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걸리 한 사발에 잡초 안주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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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8월 25일 0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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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들어진 말, ‘산야초’로 불리는 것들은 흔히 하는 말로 하면 ‘잡초’입니다. 도심 속 보도블록 사이에, 벽과 도로 틈 사이에도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들.

    명아주나 닭의장풀, 쇠비름, 개여뀌, 방동사니, 개비름, 피, 며느리밑씻개 등 ‘잡초’들은 연두농장 밭에도 어김없이 넘쳐납니다. 봄부터 슬쩍 고개를 내민 이들 잡초들은 한 여름에는 번식력이 더욱 왕성해집니다. 이런 잡초들은 약용으로도 쓰이고 예전에 민초들의 반찬 식재로도 사용했던 먹거리였지요.

    돈을 주고 식재를 사기 시작하면서 삶의 터 주변에 있던 먹거리용 풀들은 버려지고 쓸모없는 잡초로 되었습니다.

    피죽 끊여서 먹던 보리 고개 시절, 피의 열매에다 갖은 산나물을 섞어서 한주먹의 보리나 쌀 정도를 넣고 가마솥에 끓여서 식구들 내어주던 시절 끼니 역할을 했던 피. 그 피는 논에 벼 사이에 잡초로 농부들의 골칫거리이지요.

    없을 땐 피죽도 끓여먹던 사람들이 벼 나락을 더 받아보려고 피를 증오하니 그래서 피 토할 정도로 가난한 이들의 먹거리의 상징으로서 피죽인가 봅니다.

       
    ▲ 쇠비름
     

       
    ▲ 개비름
     

    저는 연두농장의 농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새로운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꿍꿍이속이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나겠지요.

    그 단초로 잡초 요리를 선보이겠습니다. ‘산야초’ 요리보다 제 어투에는 잡초요리가 더 좋습니다. 잡초가 더 친숙하고 잡초가 산야초와 다르지 않으므로 제 멋대로 잡초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포장하고 싶으면 그때 가서 산야초라고 부르지요, 뭐. 아직은 포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요일, 농장에 나가 쇠비름과 먹지 않는다는 개비름을 뜯었습니다. 널려 있는 것이 쇠비름이지요. 쇠비름은 먹는데 개비름은 먹지 않다고들 알고 있지만 비름과에 속한 것들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염소가 먹는 것은 사람이 다 먹을 수 있거든요.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한 잡초 요리입니다. 요리법요?

    우선 쇠비름은 말끔히 씻어서 접시에 담아놓고, 개비름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습니다. 거기에 농장에서 따온 방울토마토 두 알을 올려놓으니 색깔이 좋아 보이지요. 잡초는 대체로 어린잎을 봄에 따서 먹지요. 여름에는 대체로 쇠어버리지요.

    하지만 쇠버린 것을 못 먹는 것은 아닙니다. 입에 부드럽지 않을 뿐이지요. 사람도 뽀얗고 통통한 영계를 좋아하는 것처럼, 먹거리도 어린 순들을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새싹들이 인기가 있듯이. 좀 억센 것들은 살짝 데치면 됩니다. 그러면 좀 물러지니까요. 사람 입맛에 덜 달라붙더라도 요리하기 나름이겠지요.

       
     

    날것을 먹어도 좋지만 그래도 소스 하나 있으면 감칠맛이 더하지요. 사실 제가 현재까지는 염분을 기피하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 중이므로 소스를 만들 생각을 했지요. 염소처럼 날것만 먹는 것보다 손놀림을 해보는 것도 좋지요.

    소스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제 집에 뭐가 있나 뒤져보았습니다. 무농약 사과 주스 한 봉지가 있더군요. 그리고 옥수수 가루가 있습니다. 사과 주스에 옥수수 가루를 넣었습니다. 호두, 잣, 검은깨, 참깨가 있어서 영양을 고려해 조금 넣었습니다. 사과 주스가 좀 달더군요.

    제가 단 것을 싫어하므로 토마토를 넣어 당분을 희석하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믹서에 한 번 쫙 갈았지요. 색깔은 멋들어집니다. 맛은 더욱 기가 막힙니다. 그냥 먹어도 되지요.

    쇠비름 날것을 소스에 담갔다가 먹으면 쇠비름의 그 맛과 소스가 잘 어우러집니다. 입 안에서는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살짝 데친 개비름은 사실 소스에 잘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개비름 맛보다 소스의 맛이 압도적이거든요.

       
     

    소스 외에 또 다른 맛을 느끼고 싶어서 된장을 약간 넣어 버무렸습니다. 된장은 모든 나물에 최고의 양념이지요. 저염식을 고려해서 된장의 향이 약간 날 정도만 넣었지요. 거기에 참기름을 살짝. 쇠비름과 기름의 윤기가 잘 어우러집니다. 생 쇠비름보다 살짝 데친 개비름의 맛이 살아납니다. 비름나물은 된장과 찰떡궁합이지요.

    이것을 그냥 먹기도 하지만 저는 날 김에 쌈해서 먹습니다. 염분이 조금 들어간 터이기에 날 김과 함께 먹으면 염분의 맛이 감해지고 김의 향기가 또 들어오지요. 그 맛이란…. 막걸리 한 사발에 안주로도 적격입니다.

