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증가, 10년만 최고수준
    조사방식 변경 탓?···임금 격차도 심화
    정의당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실종 상태'"
        2019년 10월 31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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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해보다 86만7천명 증가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가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존에 없었던 고용예상기간 등을 조사항목에 추가함에 따라 그동안 통계로 잡히지 않았던 최대 5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새롭게 포함된 것인데, 이를 제외해도 비정규직이 40만 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따라 220만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비정규직 쇼크’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해 8월 기준 748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노동자 2천55만9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661만4천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3.0%였다. 단순 비교하면 올해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6만7천명(13.1%)가 더 많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 관련 첫 간담회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조사방식 변경 등 과거와 다른 통계 형태 탓?

    이에 대해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31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86만 명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와 다른 통계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조사에서 ‘(일하는) 기간을 정했습니까’하고 묻고 기간을 정했으면 기간제로 분류했는데, 이번엔 기간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고용이 예상되는 기간을 물으니까 (응답자가) 다시 한 번 인식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본조사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형태로 조사가 돼서 같은 회사에서 지난해는 정규직으로 조사가 됐지만 올해는 비정규직으로 조사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고, 통계청에서 추정하기로는 그 규모가 35만에서 50만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기간을 정해서 일하지 않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 조사에선 일하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을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분류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일하는 기간을 정해놓지 않았더라도 예상근무기간 다시 물어서 비정규직 규모를 새롭게 조사했다는 뜻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단순히 조사방식 변경으로 인해 추가로 발견된 비정규직 50만명(최대치)을 제외해도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은 4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작년 취업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3천 명이 늘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숫자가 아무리 늘어도 3천 명 이상 늘 수는 없다. 그런데 금년 같은 경우는 작년보다 취업자 수가 45만 명이 늘었다. 취업자의 3분의 1 정도는 비정규직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 통계로 보면 15만 명은 자연스럽게 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45만 늘은 것 중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39만 명이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본업에서 나와 기간제거나 시간제일 가능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많지 않나. 특히 정부가 60대에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의 영향으로 그게 약 10만에서 15만 명이라 기간제나 시간제가 더 늘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과 취업자 증가폭을 생각해봤을 때 (비정규직 관련 통계 수치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의 해석은 다르다. ILO(국제노동기구)가 권고한 국제종사상지위분류 기준을 적용해 특수고용노동자까지 조사항목 기준에 반영됐다면 비정규직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여전히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 포함하면 비정규직 규모 1000만명 육박

    한국노총은 지난 29일에 낸 성명에서 “2019년 3월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한 특고 종사자의 규모는 최대 220만 명”이라며 “단순 추정이긴 하지만 이 숫자대로라면 오늘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는 900만 명을 넘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치가 될 수도 있었다”고 짚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훗날 ‘비정규직 쇼크’를 받지 않기 위해선 ILO의 종사상지위분류 개정 권고사항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특고 노동자들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심도 깊은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통계청 조사 결과는 비정규직의 증가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임금노동자의 최근 3개월(2019년 6~8월)간 월평균 임금은 264만 3천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만 5천원(3.3%) 증가했다. 정규직은 316만 5천원으로 15만 6천원(5.2%)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172만 9천원으로 8만 5천원(5.2%)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140만원이 넘는다.

    사회보험 가입률에서도 임금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은 75.7%, 국민연금은 69.5%, 고용보험은 70.9%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건강보험 48.0%, 국민연금은 37.9%, 고용보험은 44.9%에 그친다.

    정의당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실종”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29일 논평을 내고 “기간제와 파견,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의 남용과 확대를 막지 않고서는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격차 해소는 불가능하다. 노동자의 이중구조화 확대는 곧 전체 국민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근본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정책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정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정착, ‘양질의 일자리 창출’, ‘소득불평등 해소’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술 더 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철’ 등의 관철을 위해 ‘지금 보다 훨씬 더 인내하라’며 등을 돌렸다”며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의 실종을 규탄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공공부문에 한정하는 등 미흡함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민간위탁 부분에서 중단된 공공부분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끝까지 마무리하기를 바란다”며 “또한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법 제정’,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특수고용 노동자 규모 감소’등 시작조차 못하고 실종된 민간부문 비정규직 정책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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