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탁 제거한 왕윤의 '동탁스러움'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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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28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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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괴물과 싸우면 자신이 괴물이 된다고 했던가. 사실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함정에 쉽게 빠지고 만다. 어느새 자신이 타도하여야 할 주체와 동일하게 닮아가는 모순에 빠져 버리고, 피해대중들은 영원한 배신감에 빠지게 된다.

삼국지에도 이런 인물들이 종종 보인다. 대표적으로 왕윤과 같은 자를 들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온갖 만행을 일삼는 동탁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개 문신인 왕윤은 기지를 발휘하여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척살하게 하는데 성공한다.

무고한 백성을 죽여 도적을 잡았다고 허위로 신고하는 등의 동탁의 만행은 살육으로 점철된 역사에도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아는 사건 중에서 아마 수지김 사건이 유사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왕윤은 권력을 잡자마자 동탁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 동탁의 시신 앞에서 통곡을 하였다고 하여 현자라고 인정되던 채옹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참한다. 이러한 왕윤의 행동은 동탁을 추종하던 세력을 결집시켰고, 동탁의 근거지였던 지역의 백성들의 민심을 동요시켜 곽사와 이각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다.

동탁의 잔혹함에 넌덜머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서를 보여주지 못할망정 가혹한 통치를 보여 주었으니 민심이반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왕윤의 실각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지.

아마 이런 모습은 민주노동당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하다. 판갈이론이 각광을 받았던 것은 기존의 과두적 지배 엘리트에 대한 피해대중들의 반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의회에 들어가면서 이미 그 과두적 질서의 일부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징후를 여러 차례 보이게 된다.

당 소속 의원이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는가 하면, 정말로 인민의 고혈을 착취하여 조폭과 모리배들이 이득을 취하는 바다이야기 사건의 배후를 폭로하기는커녕 상품권을 발행하는 협회 간부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민주노동당 조차 국회와 청와대, 영등위, 문광부, 수사기관, 게임업체, 상품권업체로 이어지는 거대한 구조적 카르텔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돈을 쌓아놓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에게 배포한 후보가 발생한 사실 또한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왕윤의 동탁의 척살한 크나큰 공로가 있었지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에 동정할만한 점도 없지 않으나, 가혹한 동탁을 흉내 냈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또한 세상을 바꾸는 단초를 만들어내었고, 지금도 소외된 이들을 위해 분투하지만, 대표적인 인사들이 보여 준 지배엘리트와 유사한 행동은 민주노동당이 인민의 호민관이 아닌 이미 피해대중에게는 기득권 구조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아마도 천하삼분지계는 괴물과 싸우면서도 괴물이 되지 않아야 이룰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는 이룰 수 없는 꿈들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인지도 모른다.

피해대중들의 마음은 그렇게 계속 떠나가는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유일무이한 정치집단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으니 민중의 명운은 여전히 탐관오리와 소인배의 손에 달려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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