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식량위기다
[에정칼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기본은?···곡물자급률 24%
    2019년 08월 20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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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반인 토지 변화와 기후변화의 관계와 그 영향력을 전망하면서 인류의 토지 사용과 식량 생산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는 자연과 함께 황폐화할 것이란 경고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토지는 식량, 물 등을 제공하여 인류의 생존과 복지에 중요한 기반으로 기능하며, 기후시스템에 있어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생물 다양성, 인류의 건강, 식량 체계를 악화시키며, 지역에 따라서는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토지의 변화는 폭염, 가뭄, 호우 등 극한 현상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토지가 상호 악순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토지의 질을 극적으로 악화시키고 인류의 토지 사용이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점점 희소해지면서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식량의 질도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농산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사막화, 해수면 상승으로 식량의 가용성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계속될수록 저위도 지역에서는 기아가 발생하고 대규모 이주가 일어나며 고위도 지역에서는 산림들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이 이미 사막화되는 지역에 살고 있고, 토지는 빠르게 유실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일으켜 식량 생산에 어려움을 초래하면서 이미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 여파는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국경을 통과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온 이주민들이 2010년~2015년 기간 동안 5배나 증가한 것이 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가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독자적인 식량안보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사료포함)은 2017년 기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인 32위다. 사료를 제외한 식용 곡물만을 계산한 자급률도 48.9%이며,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할 경우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가 약 97억 명이 되면 지금보다 1.7배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60년대 90%였던 자급률이 24%로 떨어진 이유로는 육류소비 증가, 농경지 감소, 식량에 대한 문제 인식 부족이 제기된다. 한국의 농지는 해마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가량인 2만ha씩 사라지고 있고, 1970년대 농지면적은 약 230만ha였으나 산업단지와 택지, 도로 등 개발로 30%가 훼손된 상태다. 그런데 정부는 2018~2022년 농업·농촌·식품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이전 계획보다 낮게 설정했다.

IPCC 특별보고서는 토지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를 통해 토지 황폐화 예방 및 감소, 토지 생산성 유지, 토지 황폐화에 대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감소시켜야 한다. 지구 온도를 1.5도 또는 2도 미만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해선 토지 기반 기후변화 완화 정책과 조림, 산림 파괴 방지, 바이오에너지 등을 통합한 토지이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식량 손실과 음식 낭비를 줄이거나,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등의 식량 체계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다. 이는 식량안보와 탄소 저배출을 강화하며,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뿐만 아니라 사막화 및 토지 황폐화를 감소시키고, 공공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온실가스 배출제로 정책과 토지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함께 고려하면서 시행해야 한다. 에너지와 식량공급시스템은 글로벌가치사슬로 얽혀 있다. 에너지와 식량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악영향은 일본의 무역보복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붕괴 위기에 놓일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던 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기본을 명심하길 바란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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