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비상행동' 평가와 과제
[에정칼럼] 대중참여, 뚜렷한 대치선, 총선공간 활용
    2020년 01월 15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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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고 9월 2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6천 5백명이 모여서 대규모 대중집회와 시위를 펼친 바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9월 27일에 광화문에서 7백여명이 집회를 가지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9월 21일의 ‘비상행동’은 한국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추상적 주장을 건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것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기후변화 문제를 전통적으로 다뤄왔던 환경단체 이외에, 노동, 농민, 여성, 인권 등 광범위한 부문과 영역에서 활동하는 330여 개의 단체들이 모여 있는 한국 시민사회의 기후운동을 대표할 수 있는 대규모 연대체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절박한 기후위기의 해결을 주장하면서, 정부에 대한 3대 요구 사항―△기후위기 비상선언, △배출제로 계획와 기후정의에 입각한 정책 수립, △독립적인 범국가기구의 설치―을 내걸고 있다.

작년 9월 21일 비상행동 집회 모습(사진=녹색연합)

작년 9월 21일 집회와 행진 이후 열린 전체회의는 정부가 3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020년까지 활동을 연장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3대 요구 사항의 관철 이외에 추가적인 목표를 설정하였다. 즉, 4월 총선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쟁점화하고 12월까지 전지구적 연대를 강화하며,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저탄소 장기발전 전략(LEDS)의 수립을 강제하며,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과 영역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기후정의동맹’을 결성하고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기후위기 비상행동의 4차 전체회의 자료). 2020년 사업 방향으로 ‘전국적인 기후(행동)학교’의 조직, (3월 14일을 포함하여) ‘대규모 기후행동’의 준비․개최, (4월 총선에 대비하는) ‘기후위기 정치행동’의 기획과 진행, ‘전구적 기후행동을 위한 국제연대’를 제시하고 있다.

4월 총선, 2050년 저탄소 장기발전 전략의 결정, 연말의 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26) 개최 등의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비상행동이 풀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대중 참여에 성공해야 한다. 제도적 통로를 통해서 기후위기 해결을 논의하는 것이 한계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국내외적인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조직화된 대규모 행동이 절실하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대중조직들이 거리에 나오도록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면서 시민들을 대규모로 조직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상행동은 전국 각지에서 부문과 지역별로 ‘기후행동학교’를 개최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대규모 대중 참여의 첫 번째 단추인 셈이다. 한편 3월 14일의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기획하면서 후쿠시마 핵사고 9주기 집회를 준비 중인 탈핵진영과 공동으로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그 성공은 기후위기의 잘못된 해결책인 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반대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둘째,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대중들을 집결시킬 수 있는 선명하고 상징적인 대치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유엔에 제출해야 할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 초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비상행동은 ‘배출제로’를 목표로 설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배출제로를 언급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비상행동은 2050년 ‘배출제로’ 계획 요구를 중심으로 대치선을 만들고, 나아가 기존의 2030년 감축목표(NDC)까지도 하향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배출제로’와 같은 추상적인 슬로건만으로 대중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다. ‘호주 산불’과 같은 구체적인 계기와 쟁점을 발굴할 필요도 있다. 한편 ‘사회적 불펑등 해결’이라는 핵심적인 사회 의제와 연계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린뉴딜’과 같은 접근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사회적 힘을 정치적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총선 공간의 활용 문제다. 비상행동은 그동안 시민사회가 개발하고 발전시켜 온 ‘유권자 운동’—정당과 후보에 대한 정책 요구, 정책에 대한 질의, 그 결과를 활용한 투표 제안 등—을 활용하여 기후위기 해결과 배출제로를 추진하는 ‘기후국회’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이 결국 현행 집권 여당을 지지하는 효과로 귀결되거나 혹은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비상행동 내부의 상이한 정치적 입장과 태도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와도 관련된다. 한편 총선에서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에 기반을 둔 ‘그린뉴딜’을 의제화하고, 비상행동 차원의 적극적인 입장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이는 비상행동의 3대 요구사항에 더해서 마련하기로 한 추가적인 요구사항 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배출제로’에 도달할 수 있는 전세계 그리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방향과 내용, 그것을 도출하기 위한 정치적․도덕적 원칙/원리에 대한 (예컨대 ‘탈성장’ 등에 대한) 토론도 본격화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배출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규모 배출지라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연대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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