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소는 총선 이후에 키우는 걸로···
13년째 한걸음도 진도 나가지 못하는 '차별금지법'
    2019년 09월 19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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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뒷북이라는) 비판은 많이 받았죠. 과거 정부의 성격 때문에 인권위가 의제를 선도한다기보다 굉장히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권위가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그냥 많은 관료 조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직이 되면 인권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지론은 제 기능을 못하는 조직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성품상 위 아래에 맞추는 성격이 아니다”, “인사청문회 때에도 국회의원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가지고 계속 질의했지만,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 등과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을 직접 성안해 국무총리에게 제정을 요구한 것은 2006년이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가 결단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햇어요. 이렇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기업과 학교가 차별금지법에 따라 작동할 준비가 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거쳐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목표예요” (한겨레 2018.11.23)

그렇다. 보수 기독교계 세력 등과 그들에 기대어 정치를 하려는 세력들이 차별금지법 입법을 가로막아온 세월이 법안이 발의된 이후 어언 13년이나 흘렀다. 발의한다고 통과되는 게 아니다. 통과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도 그런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성폭력 상담소’등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을 경험한 최영애 위원장은 ‘위 아래메 맞추는 성격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인권위원회의 본연의 업무를 정치적 외풍에 휘둘림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시면 좋겠다. ‘뒷북’만 두드리는 관료적 조직이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애초의 결기를 갖고 임하시기 바란다. 모두가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며 의제화 자체를 꺼리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필자소개
이창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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