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청교육대 보내야”
    박찬주 발언 비판 쏟아져
    직장갑질119 “명백한 갑질·괴롭힘”···김종대 “장병들이 공분할 일”
        2019년 11월 04일 06: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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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인 ‘직장갑질119’가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사건’에 대해 “갑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명백한 갑질이자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박찬주 전 대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호 인재’로 영입을 시도했으나, ‘공관병 갑질 사건’이 회자되면서 당 내 반대로 영입이 보류된 상태다. 이에 박 전 대장은 “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다.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나”라고 억울해 했다.

    박 전 대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고, 스승이 제자를 질책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없듯이,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 등이 모인 ‘직장갑질119’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관병의 업무가 아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지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냉장고 절도, 전자팔찌 인신 구속, 잘못한 병사 지오피 유배 등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알고 있지 않다. 박찬주 전 대장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부인의 행위에 대해 ‘갑질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명백한 갑질,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노동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가이드’도 “사적 심부름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반복적으로 지시”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이 자신과 부인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고, 스승이 제자를 질책하는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직장갑질119는 “신고된 갑질을 갑질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갑질 사장의 인식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많은 공관장과 배우자가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자신의 갑질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갑질을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과 비유하는 황당함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찬주 전 대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의원 비서관들을 공관병처럼 대하지는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른바 ‘박찬주 갑질’의 여러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업무 외의 일을 지시하면서 이를 잘못이라고 여기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인격모독까지 서슴지 않는 사용자들의 행태에 관한 제보 내용이다.

    올해 6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 중엔 회사 간부가 여성인 직원에게는 화분을 관리하게 하고, 남성 직원에겐 닭을 키우게 한 사건이 있다.

    “전무가 화분이 마른 상태를 보고 화가 나 고함을 지르며 물을 안 줘서 화분이 말라 죽어간다며 욕을 했고, 그렇게 일을 할 거면 나가라고 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여직원에게는 화분을 기르게 하고, 남직원에게는 닭을 키우게 했습니다. 결국 이 직원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화분이 말라 있는 것을 본 이 회사의 간부는 직원에게 “화분 죽었잖아. 물 주는 데 (잎이) 왜 마르는데…내가 직원들에게 얘기하는데 고개 빳빳하게 쳐들고 대드는 게 어디서 배웠노? 업무 이외의 일을 하기 싫으면 다른 회사 가라”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직장갑질119에는 사용자의 밭에서 옥수수 수확과 판매 지시, 업무와 무관한 농사 및 농산물 판매 강요, 공공기관 이사가 선거에 출마하자 선거운동 지시, 사용자 집 쓰레기 분리수거 동원, 회사 간부가 입원하자 간병을 하라며 병원으로 출근할 것을 지시 등 회사가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는 ‘박찬주 갑질’ 사례 제보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박찬주 갑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직원을 노예로 부려먹는 악질 사장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박찬주 전 대장(방송화면 캡처)

    박찬주 “임태훈 소장, 삼청교육대 삼청교육대 보내야”

    박 전 대장의 기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관병들의 제보를 받아 ‘공관병 갑질 사건’을 직접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문제적 발언을 했다.

    박 전 대장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는 사람이 군대에 대해 재단하고 무력화 시키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 동조하는 정치인 또한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권센터가 사령관을 모함하는 것은 군 위계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산주의자들이 유치원부터 자녀 교육을 시켜서 ‘니네 아버지가 김일성 욕하면 신고하라’는 식으로 인륜을 파괴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군인권센터가 인권을 위해 무엇을 노력하는지 모르겠다”며 “군인권센터의 해체를 촉구하며 임태훈 소장을 무고죄와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장의 기자회견 직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찬주 육군 대장과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신께서 맺어주신 매우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반인권 커플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에서도 비판 일색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의 영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장 또한 “어디든 험지로 가서 1석이라도 더 차지하면 (자유한국당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고향인 천안으로 가든지 계룡으로 가든지 여기를 떠나지 말고 같이 하자는 분들이 많다”며, 총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군사정권이 영장도 없이 6만 명이 넘는 시민들을 체포해 온갖 인권유린을 저지른 범죄현장”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영입철회로 끝낼 일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 자신도 ‘황제의전’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인사답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은 끝까지 영입하겠다는 의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박 전 대장은 나홀로 전두환 시대에 살고 있나.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 살면서 군사독재시절의 적폐이자 인권유린의 상징인 삼청교육대에 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박찬주 전 대장은 군사독재와 냉전의 추억에 빠져있는 ‘구시대의 정당’ 자유한국당에 딱 어울리는 ‘구시대의 인재’”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삼청교육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박찬주 전 대장은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만들어줄 최고의 인사”라며 “내년 총선에서 공안검사 출신 당대표와 삼청교육대를 운운하는 군 장성 영입인사의 찰떡호흡, 브로맨스가 기대된다”고 비꼬았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 또한 박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에 대해선 “명예스러워야 할 대한민국 장군의 품격이 무너지는 광경”이라며 “전·후방 장병들이 공분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그런데도 황교안 대표는 박 대장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감싸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사람의 신분과 계급에 따른 귀천 당연시하는 박 대장은 지는 군대를 이끄는 패배하는 지휘관의 전형”이라며 “법과 규정도 자신의 권위 아래 굴복시키는 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한민국 군대는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지휘관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현 대안신당(가칭) 대변인도 “삼청교육대를 거론하다니 정신세계가 5공 군사독재 시절에 머물러있는 것이 틀림없다”면서 “이런 인사가 육군 4성 장군까지 올랐다니 군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모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면 논산훈련소라도 재입소시켜 정신교육부터 다시 받게 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이런 인사를 여전히 영입할 생각이 있는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박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에 관해선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공관병 갑질 사건에 대해서만 노영관 상근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감 따고 골프공 줍게 한 것은 사실이나 감 따는 건 공관병의 업무’라 해명하고 나선 박찬주 전 대장은 반성은커녕 잘잘못조차 분간을 못하며 당당하다”며 “제 집 단속도 못하고 큰소리치며 나선 박찬주 전 대장이나 그런 인물을 인재영입이라 입에 올린 황교안 당대표나 도긴개긴”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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