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개방형 경선으로 더 큰 정당"
    양경규 “정의당은 ‘착한 민주당’ 아냐”
    [정의당 대표 경선] 차이 분명히 드러낸 심과 양 후보
        2019년 06월 23일 11: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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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당대표로 나선 심상정·양경규 후보가 ‘당의 미래’에 관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며 첫 유세전부터 열띤 논쟁을 벌였다. 심상정 후보가 내세운 ‘개방형 경선제도’와 양경규 후보가 주장한 ‘민주적 사회주의’가 주요 쟁점이 됐다.

    4년 전 4명이 출마한 대표 선거의 쟁점은 노회찬-심상정의 ‘인물론’이었고, 2년전 이정미-박원석의 대표 선거는 원내 대표와 원외 대표의 필요성을 둘러싼 선거였다면 이번 양경규-심상정의 대표선거는 두 명의 후보 간에 정치적 입장과 전망, 비전의 차이를 드러내는 쟁점이 분명한 선거가 되고 있다.

    정의당을 이끌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전국동시당직선거 첫 유세전이 23일 오후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렸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곳은 단연 당대표 후보 유세였는데, 심상정·양경규 후보는 정책부터 당의 노선, 이념까지 상당한 이견을 보이며 당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후보 모두 이날 유세에서 ‘과감한 전환’을 통한 당의 미래를 제안했다. 방향성은 달랐다. 양경규 후보의 ‘과감한 전환’은 소득주도성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불평등의 사회를 바꿀 새로운 진보정당의 언어, ‘민주적 사회주의’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군소정당 탈피와 크고 강한 정당을 위한 외연 확장을 ‘과감한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민주적 사회주의’ 놓고 격돌
    심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 전환 반대, 꿈꾸는 현실주의자 돼야”
    양 “불평등의 세상 바꿀 과감한 전환 필요, 보다 명확한 언어 필요”

    먼저 유세 연설에 나선 후보는 심 후보였다. 그는 양 후보가 내세운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양경규 후보가 제안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우리 당에서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는 이념이고, 그 이념 속에 제시되는 좋은 정책은 우리의 현실에 맞게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정의당 노선을 민주적 사회주의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정의당의 이념은 다원적 진보주의”라며 “개혁적 자유주의부터 시작해서 민주적 사회주의까지 공존하는 정당”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은 이념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오랜 세월 동안 진보정치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상을 향해 걸어가지만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변화를 위해 꿈꾸는 현실주의자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노동자, 청년, 임차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념의 선정적인 아니라 정치적으로 더 큰 책임을 지는 정의당”이라며 “그것이 바로 심상정과 당원과 함께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정의당은 이념정당이 아니다”라는 심 후보의 공세에 맞서, 연설에 나선 양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불평등의 세상에 대한 진보정당의 대안”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양 후보는 “제가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세운 것이 설마 정의당을 이념정당으로 만들겠다는 뜻이겠느냐”며 “국민들에게 이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에 대한 대안을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언어로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국민의 것을 국민에게 과감하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토지는 원래 국민의 것이다. 그럼에도 1%의 부자들이 땅의 50%를 가지는 나라, 이것을 고치겠다는 것이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왜 사내 유보금을 갖고도 투자 하지 않는지, 왜 비정규직은 천만을 넘어서고, 특수고용노동자는 230만명이나 되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330만명이나 되는지, 이재용은 왜 감옥에서 나와야 했는지, 이재용은 왜 문재인 대통령의 파트너가 돼야 하는지 얘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재벌에게 할 얘기는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 바로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후보는 심 후보를 겨냥해 “자본주의, 자유주의 국가라고 해서 국민의 것을 있는 사람만 갖게 하는 조건 안에서 조금의 변화를 추구하며 한국사회의 변화를 얘기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면서 “과감한 전환 없이, 과감한 화두를 던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정의당이 (민주당과는) 다른 정당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시혜적 차원의 보완책이 아닌 4대 보험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재정 정책을 내고, 말로만 녹색성장이 아니라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녹색은행’을 만드는 등의 공약을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승리 전략 논쟁으로 이어진 ‘개방형 경선’
    양 “진보정당의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 없다면 지지 받을 수 없어”
    심 “당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어”

    심 후보가 ‘민주적 사회주의’로 양 후보를 저격했다면, 양 후보는 심 후보가 출마 선언 때 제안한 ‘개방형 경선제’로 맞불을 놨다. 진보정당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선명성을 강조한 양 후보는 외연확장과 맥을 같이 하는 개방형 경선제에 대해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양 후보는 “지지율 7%의 정당이다. 정체성 취약으로 인해 여전히 민주당과의 차별성이 없어서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으로서의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형 경선제를 한다면 정의당이 어떤 색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들은 정의당을 민주당보다 조금 착한 민주당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개방형 경선제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진보정당이 살아있음을, 정의당이 민주당과 다름을 얘기해야 한다. 힘 있는 민주당과 착한 민주당의 선택을 얘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후보는 개방형 경선제가 진보정당의 정체성 약화는 물론, 총선 전략으로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양 후보는 “10년, 20년 동안 자유한국당도 민생 정당을 얘기했고, 민주당도 경제민주화 얘기하고 있다”며 “(거대양당과 유사한) 정치적 메시지가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이라고 보나. 이러한 메시지를 정의당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제시한다면 국민들이 정말로, 정의당한테 표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주어진 틀 안에서 조금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혹시 우리는 ‘불판을 갈아엎자,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고 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유지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심 후보는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담장 밖을 넘어설 용기”라고 표현하며 이를 과감한 대전환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지지자에 머물렀던 이들을 당원으로 만들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정의당에겐 담장 밖을 넘어설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과감한 대전환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해 말했다.

    그는 “정의당을 더 개방하고, 더 혁신해서 5만 당원 넘어서서 300만 지지자를 당원으로 만들겠다”며 “정의당의 빛나는 전통인 당원총투표를 바탕에 두면서도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제도에 대해 당원들의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안다. 명망가를 불러들이고 그동안 정의당을 위해 헌신한 후보들에게는 손해라는 것 아니냐는 것은 절대 오해”라고 일축했다.

    심 후보는 “300만 명의 지지자 중 10%를 선거인단으로 구성해 취약한 지역 총선 기반을 강화하고 당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올리자는 것”이라며 “당과 지지자의 거리를 좁혀 획기적인 당원 강화로 연결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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