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금 불법 충당 혐의 MBN 외
    전체 종편채널 재조사 주장 제기
    언론시민단체들 “종편 승인·재승인 과정 등 살피고 압력·특혜 여부 밝혀야”
        2019년 11월 04일 08: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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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가 자본금 불법 충당 혐의로 종합편성채널 <MBN>을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채널A>와 <TV조선>도 이와 유사한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종편 봐주기 심사’ 의혹을 받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비롯해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전체 종편 채널에 대한 자본금 불법 충당 문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매체비평 우리스스로는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2011년 종편 승인과정과 2013년, 2017년 재승인 과정, 종편 미디어렙 설립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종편 봐주기에 대해 정치권 차원의 부당한 압력이나 특혜가 없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모습(사진=김종훈 의원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하면서 회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MBN>에 7천만 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앞서 <한겨레>는 <MBN>이 2011년 12월 종편 승인을 받기 위해 600여억원의 금융 대출을 받은 뒤 회사 임직원 명의로 법인 주식을 개인당 수십억 원어치씩 구매해 종편 자본금으로 납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을 동원해 차명 주식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관계법, 방송법 위반으로 종편 승인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에 따르면, 2013년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종편 채널의 주주명단을 확보해 정부의 종편 승인 심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검증한 결과 <MBN>이 종편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당시 주주 명부와 실제 출자금을 납부한 주주의 명단 변동률이 3분의 2나 될 정도로 차이가 컸고, 유독 개인 주주의 비중도 높았다. 이 외에도 매일경제 공제회나 매일경제 신문사 사우회 등 우호 주주의 차명 출자 의혹도 나온다.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은 <MBN> 승인 과정에서 방통위에 일찍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방통위는 별다른 조치 없이 두 번이나 재승인해줬다. 방통위의 ‘종편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단체들은 “2013년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발표한 종편 보고서만 봐도 ‘MBN의 685명의 개인 주주의 경우 내부 임직원 등 관련자일 것’이라는 의혹 제기를 했다”며 “방통위가 지금과 같이 고액 개인주주 명단과 임직원 명단만 받아 비교만 해도 관련 사실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방통위는 한 번도 <MBN> 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N 사건을 통해 명백한 위법 사실이 확인된 조건에서 불법적으로 종편을 승인해 준 방통위에 대해서도 전면적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의원도 “검찰의 원칙적 수사와 함께 방통위에 책임 물어야 한다”며 “종편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MBN> 의혹에 대해 방통위가 개인 주주 명단만 확인하면 검증될 일이었지만 방통위는 하지 않았다. 종편에 과도한 특혜를 부여해온 방통위가 불법적 종편 승인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정확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MBN> 차명 주식의 실소유자가 매경 신문사로 밝혀진다면, 종편 채널에 대한 신문사의 소유 지분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최대 주주 소유제한 위반 등 방송법 시행령 위반에 해당한다. 이 또한 종편 채널 승인 취소 사유다.

    김 사무처장은 “종편 채널에 대한 신문사의 지분 한도는 30%인데, 올해 6월 기준 현재 매경 신문사의 <MBN>의 지분율은 2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차명 주주들의 실소유주가 매경 신문사로 드러날 경우 신문사가 가질 수 있는 종편에 대한 지분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MBN 외 채널A, TV조선도 유사 의혹 제기돼

    자본금 불법 충당은 <MBN>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채널A>와 <TV조선>을 둘러싸고 유사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말을 종합하면, <동아일보>는 회사의 종편 출범 실무자인 A모 팀장의 누나가 대표인 중소기업 B회사에 30억 빌려주고, 그 돈으로 <채널A>이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회사는 종편 출범 요건인 납입자본금 마감 하루 전날에 <채널A> 주식을 샀다가 종편 승인을 받고 한달 만에 모두 매각했다.

    김 사무처장은 “<MBN>이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차명 투자를 했다면 <채널A>는 한 회사의 이름으로 차명 투자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아> 또한 현재 <채널A>의 지분을 29.3% 갖고 있다. <동아>가 B회사에 30억을 주고 주식을 사도록 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아>는 <채널A>의 지분을 3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셈이 된다.

    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고발했으나 2년간 수사 끌던 검찰은 2015년 30억원의 출처가 <동아>임을 확인하고도 차명 투자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TV조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다.

    종편 개국 1년 전인 2010년, 수원대학교의 재단법인인 고운학원은 장학금 지급 등을 위해 써야 하는 정부의 학교발전기금 50억 원을 <TV조선>에 투자했다. 이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자 재단은 2018년까지 <TV조선> 주식을 매각하고 그에 따른 손실은 재단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당시 재단이 밝힌 손액은 1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주식을 50억원 그대로 매입해줬다.

    김 사무처장은 “수원대 재단법인 이사장의 사위는 방상훈 <조선> 사장의 아들 방종호 <TV조선>의 대표이사다. 사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선>이 자사주를 액면가보다 높게 사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며 “<조선>이 의도적으로 주식을 고가로 사줬다면 부당한 이유로 회사에 손해 끼친 배임에 해당하며, 애초에 수원대와 손해 없이 주식을 되사주기로 약속한 것이라면 이것 역시 이면 계약으로 불법 행위”고 짚었다. 방통위는 이와 같은 이면 계약을 종편 세부심사 기준에 따라 승인 취소 사유로 밝히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방통위는 이 건으로 법률 자문까지 받아놓고도 모든 판단을 유보 중”이라며 “<MBN> 뿐 아니라 다른 종편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전면적 재조사해야 하며, 조사 권한 부족하다면 검찰에 재수사 요청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금융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MBN> 자본금 불법 충당 혐의를 비롯해 종편 채널 전체를 동일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훈 의원 또한 “그동안 종편 승인, 재승인에 관한 불법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검찰의 철저하고 원칙적인 수사가 진행돼야 하며, 이와 함께 방통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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