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부르는' 보도, 누가 책임질까?
By tathata
    2006년 07월 18일 07: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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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엿새째인 18일 주요 일간지의 기사는 마치 공권력의 강제진압으로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듯하다. 이성을 상실한 기사에는 노동자에 대한 적의와 악의만이 흘러넘치고 있다. 

의도적인 팩트 왜곡은 물론 파업의 원인을 외면하고 기업의 피해만을 보도하는 전형적인 보도유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보였다. 나아가 어서 빨리 공권력을 투입해서 진압하라는 ‘피를 부르는’ 기사도 있었다. 차분하게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노사의 교섭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는 기사는 안타깝게도 <한겨레>를 제외하고 없었다.

18일자 <문화일보>는 ‘법치국가’를 거론하며 1면을 장식했다. 오랜만에 노조를 입에 올린 <문화일보>는 노동자에게 서슬퍼런 날을 세웠다.

“건설노조, 포스코본사 불법점거 6일째…대한민국 법치국가 맞나”-공권력 투입 ‘미적’ 기간 산업 마비- ‘근대화 상징 포스코’ 이미지 먹칠-‘空 권력’이 불법 키운다

경찰이 유혈충돌을 우려,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어 국가 기간산업의 마비와 법치주의 실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하루 10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 현재까지 피해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통한다” 팽배…기업과 전문가들은 공권력의 무력함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근본적으로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풍토에서 노조의 미숙성이 만들어낸 현상”…세계 4위의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전문건설노조와 하청업체인 건설사의 ‘새우싸움’에 휘말렸다.

기사 어디에도 노동자들의 8시간 근무, 임금삭감 없는 주 5일제 요구는 없었다. 1884년 미국의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을 주장이 120년이 지난 한국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다. 포스코가 세계 4위의 철강기업이라면,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왜 세계 4위가 아닌 최하위를 기록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건설노조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다단계 하도급에 원인이 있음을 모르는 것인가 혹은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가.

공권력을 부르는 보도들에는 의도적인 팩트 누락이 있다. 지난 16일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찍혀 뇌출혈로 쓰러진 하중근(45세) 씨가 두 번에 걸친 대수술을 뱓고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실은 없었다. 지난해 두 명의 농민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현재 죽음을 눈앞에 둔 노동자가 지척에 있는데, 공권력 투입으로 또다른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면 언론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원들 사제 화염방사기로 저항-‘포스코 농성’ 장기화 조짐-노조원 500명 이탈…1,000여명 남아 (중앙일보. 7.18)
포스코 본사 농성 이탈자 늘어- 경찰 ‘재진입 시도“ … 노사협상 진전 없어 (동아일보, 7. 18)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원인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인을 모로쇠한 그 자리에는 농성 이탈자들의 수를 세기에 급급한 보도들이 즐비했다. 노조가 몸이 안좋은 조합원 150여명을 농성장에서 나가게 한 것을 마치 이탈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경찰의 추정하는 수를 그대로 받아적으면서 노조의 동력을 급격히 저하시키기 위한 의도가 내재된 이같은 보도를 비판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다.

보수언론들의 ‘노조 죽이기’가 하루 이틀 재연된 것은 아니지만, 수십여년을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하루 8시간을 요구한 이들의 ‘기본적 요구’마저 짓밟는 언론을 보면서 농성 노동자들에게 ‘인간적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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