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망했다.
그러나 우린 바꿀 수 있다
[모멘텀의 목소리] 갑·을, 스타트업
    2019년 05월 27일 10: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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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의 목소리’ 앞 회의 글 “풀뿌리 운동과 진보좌파의 모멘텀”

막 20세를 맞이했던 2016년. 내 또래에게는 20살의 자신이 어떻게 추억될지가 궁금하다. 새로운 학교를 가거나 재수의 쓰라림을 맛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취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내가 맞이한 20살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깨달음은 절망’이라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실로 난 IT업계를 진출하는 정말 멋진 꿈을 꿨었고, 그것이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IT노조

스무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던 나는 넷마블의 과로사와 구로의 등대가 날리는 경고를 체험했고 나는 현실에 질겁했다. 어쩌면 그것은 미래의 내 모습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비롯된 공포일 수도 있다. 일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는 본래 그 일을 원했던 사람으로서 크나큰 절망이었으며, 앞으로 더 나아갈 원동력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길, 나는 이 진로를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수많은 진보적 성향의 운동가들이 늘 그래왔듯 나 또한 개선의 가능성을 찾겠다고 결심한 뒤 대학 밖으로 나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내 눈으로 직접 노동환경을 체험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나는 이 글을 작성하는 오늘을 맞이하였다. 두 개의 직장 생활을 경험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난 이 업계에 대한 나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로 국내 IT업계는 청년들에게 너그럽지 못하며, 둘째로 우리는 좀 더 민주적인 업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직접 경험한 나의 시선에서 청년들이 업계에서 겪는 문제점과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부족하지만 최선을 대하여 작성해보고자 한다.

청년

예전에 한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요즘 IT산업 관련 직업에 대해 내려지는 평가는 미래유망직종 TOP 10에 소속될 정도로 아주 높다지만 10년 전부터 이미 그래왔어도 대우는 아주 후달린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평소에 얘기하는 미래유망직종이란 것은 쥐꼬리만한 박봉에, 워라밸 따위 가져다 버린 직업들을 얘기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IT업계의 겉과 속은 그 평가의 갭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특히 이러한 갭 차이는 직접 노동환경에서 굴러보지 않는 한 느끼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은데 이 때문에 수많은 청년들은 이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잘 꾸며진 포장에 속아 독버섯을 삼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3때의 나, 당시 나는 진로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이 있었고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었다. 단 2년 사이 내 생각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직장에 다니며 나를 지칭하던 가장 많은 표현은 ‘어린노무새끼’와 같은 류의 단어들이었다. 직장 생활에 있어 나는 모멸감을 넘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들을 자주 느껴야 했고, 이유는 주로 내가 청년이자 청년인 신입이기 때문이었다. 뭐랄까. IT업계 특유의 수평적 분위기 그딴 건 정말 집어치우고 단 1의 수평적 구조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업계 내 다른 그룹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수평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을 of 을’ 취급을 받는 청년은 그야말로 죽어나간다.

모든 직장이 모든 상황에서 수평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는 연배의 차가 있을 수 있고 직급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사람대접을 하느냐 마느냐로 갈린다면, 심지어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미숙한 이에게 대하는 차별적 언행과 행동은 절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술로 벌어먹는 시장이 다 그러하듯 IT업계에서 신기술은 생명과도 같다. 하지만 짧으면 30대, 길어야 40대면 작업 현장에서 떠나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업계의 특성상 ‘고인 물’들의 게으름이 판을 치게 되고 결국 신기술을 체험하기보다 기존의 것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상황이 매우 흔하게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점은 역으로 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업계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이 업계를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게 된다.

다만 말로는 누구나 다 청년 주도의 업계 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청년에게 그 어떤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청년은 이 업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업계 성장을 주도하라니 이런 헛소리가 또 어디 있나 싶다.

갑과 을 그리고 스타트업

국가 경제는 혁신적 창업으로 돌파가 가능하다는 유승민 의원의 발언을 들어본 적이 있나? 아쉽게도 수많은 청년 스타트업(IT)들은 혁신적 창업을 위한 아이템을 제대로 내보기 전에 자금 부족으로 대기업을 위한 SI(및 수많은 국가과제…)를 뛰다가 그렇게 SI 업체로 남겨지는 것이 현 IT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주변에 스타트업에 뛰어든다는 사람이 있다면 뜯어말리거나 말릴 자신이 없다면 그를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부디 아무리 바빠도 씻고 일하라는 말도 좀 해줘라. 스타트업이 SI와 국가과제 공장이 되고 나면 그곳은 피곤과 썩은 내의 지옥이 되어버린다. IT업계는 창의성? 거긴 시작과 끝 전부 돈으로 굴러가는 곳이었다.

말이야 웃기지 사실 저런 걸 두고 사람이 ‘갈린다’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혁신적인 아이템을 이용하여 창업을 하기엔 청년은 빈곤하고 그 빈곤함을 극복하기 위해 더 큰 기업 밑의 을이 되지만 그나마도 적은 돈과 열악한 환경으로 끝끝내 혁신적 창업 따위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나 또한 스타트업에 도전해보며 우리의 빈곤과 창업아이템 출시 사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에 자주 빠지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아이템을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말이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완성시켰던 사업아이템을 모 대형 포털에 빼앗긴 적이 있었다. 그곳은 지금도 국내 굴지의 포털로서 자리잡고 있다. 지금 와서 다시 내놓으라 할 수도 없지만 당시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아이템은 그렇게 묻혔고, 직장에 있으며 생각보다 이런 사고가 업계 내에서 정말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청년들은 이 시장의 법칙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점은 혁신적 창업을 가로막는 큰 벽이 된다.

우리는 업계를 바꿀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언젠가 청년이 업계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내 특유의 문화로 인해 정체된 업계의 분위기를 엎어야 비로소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고인 물에서 벗어나 청년만의 자주적인 근로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위의 설명만 가지고서는 대부분이 창업만을 생각할지도 모르나 물론 창업을 포함하여 청년들의 진취적이고도 자주적인 근로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은 그 구조가 기업과 매우 유사하지만 활동 목적과 설립은 기존의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상황에 따라 본인의 본업과 별도로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방법 또한 존재하며 민주적인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유리한 점이 존재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청년들의 의견이 협동조합에 잘 반영됨에 따라 IT업계의 정신에 부합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조직 형태가 존재하는데 이처럼 민주적인 형태로 운영이 될수록 청년들에게 유리하며 더 보람 있고, 청년들도 차별받지 않는 근로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IT업계가 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민주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또한 청년들이 일터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가기 시작하면 업계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통신, SW산업을 비롯한 거의 모든 IT 분야에서 그 순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나라는 더 이상 IT 강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며 그 주된 이유가 청년들의 이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개선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청년들이 보다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다시 우리는 국내를 넘어 세계의 IT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그 시작과 끝은 어디까지나 청년들의 권리보장이겠지만 말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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