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도 어려운 때 면목없다"
        2006년 08월 24일 05: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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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경품용 상품권 업체의 고위관계자가 후원금을 기부한 여야 정치인 명단에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다른 정치인들은 기부자인 이창연씨가 서점연합회 회장으로 한국도서보급의 당연직 이사가 됐을 뿐이라며 ‘바다이야기’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천영세 의원과 민주노동당은 하루 종일 “사실 확인 중”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23일 늦은 오후, 천영세 의원은 <레디앙>과 단독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당이 어렵고 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중에, 본의 아니게 이런 결과를 갖고 온 점에 대해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적인 문제를 떠나 실무적인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개인이 입장내고 사과할 사안은 아니고 당의 공식적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지난해 연초 (20년 동안 알고 지내던 출판계 인사인) A씨와 점심식사에 이창연씨가 함께 와 처음 만났지만 그 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히고, 특히 “당시 문광위에서는 바다이야기 등은 전혀 법률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며 ‘바다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다만 “후원금을 받은 후 이창연씨가 서점연합회장인 것을 알고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이던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의 이해당사자일 수 있다고 판단해 후원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면서 “하지만 실무 착오로 돌려주지 못했고 일일이 챙기지 못한 내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서민들은 돈을 잃고 국회의원들은 돈을 먹었는데 아무리 예쁘게 보려 해도 쉽지 않은 것”이라며 “당은 이 상황을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당의 공식입장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그 만큼 당이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동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해 각 의원실의 후원금 내역을 확인했으며, 그 결과 아직까지 다른 의원실에서는 이같은 후원금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은 2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이번 일과 관련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은 최고위원회의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천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와 25일 의원단총회의 결정에 따라 이후 공식사과나 해명 등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음은 천영세 의원과 인터뷰 전문.

    – 경품용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 이창연 이사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여야 의원들 명단에 민주노동당 천 의원이 포함됐다. 어떻게 된 일인가.

    = 지난해 연초에 A씨와 같이 점심을 먹었고 두 사람이 함께 동석했다. 출판사 대표 한 분과 이번에 알려진 이창연씨였다. 그때는 동네에서 서점을 경영한다고 했다. 당시 동네서점들이 일년에 4천개씩 문을 닫고 그 여파로 도서출판계가 어려운 상황들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인가.

    = 지난해 5월 1일, 사실 5월인지 6월인지 날짜도 몰랐고 어제 언론보도를 보고 확인했다, 이창연씨 이름으로 50만원 후원금이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이창연씨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보좌관, 의원, 주변 지인을 확인했고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모른다 했다.

    노동운동이나 과거 노동조합을 하다 그만둔 사람인가 되짚어 봐도 모르겠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7월 31일 상반기 후원금을 정산해서 중앙선관위원회에 30만원 이상 후원금의 인적사항을 보고해야 했는데, 일단 신원 파악이 안된다고 소명자료를 붙여서 보고했다.

    11월 17일 이창연씨 이름으로 100만원이 입금됐다. 앞서 50만원을 보낸 사람과 같아 도대체 누군지 은행 쪽으로 추적해보려 했는데 은행 측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원실에 있던 모든 명함을 하나하나 들춰봤는데 거기서 나왔다.

    A씨와 점심할 때 주고받은 명함이었다(천영세 의원은 명함을 받은 후 만난 사유를 기록해놓곤 했다고 보좌관이 전했다) 그 때서야 이창연씨가 동네 서점을 경영하는 이상으로 서점연합회 회장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 당시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그 때만해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선의로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보좌관들과 논의하는 속에서 직무 관련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돌려보내자고 이야기됐다.

    – 그럼 당시에 도서정가제 법안과 관련해 후원금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나.

    = 당시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라 생각했다. 의도성을 갖고 법률 때문에 후원금을 보냈다, 그렇게 판단은 안됐다.

    다만 보좌관들과 회의 속에서 의도가 있다, 없다 하는 식으로 전혀 접근하진 않은 거고 현재 법안이 계류 중인데 어쨌든 관계자일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 후원금을 돌려보내자 했는데 결국 보내지 않았는데.

    = 그 무렵 비정규직 문제와 쌀개방으로 농성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때였다. 원내대표를 맡아 일주일에 한 번 의원실에 들를까 말까 했다. 나는 보좌관회의에서 돌려보내자 이야기했으니 처리 됐겠거니 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실무자는 의원 지침을 받아서 한다고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러다 연말에 집중적으로다 소액 세액 공제 후원금이 몰려오니까 그런 속에서 실무적으로 그 100만원도 들어가 버렸다. 그 뒤에 완전히 잊어버리고 온 거다.

    그런데 이번에 이 일이 터진 거다. 이창연씨가 상품권 발행기관인 한국도서보급 이사라고 보도됐다. 알고 보니까 서점연합회 회장은 도서보급회의 당연직 이사가 되도록 돼 있더라. 다른 의원들 여러 명한테도 돈을 보낸 것이고.

    – 이창연씨가 의원실로 문화상품권도 보냈다고 들었다.

