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진단 못하는 민주노동당, 지역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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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8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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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와 함께 ‘출마자 대회’를 열었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1백 명이 넘는 후보들의 향후 지역 활동에 대한 모색을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후보의 경험을 가졌던 대부분의 당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결의를 다졌고, 각자 구상하고 있는 지역 활동의 상을 공유했다.

출마자들 중에는 지역 주민조직 건설해서 지역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역시민단체 회원에 가입해 주민들과의 만남의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지방선거 전후로 당내에서 ‘지역 속으로 더욱더 깊이 들어가자’는 구호와 비슷한 맥락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해 지역 대중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가졌던 후보자들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중요한 거 하나가 빠져 있는 느낌, 자율방범대에 가입해서 지역을 조직하라는 초창기 고전적인 당의 지침에 비해 조금도 질적 도약을 이루지 못한 것만 같은, 이 허전한 느낌은 뭔가.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는 구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야”

지방선거 이후 각 지역조직은 득표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득표율과 정치 영향력의 함수관계를 분석하는 일이다. 5%의 득표를 받았다면, 5%의 정치 영향력은 어떤 것인지, 10%의 득표를 받았다면 그 10%의 입지로 어떤 활동을 펼칠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시도가 필요하다.

   
▲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출마자대회 (사진=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서울시당 출마자 대회에서 구로 구의원으로 활동했던 홍준호 당원은 “이제 지역위원회는 구청에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당의 사업계획에도 서울시로부터 정례 브리핑을 받겠다고 나와 있다.

아직까지 민주노동당 지역조직이 구정의 현안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일상적 업무보고를 지역위원회가 받을 정도가 된다면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도 얼마 전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직후, 신임 구청장 당선자 면담을 신청했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면담이 성사됐다. 마포구내에서 씨제이 푸드가 급식을 했던 학교가 몇 곳이 있는지 신임 구청장 당선자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조직에 대한 진단이 대단히 미흡한 민주노동당

물론 당시에는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당선자 신분이긴 했지만, 온 나라가 떠들썩한 문제에 대해 느긋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린 그걸 알려나가면 된다. 또한 급식이 중단된 중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 했다.

궁금하다. 현재 민주노동당 지역 정치조직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적어도 중앙당이나 광역시도당은 이런 연구와 노력을 통해 지역 조직과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지역 활동을 펼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누가 하겠는가.

정치력의 단계를 편의상 최저 A에서 최고 Z단계로 나누었을 때 민주노동당 지역조직의 위치는 어디쯤 있는가.

최저 A단계가 우리의 정치 영향력이라면 그에 걸맞는 지침이 내려와야 한다. 높은 수준인 Z단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지침이 내려온다면 지역조직은 그 지침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거꾸로 F단계까지 영향력이 확대됐음에도 가장 낮은 단계인 A단계의 지침만 내리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자기 조직에 대한 진단이 대단히 미흡하다.

주민 조직화는 하나의 과정일 뿐

조직역량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된 이후에는 지역 정치활동의 상을 찾아야 한다. 지역 정치활동의 상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민조직화가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질지 무척 의문이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노동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 정치활동의 상을 수립하는 일이다. 절대 다수의 지역조직이 원외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앙정치에서 당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조직의 정치활동은 민주노동당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 정치활동이 어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시피 하다. 그 흔한 토론회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 200여개에 육박하는 전국 지역조직에 대한 활동상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나 관심이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장을 면담하고, 공무원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정도가 지역 정치활동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끊임없는 압박 전술 중에서 지극히 일차적인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민 사업을 하더라도, 주민들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사업을 하더라도, 그 사업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계급적 관점에서 정치는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에 대항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저항을 본질로 한다.

주민 조직화는 저항을 조직화 하는 것이다

주민조직화의 내용이 저항을 조직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저항에 나서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저항이 단순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는 수준일 수도 있고, 자신 이름 석자를 적는 서명일 수도 있고, 함께 구청 앞 집회에 참여하는 수준일 수도 있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수준일 수도 있다.

   
▲ 마포구 학교급식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 (사진=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문제는 우리가 주민을 조직화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관점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선거 시기에 표를 많이 받기 위한 주민을 조직화라면 우리의 활동은 늘 선거에 매몰되고 일상적인 정치활동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주민조직화 사업의 가장 큰 필요성은 주민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고, 주체로 만들기 위해서다. 더불어 주민들의 정치참여는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주려고 의도하는 행위, 즉 권력을 독점한 지배계급의 정치결정에 영향력을 주는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지역조직은 주민 조직화 등의 원외 활동을 통해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행정에 반영시키려는 끊임없는 행위(혹은 투쟁)가 이어져야 한다. 원외정치라는 게 결국 의원이 가지는 힘의 양을 원외 조직 활동으로 보충해 권력을 가진 집단을 압박해서 그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주민조직화의 논의를 보면, 주민조직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민조직화를 통한 정치행위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없다. 보수정당은 대중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희석시키며 학연, 지연, 친밀도 등을 내세워 지역 주민을 조직화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야 승산이 있을 리 만무하다.

지역은 외롭다

민주노동당 중앙당 정책위원회가 매주 보내주는 ‘주간 정치&이슈’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정당 및 청와대, 국회의 동향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각 지역조직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에 봉착돼 있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리하지 않는다.

타 정당 동향은 잘 알겠는데, 우리 지역조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속초와 양양지에서 뛰어난 활동을 했던 한 민주노동당의 한 활동가가 “<월간 지역위원회>라도 중앙당에서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은 그래서 피부에 와 닿는다.

지역 정치활동에 대해 연구하고,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 우리 스스로 진보정치의 상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중앙당과 광역시도당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지역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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