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영구승리' 예견되는 위기 상황
    2006년 08월 09일 07: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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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총선 이후 재보궐 선거, 지방선거의 연이은 참패로 진보개혁세력은 존속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의 영구적 선거승리가 점쳐지는 위기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임혁백)

“제1의 책임은 참여정부에 있다. 합리적 정책대안으로 내지 못한 민주노동당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오도하고 있는 운동 리더들과 지식인들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형기)

중도좌파지식인 모임으로 이른바 ‘한국형 제3의 길’을 표방한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김형기, 임혁백)이 참여정부의 잇단 선거패배라는,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대위기’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좋은정책포럼은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열고 참여정부와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뼈아픈 반성적 성찰’을 쏟아냈다. 특히 발제자로 나선 임혁백, 김호기, 정해구 교수 등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을 지낸 바 있어, 보수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진보진영인사들은 중도좌파의 위기 진단과 대안에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과연 제3의 길이 있긴 한건가”, “진보개혁세력인지, 진보와 개혁세력인지, 진보와 개혁을 묶으면서 인식의 혼돈이 발생한다”, “원인 분석은 저널리즘 수준을 못 벗어나고 대안은 원인을 뒤집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전투적 조합주의니, 노조이기주의니 이런 수준의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은 한미FTA만 하기도 벅차다” 등의 비판들이 쏟아져왔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좌파 신자유주의’

기조발제에 나선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정체성, 통치능력, 한반도 평화관리 등 ‘3중의 위기’(trilemma)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세계화를 대면하면서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딜레마에 처했고, 참여정부는 한·미FTA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며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정체성 혼란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 역시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 추진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한국 정치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은 오히려 분명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도 “민주화를 주도해온 개혁세력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패배가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패배로 상징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죄송스럽다”면서 참여정부의 정체성 혼란 지적에 대해 “표결이나 토론을 해보면 일관된 흐름이 안 잡히고 사실상 자신감 없이 좌고우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진보와 개혁세력인지, 진보개혁세력인지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후,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진보세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형용모순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정치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괴리돼 있다”면서 “‘정책이념이 같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결사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에도 잘 안 맞는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모여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취약한 통치능력을 가지고 대북 자주노선과 분배 정책 두 가지를 다 끌고 나가려니 반대파에 부딪혀 주저앉고 말았다”고 지적하면서 “자주노선, 경제 분배정책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피해 본 노동자 윽박지르지 말라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정치세력은 물론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좋은정책포럼의 공동대표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정치 위기의 배후에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위기가 있다”며 운동 리더와 지식인들의 책임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지목하며 “노동운동은 현실과 유리된 이념적 편향과 전투주의, 집단이기주의로 공감대를 상실하고 고립돼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시민운동 역시 “소극적 저항의 주체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발전 박승옥 대표 역시 ‘저항과 투쟁을 넘어선 성찰과 전환’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노동운동은 기업별 노조의 한계에 갇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에 매몰된 이기주의 집단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운동에 대해서는 “부정과 비리·부패에 대한 폭로와 반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의제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시민운동이 성장주의, 전문자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혁재 교수는 “참여정부 초기에 걸었던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면서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까지 다시 떠안아야 되는 상황”이라면서 “시민단체 역량은 양극화, 평화, 삶의 질 문제 다루기에도, 한미FTA만 매달리기에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운동진영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포럼에서 지적된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운동의 위기는 절반 이상 노동자가 비정규직이고 또 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떠도는 노동의 위기”라면서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들에게 자꾸 책임을 묻고 윽박지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걸음 더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책은 좋지만 과거는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위원장은 또한 김호기 교수가 주장한 사회협약과 관련 “중요하고 조건이 부족한 대로 일단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림 다 만들어놓고 사진 찍자는 식으로 사회협약을 강요당하다시피 했다”면서 “최소한 3~4년 토론해서 협약이 나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개혁세력 대안 찾기 골몰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의 “반동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에서도 드러나듯 참석자들은 진보개혁세력이건, 진보와 개혁세력이건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했다. 김부겸 의원은 “한국적 제3의 길을 확실히 만들지 않고서는 진보개혁, 민주개혁 세력이 다음에 집권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임혁백 교수는 내년 대선을 계기로 “사회적 다수를 차지하기 위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의 주전장은 민주화 담론 전쟁에서 세계화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한나라당을 겨냥 “한국의 보수는 이미 세계화, 자유화, 공동체 개혁의 ‘선진화’라는 담론을 선점했다”면서 “진보개혁세력은 선진화 담론을 압도할 수 있는 대안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정한 세계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 지속가능한 사회통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임 교수의 대안에 대해 “현단계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역량 갖고 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호근 교수 역시 “진보 쪽으로 틀어서 지켜내는 것도 큰 일로 ‘제한적 진보주의’만 가능하다”면서 “주제를 알고 너무 성급하게 하지 않으면서 그 역사적 계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혁재 교수는 진보개혁세력의 대안으로 김호기 교수가 제안한 사회계약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개혁세력은 대외적으로 세계화에 적극 대응하고 남북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대내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질 높은 민주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개혁세력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사회협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부겸 의원은 “한국적 제3의 길을 확실히 만들지 않고서는 진보개혁, 민주개혁 세력이 다음에 집권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과연 제3의 길이 있긴 한 건가”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보수세력이 선진화 담론으로 무장하고 나온다면 열린우리당이 설 자리 없을 것이지만 최근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을 보면 보수세력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선거라는 전투에서 한 번 더 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내비쳤다.

반면 노회찬 의원은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치세력 편재가 사회 존재들의 갈등에 비례해 대립 경쟁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면서 “내년 대선을 전후한 과정에서 대대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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