    = 지난해 11월 5천원권으로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의원실로 왔다. 이창연씨가 100만원 후원금을 보낸 것은 나중에 확인한 일이어서 당시에는 보좌관들도 상품권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그냥 상품권은 합법적으로 처리될 수 없는 것이고 유가 증권이라 유실될 수도 있어 바로 내용 증명을 해 돌려보냈다.

    그런데 올해 2월에 또 보좌관에게 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내왔던 것 같다. 그 때도 누가 보냈는지는 몰랐고 바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 민주노동당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했다는데 이창연씨가 다른 정당 의원들에도 후원금 보냈다. 특히 문광위 의원들에 집중됐다.

    = 지금 보니까 개인이 그랬든, 아니면 속해있는 곳에서 계획적으로 후원한 거 아닌가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몇 사람한테 보냈다. 그러고 보면 이걸 액면 그대로 순수하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 때는 (문광위에서) 게임물 관련 법안을 다룬 것은 아니었던 때고 오히려 도서정가제 법률안과 연결지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 사행성 오락물 심의와 경품용 상품권 업체 지정 등이 지난해에 됐다.

    = 그런데 바다이야기 등은 당시 국회 상임위에서 법률로서 다뤄지고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서점연합회 차원에서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 후원금을 보낸 이후 이창연씨 또는 서점연합회나 상품권 업체 쪽 관계자를 만난 적은 없나. 

    = 전혀 없다. A씨와 점심 먹을 때 같이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다른 당 의원들의 해명처럼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나.

    =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의원 개개인한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상품권 발행하는 업체들에서 한두 의원도 아니고 여러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점에서 (로비) 개연성은 벗을 수 없다고 본다. 합법적 절차를 밟았지만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업체들도 이를 테면 대기업들도 이런 방식으로 후원금을 보냈을 수 있다. 업체들이야 순수하게 정치발전을 위해 후원했다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 아닌가.

    – 후원금 제도라는 게 모르는 다수한테 후원금이 오는 거고 사실 그 당시는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나. 

    = 모르니까 수소문해서 확인하고 그 당시에 이해당사자인가를 개별 의원실에서 판단해 받을 수밖에 없다. 액수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고 대개는 피감기관에서 오는 후원금은 받지 않는다. 추석, 설 등 명절 때 선물도 되돌려 보내거나 모아서 양로원, 고아원에 보낸다. 또 직무 관련 후원금들은 수용 안하는 걸로 돼 있다.

    이창연씨도 그래서 신원 확인을 한 것이고 그 때는 ‘바다이야기’ 등이 문제 될 때가 아니어서 계류 중인 도서정가제 법 때문에 혹시나 관련 있지 않을까 해서 돌려주려 했던 거다. 그런데 착오가 있었다.

    – 후원금을 받은 다른 당 의원들은 보도자료를 내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천 의원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 그 당시 도서정가제 법률안이 계류 중인 속에서 그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는 사람의 후원금을 돌려주기로 한 건데 처리 못된 부분이다. 전적으로 내 불찰이고 책임이지만 의원 개인이 입장 내고 그럴 사안이 아니다. 당의 문제이고 원내 의원 전체의 문제다. 

    24일 최고위원회와 25일 의총을 거치면서 이 내용에 대해 정리해야 되고 향후 안전장치 같은 대안과 원칙, 기준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해명을 안 한 것은) 언론에서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성 성인 불법 오락과 관련돼 있다고들 보는데, 도서정가제와 관련돼 그렇게 됐다고 설명이 안 되는 거다.

    – 도서정가제 법안과 관련성을 문제 삼는다면 후원금을 받은 문광위의 다른 의원들에도 해당되는 것 아닌가.

    = 다른 의원들의 문제까지 이야기하긴 그렇다. 문광위원들은 지금의 ‘바다이야기’와 관계가 없다는 점을 해명한 거다. 동창이라든가 이런저런 관계들로 후원금을 받은 거고 그런데 실제 로비라는 게 인간관계를 통해서 그렇게 들어오는 게 아니겠나.

    우리는 도서정가제와 관련돼 그렇게 개연성을 판단했던 거고, 우리 당은 그런 기조-후원금과 관련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바다이야기’나 다른 의원들이 입장을 밝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실무적인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 의원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 이후 해명이나 사과 같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건가. 

    = 개인이 사과하고 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 수위까지 수위, 내용, 방식, 시점 등이 최고위원회, 의총을 거쳐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그에 따라야지 임의로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넘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느낀 사람이 많았을 것 같은데. 

    = 살얼음 걷듯이, 돌다리 두드리듯이 매사를 다 챙기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대처해 나가야 된다는 교훈이라면 교훈을 찾아야하겠다. 이런 문제처럼 언제든지 당과 의원이 훼손될 수 있는 일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자기 믿듯이, 당내 신뢰하듯이 그렇게 자기 상식만 갖고 처리해가다보면 예기치 못한 장애물, 함정, 이런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당이 어렵고 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중에 본의 아니게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 결과를 갖고 온 점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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