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최진석 씨의 『민중과 그로데스크의 문화정치학』
    2019년 05월 23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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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작으로 최진석 씨의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그린비 2017)가 선정되었다.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일곡 유인호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일곡기념사업회’가 제정한 학술상으로,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수상하고 있다. 올해로 일곡유인호학술상은 12회를 맞이하고 있다.

일곡 유인호 교수는 중앙대학교 정경대학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1992년 작고하신,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법론으로 ‘학문과 삶’,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이루어낸, 학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발발 이틀 전에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주도하여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영어의 몸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4년여 해직되기도 했다.

수상식은 25일 오후 6시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국제회의실(302호)에서 진행한다.

아래는 일곡유인호학술상위원회 위원장인 손호철 선생의 심사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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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일곡유인호학술상도 어느덧 12회째를 맞이했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곡유인호학술상은 해마다 맑스코뮤날레의 정신에 따라 오늘날 한국의 진보변혁운동의 학문적·이론적 발전에 이바지한 저작들에 대한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고 학술상을 수여해 왔습니다. 올해에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여러 권의 책들이 추천되었고 심사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이번 2019년 제12회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최진석선생님이 쓴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은 2009년 러시아인문학대학교 예술사대학 ‘문화의 이론과 역사학과’에 제출했던 박사학위 논문 「바흐친의 저술에 나타난 문화 동력학의 문제들」을 수정·보완한 책으로, 바흐친의 사상을 현재적인 지평에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미하일 바흐친은 스틸린 치하에서 탄압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상과 문학 이론을 정립한 사람으로, 1980년대 한국에서도 소개되었던 이론가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저서와 연구서들은 모두 절판된 상태로, 1980년대의 이론들의 운명이 그런 경향이 있지만 제대로 조망되기도 전에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이론가이기도 합니다.

최진석은 바로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멀어져 간 바흐친을 오늘날 한국의 지평 위에서 다시 불러내고 있습니다. 그가 불러낸 미하일 바흐친은 생성을 사유하는 철학자이자 사상가입니다. 사전적으로 문화는 ‘이념과 사상 및 물질생활의 공유’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바흐친을 통해 생성의 사유라는 관점에서 조망되는 문화는 그렇게 규정된 문화의 경계를 그 스스로 내부에서 파괴하는 힘이자 문화 그 자체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역동적인 힘이 됩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바흐친의 사상과 문학 이론을 요약 정리하거나 이에 대한 주석만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바흐친의 사상과 이론을 오늘날 진보변혁운동의 나아가야 할 문화정치로까지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은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흐친에게 문학이란 단지 글로 표현된 제도의 반영이 아니라 실제로 약동한 삶의 표현, 즉 민중들의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생성적인 힘으로서 문학은 ‘국민/민족문학’의 범주 속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와 형식 그 자체를 쇄신하는 힘이자 문화 그 자체의 틀조차 파괴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는 진보변혁운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문화의 역동성은 상호 환원되지 않는 문화적 표현 형식들의 고유성 그 자체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표현형식들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고유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차이가 기존의 제도화된 것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생성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논의가 함축하는 결론은 생성하는 것만이 실재적이며 문화는 반(反)문화의 역동성 속에서만 실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생성으로서 문화는 기존의 문화들이 가진 경계나 제도를 파괴 또는 해체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 또한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둘째, 그는 급진변혁운동의 문화정치라는 새로운 장에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로테스크(grotesque)는 ‘괴기한 것’입니다. 기존 문화를 그 스스로 전복하는 반(反)문화는 그 자체가 ‘기괴한 것’입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가치의 도착이 일어나는 시기에 그로테스크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중세가 무너질 때에도, 제1차 세계대전 후에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그로테스크는 단순히 기존의 문화 제도를 파괴하는 힘으로서만이 아니라 파괴와 구성의 반복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민중은 특정 사회적 구조 속에서 주어진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와 같은 문화의 탈구축을 통해 생성을 만드는 주체화의 과정속에서만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문화정치는 진보변혁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장인 것입니다.

셋째, 그는 더 나아가 바흐친의 주요 개념들, 예를 들어 ‘대화’, ‘민중’, ‘웃음’, ‘카니발’ 등을 현대적인 사상 및 이론들과 엮어가면서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바흐친의 사상을 현재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그의 텍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성의 사유’라는 책의 제목이 보여 주듯이 ‘생성력’입니다. 생성력은 근대적인 이성이나 논리적 개념으로는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원초적이면서도 근원적인 힘’입니다. 그는, 바로 이런 ‘생성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바흐친의 텍스트를 독해함으로써 들뢰즈가 말한 ‘생성’과 ‘욕망’, ‘고유성’, 네그리의 ‘다중’ 및 ‘소수성의 정치학’을 가로지르면서 바흐친의 사유를 현대적인 사유들과의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필자인 최진석선생님은 귀국 후, 맑스코뮤날레의 핵심 단체 중 하나인 ‘수유너머104’에서 연구공동체를 꾸리면서 활발한 연구와 강의, 저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바흐친과 나누고 있는 그의 사유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들로 등장하는 ‘생성’, ‘욕망’, ‘외부성’ 등은 그가 활동하는 단체의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그가 수상하는 학술상은 그의 실천을 포함한 사유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곡유인호학술상운영위원회는 심사에서 탈락한 책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바흐친의 사상을 현재화함으로써 오늘날 급진변혁운동이 새롭게 사유해야 할 문화정치의 장을 열어주신 최진석선생님에게 이 상을 수여하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론적 실천가로서 더욱 정진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심사평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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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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