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피폭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
[책소개] 『핵발전소 노동자』(테라오 사호(지은이) 박찬호(옮긴이)/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9년 08월 24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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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을 노래하는 가수가 핵발전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 여섯 명의 ‘핵발전소 노동자’를 인터뷰하여 그 실상을 기록하다.

이 책의 지은이 테라오 사호는 가수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일본에서 핵발전소 자체가 모두의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아노 치면서 토크쇼 하는 가수가 핵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상을 담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지은이는 우연한 기회에 핵발전소에서 일하다 피폭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핵발전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 노동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하여 여섯 명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책은 자신의 일에 대해 좀처럼 말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무거운 입을 열게 하여 기록한 귀중한 증언집이다.

도대체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일상의 노동이 어떠하며, 노동자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핵발전소의 점검이 느슨해지고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 숙련 노동자들이 줄고 있어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혼란에 대해서도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다.

방사능이 흐르는 곳에서 노동자들은 막 쓰이고 버려진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피폭 위험이 높은 현장에 투입되며, 일정한 피폭량에 도달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 피폭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아 피폭에 의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피폭 현장의 노동은 브라질계 일본인, 이주 노동자 등 얼굴 없는 노동자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방사선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반핵운동을 해왔지만, 나는 그동안 피폭 노동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했었다. 한때 방사능에 피폭된 원전 노동자의 산재 인정을 위하여 노력해본 적도 있었지만,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하였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주변 주민과 전체 일본인의 피폭 상황을 알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정작 가장 심각하게 피폭되고 있을 사후 처리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었다.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회피가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 혹시 이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던 바로 그 문제, 핵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고통스러운 이야기인 피폭 노동을 정면으로 다룬다. 나로서는 읽기 시작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한꺼번에 밀어내듯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 김익중 (반핵의사회 공동운영위원장,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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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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