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 노동자 잡는 신종 번호판 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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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8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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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 지입차주 차량 56대의 번호판이 신종 수법으로 감쪽같이 탈취돼 화물 노동자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화물차의 영업용 번호판은 화물영업을 허가한다는 의미로 이 번호판이 없으면 화물 지입 노동자는 화물 운송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최근 화물 지입노동자의 번호판을 차주도 모르는 사이에 대규모로 팔아 치우는 신종 수법이 확산되면서 화물 지입차주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소속 조합원 30여명은 현재 전북 부안 군청 민원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화물 자동차의 영업용 번호판을 빼앗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화물 노동자가 구 번호판을 목에 걸고 부안군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부안 군청에서 잘못된 업무처리로 화물 지입 차주의 번호판이 감쪽같이 팔리게 된 것을 항의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사연은 이랬다.

    포항에서 일하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 이경환씨를 포함한 56명은 지난해 12월 14일 운송업체 측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운송업체인 K통운이 송아무개씨에게로 인수됐으며 차고지 및 회사 주소를 포항에서 전북 부안군으로 옮긴다는 것으로 법인 주사무소가 바뀌니 12월 31일까지 차량 번호판을 부안에서 신규 발급받으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해 12월 28일 부안 군청에서 신규 번호판을 발급받으려 하자 부안군청측은 이미 신규 번호판이 모두 발급되었다고 했다. K통운을 인수하고 새로 번호판을 발급받은 송아무개씨는 곧바로 잠적했다.

    문제는 신규 번호판이 발급되기 위해서는 구번호판을 먼저 제출하고 그 자리에서 신규번호판을 받아야 하는데 부안군청과 부안군청 번호판 제작소에서는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구청측은 “번호판은 번호판 제작소에서 제작하고 있다. 구번호판이 필요하긴 했으나 포항에서 일을 하고 있고 다음날 구번호판을 모두 반납하겠다는 운송업체측의 각서를 받아 신규 발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번 번호판 탈취 사건에 대해 미리부터 세밀하게 진행된 사기라고 했다.

    K통운을 인수한 송아무개씨는 나서 화물운송과 관련된 보험료를 회사 세무상 문제점이 있으니 직접 보험회사에 낼 것을 요구한데 이어 유류보조금 신청마저 당사자가 직접 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운송업체 측이 당초부터 회사를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번호판만 3자에게 넘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화물연대 조합원 이경환씨는 “꼼짝없이 속았다. 번호판 교체 날짜도 연말로 바쁜 12월 29일 진행했다”라며 “한 달째 일도 못하고 차만 쳐다보니 속이 터져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이 새로운 번호판은 약 2,000만원 정도의 시세로 암암리에 거래되어 모두 15대 가량이 이미 제3자에게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번호판들도 곧 매매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56대의 총 피해액은 10억원이 넘게 된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하루 하루 일하며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채 자가용이 된 화물차만 바라보고 있다. 10톤, 20톤 트럭을 자가용으로 몰고 다녀야 될 형편이다.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달식 본부장은 “화물 노동자들이 법으로 보호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재산권을 빼앗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문제를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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