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현중노조,
날치기 주총에 법적 대응
우리사주, 주총 '위법성' 증거 제시
    2019년 06월 03일 05: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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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의 물적분할을 위한 ‘날치기 주주총회’에 반발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금속노조는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은 회사가 조합원에게 고의적으로 주총 변경 장소와 일시를 알리지 않은 증거 등을 제시해 주총의 위법성 논란은 향후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는 울산 동구에 지역구를 둔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함께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주총”이라며 “이러한 주총은 결코 인정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금속노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위법주총 물적분할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하루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비롯해 수위 높은 현장 투쟁까지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투쟁을 18만 조합원의 전 조직적 투쟁으로 상정하고 전면 투쟁에 임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무효 투쟁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실사 저지, 국내 공정위 대응 투쟁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은 단순히 울산에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460명의 죽어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40년 역사”라며 “이미 3만여명이 직장을 떠난 상황에서 또 다시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당초 예정했던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이 아닌, 울산 남구에 있는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오전 11시 10분경에 주총을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 등에게 변경된 주총 장소와 일시를 공지하지 않아 안건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대중공업 지분 3%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현중, 조합원 주총 참여 고의적으로 막았나
사측 관계자, 변경된 주총 장소 묻는 질문에 답변 회피

회사가 고의적으로 변경된 주총 장소와 시간을 숨겼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근로자복지기본법 등에 따르면 약 3%의 주식을 가진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주총에 참석해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이를 고의적으로 방해해 주주권리 행사를 침해했다는 것이 우리사주조합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주총 당일 조합장은 주총 참석을 위해 한마음회관에서 대기하고 있다. 주총 직전까지도 장소 변경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은 당일 오전 8시 30분경에 회계부 소속의 주총 실무자인 사측 A과장에게 전화해 장소 변경 등에 관해 물었으나 고의로 답변을 회피했다.

문대성 조합장과 사측 과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주총을 진행하는 A과장은 “주총 어디서 하나요?”라고 묻는 문 조합장의 질문에 “예? 저요? ..어 그냥 참석합니다.”라고 답한다. 이후에도 “어디서 하느냐”, “2백2십만주 가진 우리사주조합장한테 장소도 얘기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문 조합장의 계속된 물음에도 A과장은 “끊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문 조합장은 이후 사측 차장 등 주총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 연락과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장소 변경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주총 개최시간이 지난 후 울산대에서 주총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 조합장은 회사 정문에 있는 버스를 탔으나 버스 기사는 “(버스회사) 사장의 지시가 있어야 출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문 조합장은 오전 10시 50분경 동료의 차량을 타고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하다가 주총이 끝났다는 사실을 언론 속보로 알게 됐다.

문 조합장은 “회사는 3% 이상 주식 확보한 우리사주조합에 변경된 주총 장소를 알리지 않고 날치기 했다”며 “법에 따라 조합장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의사 표시를 해야 함에도 회사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정씨 일가는 2년 전에도 인적분할로 10.13%였던 주식을 30.9%까지 끌어올리며 배당 잔치를 벌였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서 정규직 수천명, 하청노동자까지 하면 3만 5천명이 잘려나갔다”며 “이번에 시도된 물적분할은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유효하지 않아”

일부 법조계에서도 변경된 장소와 일시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는 등 절차적 위법성 때문에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장인 송영섭 변호사는 “주총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상법에선 주총의 일시와 장소를 2주 동안 모든 주주들에게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정관에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등에서 제기하는 절차적 문제는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주총 장소와 일시 사전 공지가 이뤄지지 않은 점, 회사 측과 뜻을 같이 하는 주주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변경된 주총 장소와 일시가 공지된 점, 변경된 주총 장소와 일시를 공지하는 방법이 적법하지 않았던 점, 회사 측에서 경비용역 등을 동원해 주총장 정문을 막은 점이다.

송 변호사는 “예정된 주총 시간인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변경된 장소와 시간에 대한)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떤 주주들은 회사와 보조 맞추며 변경된 장소에 이미 가 있었고, 어떤 주주들은 사전 변경 계획을 통지 받지 못했고 물리적으로 불가한 시간에 통지를 해서 주총장에 (주총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짚었다.

당시 주총 장소 변경 등을 뒤늦게 알게 된 일부 조합원은 문대성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조합장의 위임장을 받아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로 향했다. 그러나 울산대에 도착한 후에도 경찰 병력과 회사의 경비용역에 의해 주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송 변호사는 “제시간 도착 조합원이 주주임을 확인하는 서류를 보여줘도 경찰 병력이 막아섰고 주총이 열리는 체육관 앞에선 경비용역이 소화기까지 뿌리며 주주들이 입장 못하게 물리적으로 막아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는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울산지역 시민들의 문제”라며 “일반 주주 포함해 소송 참여인단 모집해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과 주총 효력에 대한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등 여러가지 법적 쟁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법률원 외에도 민변 노동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노동법률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 주총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노동법률단체들은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회사 분할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은 상법이 정한 결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입장으로 보이나, 회사분할과 같이 법인격 자체를 변경시키는 중대한 안건을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방식의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현중 인수합병 결정한 정부 책임론도 부상

노조 등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결정은 산업은행 등 정부가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재벌특혜대우조선매각저지전국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현 사태의 출발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인수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공적자금 10조원이 넘게 투입된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이후에 하는 게 정상적인 정책 판단임에도, 이런 식의 졸속적인 인수합병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 실사를 하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경영노하우, 특허를 챙기게 된다. 기업결합심사에서 거부되면 대우조선의 기술은 완전히 현대중공업에 넘어가는 것인데,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날아가는 것은 누가 책임질 건가”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와 김종훈 의원은 “정부는 조선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방 산업재편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위법과 일방통행으로 점철된 현재의 조선업 재편은 사회적 혼란만 더할 뿐이다. 정부는 책임 있게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고에도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고 일방통행을 답습한다면, 금속노조는 이를 결코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18만 금속노조의 조직적 사활을 걸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친재벌 정권 규탄, 조선산업 및 노동자·민중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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