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장 앞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김낙순 파면” “71년 적폐 마사회 해체”
        2020년 02월 09일 12: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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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폭행·성희롱도 겨우 감봉 처벌, 마약까지…’. 입만 열면 공정과 신뢰를 이야기하면서 온갖 추잡한 일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갈 곳은 쓰레기통이다. 경마팬이 추잡한 한국마사회를 폐기합시다.”

    8일 오후 1시 45분 경기가 끝나자마자 서울과천경마장엔 수백 장의 유인물이 뿌려졌다. 경마를 관람하던 이들은 머리 위로 떨어진 유인물을 집어 들었다.

    사진=곽노충

    유인물에 따르면, 마사회는 고위직들이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사건에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부하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고 사적인 모임에 동행하라고 요구한 고위직에 대해서도 고작 감봉 3개월에 그쳤다. 마약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임직원 역시 불과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직을 유지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마사회 임직원의 성폭력과 폭력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 유인물은 한차례 뿌려진 후 마사회 직원에 의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말끔히 치워졌다.

    “유족 심정 헤아려 달라 하니…기수 기숙사에 심리치료실 만든다더라”

    비슷한 시각, 민주노총은 마사회 본관은 찾았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가 김낙순 마사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러 갔다가 경찰 병력에 의해 목이 졸리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던 곳이다.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72일, 서울 도심에 그의 시신이 방치된 지 44일째지만 마사회는 이날도 굳게 닫힌 문을 열지 않았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유족은 오후 2시 본관 앞에 모여 “김낙순 마사회장 파면”, “71년 적폐권력 마사회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문 앞에 세워둔 버스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약 1시간 동안 시위 참여자들과 경찰 병력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유하라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마사회는 교섭 석상에서 ‘법적으로 하라’, ‘경찰조사 결과가 나와야 책임자 처벌을 할 수 있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마사회는 (교섭에서) ‘유서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까지 한다. ‘유가족의 마음을 아느냐’고 항의하면 문중원 기수가 목숨을 끊은 그 숙소 옆에 심리치료실 만들어 유족을 치료받도록 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말을 하는 마사회가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부터 18일 간 마사회와 교섭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경마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으나 결렬됐다. 마사회는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책임자 처벌, 유족 보상 등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김명환 “정부가 마사회 방치하면 4월 총선거 강력한 대정부 투쟁”

    민주노총은 마사회 본관 진입 투쟁을 마무리한 후 경마공원역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공공기관인 마사회는 자신들의 책임은 망각한 채 투전판 돈놀음에 젖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정부는 이런 마사회를 방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마사회 적폐에 개입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 살인기업화 되고 있는 마사회 적폐를 정부가 방치한다면 정부도 공범”이라며 “정부는 마사회 적폐를 도려낼 수 있는 수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사회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 등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마사회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는 오는 4월 총선에서 정부의 책임에 대해 심판하고 강력한 대정부 규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마사회가 지난 71년간 쌓아 올린 부정부패의 담벼락, 적폐라는 담장을 부셔내는 투쟁을 전개하자”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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