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에 안 가도 미국법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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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1일 04: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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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알 것 같은 장면이 나오고, 더 가끔은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는 뭐가 뭔지 잘 모를 것 같은 어려운 독립 단편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을 주는 글입니다. 필자의 말마따나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갖게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실제로는 비슷한 게 아니라 아주 다르다는 걸 한번 환기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단어 풀이쌍 가운데 영화도 들어가 있습니다. 칼럼 제목을 한번 상기해주시면서 즐감. <편집자 주>

노래방: 점수 잘 나와도 박수치지 않는다.
단란주점: 점수 안 나와도 박수 잘 친다.

친구: 술 먹을 때 전화한다.
애인: 술 먹고 전화한다.

   
  ▲ 필자 김곡 감독
 

전경: 하면 된다.
경찰: 되면 한다.

물김치: 실고추로 그려진 칸딘스키.
동치미: 실고추 없이, 몬드리안.

좀비: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적 지성(뇌).
드라큘라: 귀족의 신분제적 감수성(심장).

선글래스: 눈 밑에 어둠.
라이방: 어둠 밑에 눈.

관습: 사회적 청결이 그 근거.
미신: 사회적 불결이 그 근거.

TV 뉴스: 정각에서 시청자를 조준하고는 명령하지 않는 역설.
TV 토론: 측각에서 시청자를 조준하지 않고도 명령하는 역설.

과외: 사유지인 척하더니 공유지.
학원: 공유지인 척하더니 사유지.

국익: 적이 외부에 있다고 가정.
공익: 적이 내부에 있다고 가정.

종교: 선악이 욕망의 대상.
철학: 선악이 욕망의 근거.

이순신: 게임 중간에 인터뷰.
박지성: 게임 끝나고 인터뷰.

복학생: 제 3의 세대(신세대; 구세대; 복학생)
아줌마: 제 3의 성(남성; 여성; 아줌마)

한국: 망가지지 않으려다 가끔 끝장남.
일본: 끝장 낼려다 종종 망가짐.

콘돔: 해피 투게더, 그러나 이내 고독.
생리대: 고독, 그러나 이미 해피 투게더.

팍스 로마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를 것.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에 안 가도 미국법을 따를 것.

우정: 당한 것만 기억난다. 혹은 갖고 있는 것을 주다.
사랑: 당하게 한 것만 기억난다. 혹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주다.

영화: 하나의 카메라가 모든 공간인 것처럼 연기할 것.
연극: 모든 공간이 카메라인 것처럼 연기할 것.

오빠: 주문을 할 땐 ‘저기요!’
아저씨: 주문을 할 땐 ‘고모님!’

에로: 더 벗는 게 관건, 혹은 역사를 빼기.
포르노: 덜 벗는 게 관건, 혹은 역사를 더하기.

맞선: 맘에 들면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봐야.
소개팅: 맘에 안 들면 동생에 대해서 물어봐야.

비극: 세상에 대해서 내가 불청객.
운명: 세상까지 온통 불청객.

걸레: 사지절단된 발수건.
행주: 질식사한 혹은 익사한 손수건.

백화점: 소녀들이 혼내고 있는 곳, 혹은 안 차려놔도 꼭 사야.
시장: 소녀들이 혼나고 있는 곳, 혹은 차려 놓고 사든지 말든지.

헤겔: 국가의 추상성을 발명.
맑스: 노동의 추상성을 발견.

필름: 과거 완료 이전에 미래란 없다.
디지털: 현재 완료 이후에 과거란 없다.

교통카드: 아침에만 말썽.
신용카드: 밤에만 말썽.

히어로: 했으면서 안 했다고 한다.
정치인: 안 했으면서 했다고 한다.

제목: 크면 클수록 쉽게.
사인: 크면 클수록 어렵게.

남군: brave man
여군: brave woman

극영화: 선택, 혹은 캐릭터 옷 입히기.
실험영화: 선택의 조건, 혹은 캐릭터 옷 벗기기.

첫키스: 안경을 벗고서 동창들아, 고마워.
첫섹스: 양말도 안 벗고서 엄마, 고마워.

비디오샾: 싼 현실성보다는 비쌀 지도 모를 가능성에 투자하기.
비디오방: 비싼 현실성보다는 쌀 지도 모를 가능성에 투자하기.

라면: 미끄러질 수가 없는 꼬불꼬불한 리듬이 식후땡으로 치닫다.
우동: 미끄러질 수 밖에 없는 완만한 리듬이 식후땡을 거부하다.

심리학: 너는 이렇게 느꼈다.
정신분석학: 엄마 아빠가 너에게 이렇게 시켰었다.

마실: 근거리 융단폭격.
피크닉: 원거리 조준사격.

자살: 결단력에 비례, 혹은 자유주의의 기원.
타살: 결단력에 반비례, 혹은 군주제의 기원.

목욕탕: 몸들의 평균화, 그래서 원수를 만나면 화해해야.
찜질방: 몸들의 짝짓기, 그래서 원수를 만나면 도망쳐야.

공주병: 프레이밍 없는 마조히즘.
왕자병: 논증 없는 새디즘.

폭력: 말하지 않기에 더 망가질 수 있다.
액션: 망가져도 말할 수 있다.

스머프: 산별화하면 죽는다.
노동자: 산별화해야 산다.

광고: 몸도 얼굴이다.
뮤직비디오: 얼굴도 몸이다.

여관: 요구르트의 물신화를 넘어서 모기들의 생물학적 죽음을 발견하다.
호텔: 목욕가운의 물신화를 넘어서 청소용역들의 정치경제학적 죽음을 발견하다.

독립영화: 새로운 사투리의 연구개발, 고로 장기투자.
상업영화: 개발된 사투리들로 잘 말하기, 고로 단기회수.

보수: 악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
진보: 악은 구조(제도, 관습, 조직)의 일시적 양태.

다름: 비슷함을 근거 짓는다.
비슷함: 다름으로부터 파생된다.

누가 세상을 만들었나, 이토록 다른 것 뿐임에 가끔씩 주저앉을 정도로 놀랄 때가 있다. 하지만, 버릇처럼, 아마도 이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저것을 끌어들이는 버릇처럼, 우리는 ‘다른 것’들을 ‘비슷한 것’들로 말하곤 한다.

흰색은 회색과 비슷하고, 회색은 더 진한 회색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그러나 그렇게 온통 비슷하다면, 심지어 흰색과 적색, 녹색, 노란 색과도 비슷하단 말인가? 우리가 행복할 의무가 있고 불행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단지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그 때문에 오도와 자기 기만이 없기 위해서라도, 회색은 흰색과 다를 의무가 있고, 비슷할 권리가 없다.

오히려, 비슷한 것들과 다른 것들 사이엔 역시 다름이 있다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것들은, 그것들이 비슷하기 위해서 다름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만이 말버릇의 고약함을 우리의 사유로부터 덜어내는 단서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있는 곳에 구원이 있다. 말은 고약하게 우리를 쉬운 사유로 이끌지만, 바로 그 말을 통해서만 엄밀한 사유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너무…..변기를 위한 심심풀이인가?(변기에 앉아 낱말들을 재조합해보자! 틈틈이…) 엄밀함만이 숙변의 경첩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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