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식품연맹, 해고와
    한국사무실 폐쇄 일방통보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의 분투기-2] 퇴직금 싸움의 시작
        2019년 10월 21일 1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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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의 분투기-1] 국제산별노조에서 해고되고 퇴직금 받아내기

    군불 지피기 에피소드

    안녕 승우야. 작년에 이모 군산으로 이사 오기 전에, 엄마랑 이모들하고 다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할 때 승우가 ‘퇴직금’이 뭐냐고 물어봤잖아? 그래서 이모가 ‘회사에서 일하다 그만두면 주는 돈이야. 근데 이모가 일했던 데서 안 준다 길래 싸우고 있어.’하고 알려줬더니, 네가 ‘안 주면 칼로 찔러버리지’ 했던 말, 기억나니?

    그때 이모 편을 들어주는 승우가 속으로는 많이 고마웠지만, 승우에겐 이렇게 말했지. ‘그럼 이모도 똑같이 나쁜 사람 되잖아.’라고. 그날로부터 거의 1년이 다 됐네. 이모는 아직 퇴직금을 받지 못했어. 그래서 (10월 9일 현재) 이모가 거의 1년 동안 퇴직금을 받아내려고 어떻게 했는지, 그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들어줄래?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 승우

    퇴직금 받아내기 싸움의 시작

    작년 10월 16일, 처음으로 이모가 가입한 전국여성노동조합을 통해 이모의 ‘체불된 퇴직금과 수당을 지급하라’고 IUF에 공문을 보냈어. 아, IUF는 이모가 일했던 국제산별노동조합 중 하나야. 국제식품연맹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먹는 것과 관련된 1차 농업, 2차 식품가공, 3차 직접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을 회원으로 모집하는 곳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쉽게 말하면 노동조합은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도와 해결해주는 일도 하는 곳인데, 이모는 그런 노동자들을 돕고 지원하는 일을 했어.

    그런 노동조합에서 왜 이모를 해고하고 퇴직금도 안 주는지 참 이상하다고? 이모도 처음엔 충격이 컸어. 12년 넘게 일했는데… 너도 누나랑 이모가 일했던 사무실에 왔던 거 기억나지? 그 한국사무소를 갑자기 폐쇄한다고 한국의 회원들에게 알리더니, 그 이틀 뒤 이모를 해고한 거거든. 갑작스럽게 ‘사무소’를 닫는데, 이모가 해야 할 일이 태산이어서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이모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어.

    무엇보다 한국의 회원노조들이 ‘갑자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며 화를 많이 냈어.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고가 된 이모가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거야. 이모가 해고된 바로 그날 말하고 있는 거야. 왜냐면 작년 3월 28일 한국사무소 폐쇄 통보 편지를 지역총장이 국제 우편으로 보냈고, 그 이틀 뒤인 3월 30일에 한국 회원들이 편지를 받게 돼서 이모한테 전화를 한 거거든.

    한국사무소 일방 폐쇄 통보를 한 지역총장은 (대개는 이모의 해고와 상관없이 갑작스런 결정에) ‘항의’하는 한국 회원들에게 ‘죄송’의 ‘죄’자도 꺼내지 않고 한국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 아냐며, 그리고 (나중에 따져 물어 알게 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자신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식이었지. (계속되는 항의에 지역총장은 그해 9월에 한국에 오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어.)

    여성노조에 보낸 한국사무실 폐쇄 통지서

    사실 이모는 지역총장이, 2016년 10월 아태지역 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되고 나서, 그 해 연말부터 이모를 대하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 그러더니 2017년 1월 초 이모가 휴가 중일 때부터 (여기서 자세히 말할 순 없고, 어떤 사람들은 이모랑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모를 ‘못살게 굴기’ 시작했지. 그렇게 1년 넘게 서로의 사이가 안 좋게 됐어.

    이모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IUF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그 전과는 달리 조금 친절한 태도를 보이더라. 하지만 결국 이모가 혼자 일했던 사무소를 먼저 폐쇄하고 나서 해고가 됐지. (그런데 재밌게도 이모에게 보낸 해고통지서엔 ‘이모도 모르는 얘기’와 함께 이모가 그만 두겠다고 해서 ‘근로계약’이 끝나는 것처럼 썼더라고. 1년 전에 그만둔다고 했을 때 자신이 붙잡은 얘긴 쏙 빼고 말야. 그 얘긴 너무 기니까 다른 기회에 알려줄게.)

    해고 통지서

    왜 ‘해고’된 것에 싸우지 않았느냐고? 음… 해고된 건 많이 슬펐지만, 그 사람이 지역총장으로 정식 선출되는데 이모도 꽤나 노력했거든. 예전에는 몰랐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선출되고서야 알게 됐으니, 우선 이모도 ‘사람을 잘못 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 이모도 일반 회사가 아니고 노동조합인데, 더 이상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또 다른 이유는 이모가 계속 일해도, 그 사람하고 사이가 안 좋으면 한국은 물론, 아태지역 회원들에게도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록 해고됐지만 싸우지 않기로 했던 거지.

    그런데도 퇴직금은, 한국의 법률에 따르면, 이모처럼 해고됐거나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그만뒀거나 상관없이, 일했던 사람은 누구나 당연히 받는 돈이거든. 이모도 먹고 살아야 하고, 해고되기 전후의 일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쉴 수 있게 돈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모의 노동조합 위원장님이 ‘4대 보험도 안 들어줘서 실업급여도 못 받는데 퇴직금은 받아야지’하면서 이모를 응원했고, 다른 법률 전문가 선생님들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줘서 작년 10월 16일부터 ‘퇴직금 받아내기’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어.

    쌍방의 상이한 주장

    그런데 너무나~ 어려운 거야. 이모 노동조합은 5번이나 ‘체불퇴직금을 지급하라’는 공문을 IUF에 보냈고, IUF는 3번 대답했어. 그 대답에서 IUF는 이모가 서명한 근로계약서 8항 ‘계약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혹은 종료될 경우 IUF를 대상으로 어떠한 추가 금전요구를 하지 않으며 추가노동시간 혹은 휴일/주말근로를 포함한 이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 이상으로 추가 보상을 구할 수 없다’에 따라 줄 수 없다고 했어.

    근로계약서 8항 문구

    이런 걸 어려운 말로 ‘포괄임금제’라고 하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모는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공문을 보낸 거거든. 설사 이모가 ‘포괄임금제’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해도 국제사법 28조(근로계약)에 따르면 일할 때 적용되는 법률(준거법)을 한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혹은 스위스로 정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이 한국법이 정한 강행규정보다 나쁠 경우 효력이 없다고 하거든. 그래서 이모는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달라고 한 거지.

    그런데 IUF는 이모가 서명한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없는 ‘인도네시아 법률이 준거법’이라고 하면서 ‘줄 수 없다’고 말하지 뭐니. 그렇게 작년 10월 중순부터 전국여성노조-IUF 간에 오고간 공문 싸움은 2월 중순으로 끝나게 돼. 왜 더 이상 보내지 않았냐고? 그 얘기를 지금부터 해줄게. (관련 블로그 링크)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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