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청와대 '비전 2030' 발표 급제동
        2006년 08월 22일 11:52 오전

    Print Friendly

    열린우리당이 청와대의 국가 장기 발전전략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급제동’을 걸어 청와대가 이의 발표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비전 2030’이라는 이름의 장기 전략을 논의했으나, 이 과정에서 당청간에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2030’은 복지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2006년부터 2030년까지의 장기 국가재정계획으로, 정부는 2006-2010년까지 4조원, 2011-2020년까지 300조원, 2021-2030년까지 1,300조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여당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통령, 1천조원 이상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복지 후진국을 벗어나야 장기적으로 경쟁의 틀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인적자원이 경쟁력인 사회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오찬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22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비전 2030’과 관련, 노 대통령이 "담세율이나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나 복지재정을 봤을 때,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 그런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당시 노 대통령이 "세금이라는 얘기는 직접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반응과 관련해 "총론에 있어서는 누구나 공감을 하는데 예산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우리당 입장에선 국민의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런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면 상당히 곤란하기 때문에 정부에 신중할 것을 말씀드린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증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여당의 이런 기류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강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정부 여당이 증세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할 것처럼 오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비전2030’이 증세론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했다. 이어 "선진국이 되어가면서 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해 국민들이 어떠한 부담을 더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의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규정짓고자 한다"면서 ‘비전 2030’의 성격을 "공론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자료"로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강봉균 정책위 의장 "복지국가론 안 맞는 것 같다"

    강 정책위의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말 스웨덴이나 스위스같은 복지가 많은 모델로 가는 것이 좋은지 하는 논의도 있었다"고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뒤, "우리 국민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의 노력으로 잘 살고자 하는 좋은 국민성을 갖고 있어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복지국가를 본받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안보 상황으로 봐도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어서 이런 환경때문이라도 느슨한 복지국가보다 열심히 일해서 강대한 경제국가를 만드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초 청와대와 기획예산처는 21일 ‘비전 2030’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여당이 이렇게 제동을 걸면서 발표 시점과 주체를 조정하기로 했다. 여당은 발표 시점을 가급적 늦추고, 발표 주체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책연구원으로 ‘급’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22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논의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비전 2030’을 둘러싼 여권 내부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실용파-개혁파 논쟁의 불을 다시 지필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이 논쟁이 정치권을 넘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