       
     

    요건 뭐냐 하면, 어제 저녁에 이어 오늘 점심상에도 오른 또 다른 잡초 반찬이지요. 역시 쇠비름과 개비름을 살짝 데치고 우리 농장에 ‘항암초’라고 제가 명명한 풀이 있습니다. 모듬 쌈채에도 포함시켜 판매되고 있는데, 이것은 색깔이 예쁩니다.

    자주빛은 사람을 현혹하지요. 자주빛을 넣기 위해 항암초를 살짝 데쳤습니다. 잎에서 자주빛 물이 나오지요. 같이 넣으니 보기도 좋고 그 맛도 다릅니다. 생잎으로 먹을 때는 좀 억세지만 살짝 데치면 매우 부드럽습니다.

    간장가루 또는 소금 약간과 참기름을 살짝 넣었습니다. 참깨를 모양삼아 뿌렸고요. 잡초 반찬 중에 요 반찬이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부드럽고, ‘때깔’ 좋고. 눈을 만족시켜주는 것들이 흡족한 맛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생쇠비름은 김치도 해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버무린 것입니다. 제가 고추장과 초를 좀 세게 했더니 쇠비름의 그 맛을 약간 잃었습니다. 양념은 본 식재의 양념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래도 쇠비름의 그 독특한 맛, 시원하고 쌉쌀한 맛을 느낄 수 있지요. 돌나물과 비슷하다고들 하더군요.

    초고추장 버무림은 입맛을 돌게 할 때 먹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여기에다 통밀국수를 삶아서 비벼 먹으면 더 맛이 좋을 것 같지요. 다음번에 실험을 해봐야겠습니다.

       
     

    요건 근대국입니다. 좋은 근대를 뜯은 것이 아니라 너무 쇠어서 버려지거나 황화 돼가는 잎-판매하기 약간 곤란한 것을-을 뜯어다가 조선된장에 끓였습니다. 역시 연두농장의 근대는 노화되어도 맛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들이 열무 냄새가 난다고 하여, 버려지는 열무도 좀 넣었다고 했지요. 어쨌든 여기에 닭의장풀 잎도 들어갔지요. 된장도 많이 넣지 않았습니다. 역시 염분을 낮추었지요. 근대국은 역시 맛이 좋았습니다.

       
     

    색깔이 예쁘지요? 위에 것들에다가 흰밥을 세 숟가락 정도 넣었습니다. 잡초가 더 많고 밥알이 양념이 된 격입니다. 이 밥을 둘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잡초 투성이니까 둘이 먹어도 배부릅니다. 배는 빨리 부르나 소화도 빨리 됩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이 없지요.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제가 만든 잡초상을 받고 나서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하고 젓가락을 어디로 가져갈지 모르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밥상. 그러나 이거야말로 가장 저렴한 밥상, 언제든지 해 먹을 수 있는 밥상이지요. 식재를 살 필요가 없지요. 최소한의 양념만 있으면 됩니다.

    맛은 있는데도 잡초식이라고 하니, 좀 떨떠름하겠지요. 제 아무리 맛있어도 똥밭에서 가져왔다고 하면 멀리하는 것처럼. 제가 어떤 특별한 노하우 없이 제 손 맛으로 만들어 내어보니 제가 흡족했습니다. 최고의 식이요법이었지요.

    모두 알겠지만 쇠비름은 잡초 중에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식물의 영양제로서도 사용합니다. 쇠비름을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합니다. 또한 열을 내리고 독과 어혈을 풀어주고 충을 죽입니다. 오줌 또한 잘 나가게 합니다.

    강심 작용을 하며, 핏줄을 수축하고 심장의 수축을 세게 만들어 동맥압을 높여줍니다. 열리, 세균성 이질, 대장염 예방,  부스럼, 악창, 습진, 폐결핵, 백날기침, 폐농양, 부패성기관지염, 관절염, 학질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쇠비름은 악창과 종기를 치료하는 데 놀랄 만큼 효험이 있습니다. 비위가 허하여 설사할 때와 고혈압 환자는 쇠비름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쇠비름이 좋다고 TV에서 한 번 떠들면 우리 농장과 길바닥의 쇠비름은 씨가 마르겠지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잡초가 어떤 효능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잡초도 사람의 훌륭한 찬거리이라는 것, 재배되는 채소들보다 잡초이기에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 그 생명의 기운을 인간에게 준다는 것입니다.

    쇠비름에 얽힌 옛 이야기를 전해주고 이 글을 맺겠습니다.

    하루는 하늘이 벌겋게 타들어 가더니 해가 열 개나 나타났어요. 그러니 온 세상이 뜨거워지고 들판은 갈라지고 곡식과 나무는 말라갔어요. 물이란 물은 모두 하늘로 날아가고 가축도 말라 죽고, 사람들은 동굴에 숨어서 하늘을 원망했지요.

    이때 후예라는 용사가 나타나 열 개나 되는 해를 보며 커다란 활시위를 당겼어요. 후예가 해를 잇달아 떨어뜨리자 마지막 남은 하나가 이리저리 피하다가 쇠비름 잎과 줄기 속으로 숨어 겨우 살아남았어요. 그렇게 살아남은 해는 무사히 하늘 높이 올라갔어요.

    그 뒤 쇠비름이 너무 고마워, 아무리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쇠비름은 말라 죽지 않게 했답니다. 쇠비름의 또 다른 말로 ‘오행초’라 하는데 음양오행설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색과 기운을 갖추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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