은 "가구원수가 4명인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지난해 연평균 소득은 4284만원으로, 이 가구는 기존에 내고있는 세금 이외에 ‘비전 2030’을 취해 추가로 16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세계와 한국은 ‘1인당 약 38만 원’으로 계산했다.

    기획예산처는 "재원을 조세로 충당할지, 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로 충당할지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조선은 "보고서는 국가채무로 충당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국가채무 누적,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등의 단점을 지적해, 세율인상이나 새로운 세목 신설 등을 통한 증세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정부의 이런 비전이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중앙은 3면 <현 정부는 생색, 다음 정부엔 고통…누구 작품? / 1600조 필요한 ‘소설같은 비전’> 기사에서 중앙은 "필요 예산은 세금을 통해 조달할 경우 1100조 원이지만 이를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할 경우는 이자 부담 때문에 1600조원으로 늘어난다"며 "복지 부문의 기대치가 높아지면 이를 원래대로 줄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이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은 것 자체가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고통’으로 봤다. 조간들 가운데 유일하게 ‘1600조 원’을 제목으로 뽑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 중앙일보 8월31일자 3면  
     

    그러나 ‘돈’ 문제 외에도 실현 가능한 방안인지, 전망치는 적정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신문도 있다.

    경향은 3면 <장밋빛 ‘복지 한국’ 1100조 소요 / 비전 2030-정부 "삶의 질 세계 10위로" 내용과 문제점> 기사에서 △저성장과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킬 우려가 있고 △지나치게 목표 달성 위주로 제시돼 구체적이고 참신한 수단이 없으며 △2010년까지 세출구조 조정 등으로 4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을 비롯해 일부 신문은 이 비전을 놓고 벌써부터 증세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또, 차기 대선용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1100조원 복지 프로젝트>(조선) <허황된 미래상으로 국민을 현혹하려는가>(중앙) <세금 먹는 하마 노 정부의 ‘비전 2030′>(동아) <장밋빛 비전, 돈은 누가 대나>(세계) <‘비전 2030′ 재원대책부터 세워라>(서울) 등은 재원 조달 대책이 빠져있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허황된’ 보고서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선은 "’파장 정권’이 아무렇지않게 1100조원짜리 복지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부터가 뭔가 미심쩍다"며 "그래서 정권재창출 프로젝트가 또 하나 나오는구나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동아는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며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할 그런 비전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기는 어렵다"고 해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을 전제로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반면, 경향은 사설 <‘비전 2030′ 잊혀진 보고서가 되지 않도록>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권이 이번 보고서를 지난번 증세논쟁처럼 정쟁 차원의 논쟁거리로 삼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라며 "실천적 과제가 미흡하다든지, 민간부문의 역할이 미약하다든지, 재원마련 대책의 적절성 같은 내용의 문제는 공론의 장에 넘겨 보완할 문제이지 대선을 앞둔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8월31일자 사설  
     

    한겨레도 사설 <당리당략 뛰어넘는 논의 필요한 ‘비전 2030′>에서 "증세 논란이 꺼림칙해 서랍에 다시 묻어둘 일도 아니고, 당리당략으로 다룰 일은 더욱 못된다…증세논란부터 펴는 것은 본말을 바꾸는 것"이라면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증세 논란 확대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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