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부산 자사고 10곳
    교육부, 재지정 취소 수용
    전교조 "개별학교 판단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삭제해야"
        2019년 08월 02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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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서울·부산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청을 수용했다. 이로써 서울 지역 자사고 9개와 부산 지역 자사고 1개는 자사고의 지위를 상실해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 서울 9개·부산 1개 자사고 취소 결정

    교육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경문·이대부고·한대부고 등 9개 학교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요청과 해운대고에 대한 부산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재지정 취소가 결정된 9개 서울 지역 자사고는 자발적 전환 신청을 요청한 경문고를 제외하고 9개 학교가 모두 평가 기준점에서 미달한 점수를 받았다. 이들 학교는 교육청이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지 않아 평가지표를 예측할 수 없다며 재지정 취소에 반발해왔다.

    그러나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대부분 지표가 2014년 평가지표와 유사하고 자사고 지정 요건과 관련된 사항을 평가하고 있어 학교 측에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므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외에도 서면 및 현장평가, 평가 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신청 등의 과정에서 별도의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가가 진행됐다고 봤다.

    평가 내용과 관련해서도 “서울시교육청이 재량으로 설정한 학교 폭력 예방 근절 노력, 학교 업무 정상화 및 소통 학교 문화 조성 등의 지표를 중점 검토했다”며 “해당 지표들은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관할 고등학교에 배포한 학교 자체 평가 지표에 기반해 학교 현장의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였기에 적법하고 적정한 평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지정 취소 대상 자사고들이 건학 이념 및 지정 취지를 반영한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 과정의 다양성 확보 노력 등이 부족하다는 서울교육청의 평가 역시 적정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 충원 미달, 교육재정 부복 등을 이유로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요청한 경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역시 동의했다.

    방송화면

    아울러 부산교육청의 해운대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청 과정도 적법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이 법률 불소급 원칙에 반한다는 해운대고의 주장에 대해 “법률 불소급 원칙은 사후에 소급해 책임을 지우는 입법을 금지한다는 원칙으로 행정행위인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와는 무관하다”며 “(부산교육청의) 평가 계획 안내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고교서열화 극복”에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배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존중한 교육부 동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이번 결정이 오히려 학교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교육부 결정을 계기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한 고교체제 개선이 이루어져 초·중등교육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청에 대해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고 평가 적정선도 부족하다”며 부동의한 바 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말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과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자사고 폐지라는 대 명제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오락가락 자사고 정책에 정의당 “다분히 정치적 결정”
    자사고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삭제 촉구해

    교육계와 일부 정치권에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관한 교육부의 일관되지 않은 모습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을 통한 교육서열화 극복 등 교육개혁의 원칙으로 저버리고 개별 학교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전교조는 정부가 자사고와 특목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삭제를 통해 교육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날 낸 논평에서 “자사고 정책이 낳은 폐해가 분명함에도 ‘좋은’ 자사고와 ‘나쁜’ 자사고를 가리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반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예상되는 법정 공방 등 논란에 대해 “정부가 자사고 폐지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시·도교육청의 평가로 책임을 떠넘긴 결과”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내년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 12개교, 외고 30개교, 국제고 6개교, 국제중 3개교 등으로 더 심한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교육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사고, 특목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제14조 영재학교의 입학자격 등) 개정을 통해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즉각 발표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앞서 정의당은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교육부의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 유지 결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발했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결과적으로는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진 자사고는 봐주고,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자사고는 취소시킨 셈”이라며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교육부가 상산고와 같은 구 자립형이나 대외적 힘이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주어 여전히 고교서열화, 초중학교 입시교육, 사교육비 등의 문제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는 자사고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개별로 하나하나 논란을 벌이는 지금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교육정책의 피로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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