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경비 용역업체 '태가비엠'
    민주노조 탈퇴 강요, 괴롭힘 등 심각
    노동자들, 용역계약 전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청원
        2019년 07월 31일 05: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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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브란스·고대안암·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학교 등에 청소·경비 노동자를 파견하는 용역업체인 ‘태가비엠’이 특정 노동조합 조합원에게만 힘든 업무를 배치하는 등 상습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업체는 친회사 노조를 돈으로 매수한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로 기소까지 된 상태다. 해당 노조 조합원들은 31일 고용노동부에 태가비엠이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가비엠이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탈퇴를 회유·협박하고 친회사 노조 가입을 유도하는 등 상습적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청 앞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태가비엠은 현재 세브란스·고대안암·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계약하고 청소·경비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태가비엠은 노조 탄압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지난해엔 동국대학교에도 청소 용역을 공급했으나 부당노동행위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일면서 계약이 해지됐고, 이화여대 입찰 과정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은 ‘태가비엠 거부’ 피케팅, 본관 점거농성 등을 벌일 정도였다.

    태가비엠 홈페이지

    민주노조 탈퇴 종용, 시말서 강요, 따돌림, 금품매수까지
    청소·경비 용역업체 태가비엠의 민주노총 깨기 작전

    지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태가비엠의 ‘민주노총 깨기’는 기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친회사 노조 가입을 종용해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이 업체는 민주노총 탈퇴와 친회사 노조 가입 종용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부여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유로 시말서 쓰기 강요하고 욕설,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벌였고, 신입사원과는 황견계약을 맺어 친회사 노조 가입을 강제했다.

    지부에 따르면, 고대안암병원에선 2014년까지 민주노총 노조만 있었으나 태가비엠이 현장 관리자들을 앞세워 2015년 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철산노)를 설립했다. 철산노를 탈퇴하고 민주노총 노조를 가입한 이들에 대해선 업체와 철산노 조합원들이 퇴사를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따돌림 등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2017년 소수노조로 전락하면서 교섭권을 박탈당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선 ‘불만이 많다’, ‘업무시간 전 떡을 먹었다’ 등 터무니없는 이유로 시말서 작성을 강요한 사례도 있다.

    태가비엠이 특정 노조를 금품으로 매수한 혐의도 제기됐다. 지부는 “2017년 공공노조 교섭권 상실되고 철산노가 교섭대표노조가 되고부터 사측은 철산노에만 복지기금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이 발각됐다”며 “이는 사실상 돈으로 노조를 매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태가비엠 대표이사는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됐다.

    “노조파괴 수단된 직장 내 괴롭힘”
    민주노총 조합원에만 힘든 업무 배치
    청소 노동자들, 노조 가입 이유로 근골격질환 시달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만 힘든 업무를 부여하는 것 역시 태가비엠의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방식이다.

    병원 내 감염박스, 쓰레기 운반 업무는 한번에 150kg 이상 운반차를 8~10차례 다루는 것으로 노동강도가 높아 돌아가면서 하던 업무다. 그러나 태가비엠은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4명에게만 30개월째 이 업무를 맡기고 있다. 조합원 4명은 모두 근골격질환에 걸렸고, 1명은 병가 후 퇴사했다. 조합원 다수는 이와 같은 문제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민주노총 소속 청소노동자도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병원의 중요한 장비와 직원들 유동이 가장 많으며 공간규모가 큰 곳, 폐기물과 재활용품 각종쓰레기들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곳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선 “거기에 배치되면 퇴사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환배치가 이뤄지던 곳이었으나, 지난해 10월 태가비엠과 계약을 한 후 전환배치를 중단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만 해당 공간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지부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만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하고 배치전환을 없애버리는 행위 등다양하고 상습적인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한 상황”이라며 “노조를 적대시하는 사용자가 노조파괴의 수단으로 상습적 직장내괴롭힘을 가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태가비엠, 노동자 괴롭힘 수준 평균 2배”

    태가비엠의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서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서울지역 23개 기관 용역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의 각 사업장별 조사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수준에서 고려대안암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각각 4.11과 4로 측정되어 평균치인 2.2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자료 캡처

    최근 1년간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대해 유형별로 질문했을 때 ‘최소 1개 이상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응답은 64명으로 36.4%, ‘월1회 이상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은 31명으로 17.6%였다.

    그러나 태가비엠과 용역 계약을 맺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경험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월1회 이상 괴롭힘 경험이 있는 경우도 75%나 됐고, 고대안암병원 또한 경험비율이 90% 이상이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세브란스병원은 응답자 모두가 ‘노조 참여 불이익’을 경험해 가장 높은 빈도를 기록했고, 고대안암병원 또한 ‘노조 참여 불이익’이 56%로 조사됐다. 업무배정 불이익은 세브란스 100%, 고대병원 44%로 나타났다.

    이 밖에 소리치기(세브란스, 고대병원 67%), 해고협박(세브란스 67%, 고대병원 56%)의 유형도 여타 기관에 비해 높았다.

    노동부, 비정규직 노조 탄압에 수수방관…사실상 탄압 종용 효과

    원청이 태가비엠의 노조탄압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2016년 6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원청인 세브란스병원과 하청업체인 태가비엠이 공모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였다. 같은 해 9월 업무일지를 보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가 최 모 과장이 “민노·한노·비노 인원현황 상세데이터로 주세요. 민노 조합원 동향파악 집중 부탁드립니다”, “철산노 위원장에게 실시간 전달하여 ‘노노 대응’ 유도 바랍니다”라고 지시하자, 태가비엠 현장소장은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원청 세브란스병원의 부당노동행위 지시 자료(공공운수노조 자료 캡처)

    문제는 관리·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방관하며 사실상 노조탄압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부는 같은 해 10월 해당 업무일지를 노동부에 제출하며 태가비엠 등을 고소했지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에도 신규입사자 황견계약 등에 대해 2차 고소를 했으나 관련한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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