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과거에 있다”
더 나은 세상 꿈꾼 20세기의 사유들
[책소개] 『21세기를 살았던 20세기 사상가들』(장석준,우석영(지은이)/ 책세상)
    2019년 09월 07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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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았던 20세기 사상가들》은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장석준과 환경철학 연구자 우석영이 2016~2017년 《한겨레 21》에 <20세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원고를 모태로 한 책이다. 20세기 진보사상가 20인의 핵심 사상을 소개하는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의 사유 궤적을 추적한 20세기 진보사상사’라고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더욱 강조하는 것은, 21세기 초반인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첨예한 사상적·실천적 화두의 단초가 이 20세기 진보사상사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사회적 약자의 연대, 진보정치, 기본소득, 복지국가, 대안생산, 정보민주화, 동물권리, 재생에너지와 같은 현재 또는 미래의 가치·사상·제도의 씨앗을 뿌린 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사상의 계보 추적을 넘어서는 현재와 미래의 ‘모색’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오-래된 미래의 사상’ 그리고 ‘뉴트로 혁명가들’

뜨거운 시대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뿐만 아니라 사회 모순으로 갈등이 심화하는 인간사 역시 뜨겁다.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해줄 통찰을 얻고자 저자들은 지난 세기에 미처 조명받지 못한 유산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길어 올린다. 이른바 ‘뉴트로’ 열풍이 지적·실천적 차원에도 있다면, 《21세기를 살았던 20세기 사상가들》에서 주목한 20세기 진보사상은 ‘오래된 미래의 사상’으로서 우리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가령 386세대로 일컬어지는 중장년층은 ‘민주’ ‘저항’ ‘운동’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는 한편, 새로운 미래를 기획하는 세대는 현재의 다급하고 중차대한 문제들을 헤쳐나갈 ‘색’다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올해, 우리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극일’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비롯해 소득 격차, 고용 불안, 기후 위기 등의 난관에 부닥쳐 있다. 이 책은 지난 100년을 지나온 사상적 거인들의 삶과 신념을 망라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진보 지형의 이해를 돕는 한편, 우리가 반성해야 할 삶의 양태를 짚어주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인사이트를 키워준다.

안창호는 아는데 대공주의는 모른다면?
마르크스는 아는데 앙드레 고르는 모른다면?
리처드 도킨스는 알아도 린 마굴리스는 모른다면?…

이 책은 진보사상의 풍부한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배열한 뒤, 그 안에서 현재적 의미가 남다른 20세기 인물 20인을 선별한다. 가령 초기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여성 참정권운동에 집중했던 인물 대신,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를 주장하여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의 가교 역할을 했던 실비아 팽크허스트를 첫 번째로 다룬다. 또한 자연이 자신을 지속할 권리인 자연권을 주장한 레오폴드, 에너지법의 골격을 세워 탈원전의 단초를 놓은 헤르만 셰어, 대의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대중 참여로 대의권력이 더욱 민주적으로 관철되는 ‘이중권력’을 지향했던 랠프 밀리밴드, 첨단과학이 일하는 사람들을 내쫓는 것이 아니라 참여시키는 시스템을 실험했던 스태퍼드 비어, 항일 민족해방운동사에서 새로운 사회 건설에 관한 비전으로 큰 족적을 남긴 김성숙과 조소앙 등을 돌아본다.

이들은 새로운 문명의 이정표를 세우거나 귀감이 될 만한 삶을 먼저 살았기에 최근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추세인데,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이들이 남긴 통찰의 별을 따라 나아가며 한발 앞서 미래를 위한 사상적 영감과 실천적 지혜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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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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