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수 신임총리, 김앤장 공화국 열리나?
    By
        2008년 01월 29일 05:43 오후

    Print Friendly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받친다는 말이 있다. 정말 재수 없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한승수씨가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로 내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무슨 대단한 근거가 있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냄새가 날 뿐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한국사회를 십 수 년째 배회하고 있는 그 악취가.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기자회견 중인 한승수 총리 지명자 (사진=뉴시스)
     

    인수위원장에 이경숙씨가 내정되었을 때는 국보위 군사반란 부역 경력이 문제가 됐었다. 이번에도 언론은 한승수 총리 내정자가, 아니 이젠 ‘내정인’이라고 해야 하나? 이명박 당선인이 ‘자’라는 말은 듣기 싫다고 ‘인’으로 돌려버린 판이니. 왜 잘 쓰던 국어를 복잡하게 꽈서 사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나. 한글도 영어처럼 어렵게 만들 셈인가?

    아무튼. 언론은 한승수 총리 내정자인지 내정인인지가 국보위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며 이것이 논란이 될 거라고 한다. 이경숙씨 때까지는 그랬다. 국보위는 나쁜 거니까. 그러나 한승수씨가 거론되고 보니 차라리 인수위 초기 때가 세월이 좋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국보위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신음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보위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현재 한국인들이 겪는 고통의 기원은 김영삼 정권에게 있다. 지금 말 많고 탈 많은 이명박 교육정책도 김영삼 교육정책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경제정책의 경우에는 이미 김영삼 정권 당대에 그 파탄상이 드러났었다. 바로 IMF라는 저승사자가 닥쳐온 것이다.

    그때 수많은 한국 기업이 도산하고, 수많은 한국 노동자들이 실직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 고통이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치유는커녕 고통의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단기간에 속성으로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정권은 유사 이래 김영삼 정권이 유일무이할지도 모르겠다.

    한승수는 IMF 부른 김영삼 정권 최고 실세

    한승수씨는 김영삼 정권 당시 최고 실세 중 하나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아~ 난 이때를 언급할 때면 치가 떨리고 심장이 뛴다, 바로 그 일천구백구십육년부터 일천구백구십칠년 초까지 문민정부 경제부총리로서 공룡부처인 재경원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한보철강 사태의 여파로 물러났고 IMF 사태는 그가 물러난 지 약 반 년 후에 터졌다.

    흔히 IMF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건 강경식 전 부총리다. 그는 그 때문에 정책 판단의 책임을 지고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당했다. 그러나 강경식 부총리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해도 불과 몇 개월 만에 어떻게 나라를 말아먹는단 말인가. 김영삼 정부의 정책팀 전체가 IMF 사태의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IMF 사태는 김영삼 정부의 섣부른 금융개방이 가져온 참사였다. 노무현 정권 때 한미FTA로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드러낸 개방만능주의의 첫 번째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한승수씨는 6공화국 때도 우루과이라운드에 관계했다. 그 후에도 꾸준히 개방론을 주장하고 있다. 가히 ‘미스터 개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분 같다.

    IMF 사태 때 강경식 팀은 일본에 돈을 구하려 했다. IMF는 우리나라에 더 큰 개방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식 팀이 일본에 사람을 보냈을 때는 이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일본의 수상과 대장성 장관에게 각각 한국에 돈을 융통해주지 말라는 서한을 발송한 상태였다. 한국은 반드시 IMF의 돈을 받아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전면개방의 길로 가야 한다는 미국의 각오였다.

    최악의 사채업자인 IMF에 걸린 한국은 신체포기각서대로 수술대 위에 올라 장기를 적출해 팔았다. 금융, 대기업 다 팔리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일터에서 적출당했다. 그때, 우리나라가 그런 일을 당했던 바로 그때, 한국의 엘리트들은 그런 일들을 좋아서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부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팔려간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첫째, 외환은행은 팔릴 회사가 아니었고, 둘째, 론스타도 은행을 살 만한 회사가 아니었다. 안 되는 일이 되는 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 엘리트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대목에서 거론되는 이름이 로펌 김앤장이다.

    김앤장, 론스타, 소버린에 등장하는 이름 – 한승수

    “김앤장, 외국자본 국내진출 ‘법률 교두보’ 김앤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의 국내 입성 과정에서 거의 빠짐없이 법률 자문이나 대리인으로서 ‘보이지 않는 손’ 구실을 했다.” – <한겨레>, 2006. 4. 18

    “론스타가 한국에서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사회의 구조와 그 인맥의 문제이다. 론스타가 어떤 협력자들로부터 어떤 조력을 받아서 외환은행을 인수하였는지를 밝혀야 하는 문제이다 … 몸통이라고 지목되는 김&장이라는 법률사무소의 인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참세상> 2007. 9. 13

    불행히도 이 대목에서 한승수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김앤장의 고문을 맡았었다.

    “로펌은 왜 고위관료를 탐하나? 김앤장의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변호사의 실력보다는 … 바로 고문 직함을 달고 있는 고위관료 출신들의 힘 … 김앤장 고문들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재경부와 금감위의 입장이 론스타의 인수불가에서 예외승인으로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 고위관료 출신의 로펌 고문들이 법조브로커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 <월간 말> 2007. 6

    한승수씨가 론스타 사건의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적어도 론스타 사건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책임 관계와 상관없이 새 시대를 연다는 새 정권의 첫 총리로 왜 하필이면 김앤장의 고문을 모셔다 앉혀야 하느냐는 게 문제다.

    이러다가는 김앤장 공화국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건 수 십 년 된 국보위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 개방과 외국자본의 침탈로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2003년에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소버린 측이 당시 사외이사로 한승수씨를 추천했었다는 사실이다. 왜 악명 높은 투기자본에게 추천받은 분이 대한민국의 신임 총리가 되어야 하나? 소버린에게 낙점 받은 것은 전두환에게 낙점받은 것보다 더 나쁜 일이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IMF 사태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경제를 지휘했고, 김영삼 정부 최고 엘리트 중 하나였으며, 김앤장의 고문 출신이고, 소버린의 추천을 받은 사실들에 비하면 국보위 경력쯤은 애교로 느껴진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국보위 활동 하나만 하고 IMF나 외국자본과는 상관없는 정통 보수 인사를 총리로 모셔달라고 읍소라도 하고픈 심정이 든다.

    현재 총리인 한덕수씨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김앤장 고문 ‘가’에서 김앤장 고문 ‘나’로 총리가 바뀌는 것이다. 정말로 김앤장 공화국이 열리는 것인가. 게다가 국제적 금융위기설이 대두되는 이때 극단적 개방정권이라니. 우리 국민들이 2007년에 무슨 투표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