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FTA 반대=쇄국=망국 논리 엄청난 비약"
    2006년 07월 11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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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맺으려는 FTA는 말이 ‘FTA’지, 실제론 ‘경제통합’으로 가는 것이다. 성급하게 강한 상대와 준비 없이 씨름을 하면 얻을 이득은 불투명한 반면, 입게 될 피해는 명백하다.”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경제브레인이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경북대 교수)이 또 다시 참여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뱉었다.

지난 6일 한국사회경제학회 소속 경제학자들의 ‘한미 FTA 협상 중단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 교수는 11일 나온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

이 교수는 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빼야 할뿐 아니라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둬야 한다”며 “졸속으로 갑작스레, 정부 내에서조차 소수 사람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협상이란 게 한쪽에서 ‘노’하면 못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요즘 와서 약간 멈칫하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해, 최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협상 결렬도 하나의 카드’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의 협상 능력과 관련해 “협상의 1인자인 미국은 협상안을 집요하게 관철하고, 협상장에서는 냉혈동물이 되는 나라”라고 규정하고 “한미 동맹 강화 같은 순진한 선의는 (협상에) 반영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이 교수는 최근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오스트레일리아를 예로 들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투자조항’에서 ‘정부 제소’ 부분을 뺀 것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경제 체제에서 ‘아메리칸 스탠다드 ’를 강요한다”고 지적하고 “FTA는 거의 통합이며 경제 체제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FTA 반대=쇄국, 쇄국=망국이라는 논리는 엄청난 비약”

이날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 없이 미국과 협정을 맺으려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개혁 조급증’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지적에 대해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교과서적인 자유무역 논리가 합쳐진 것”이라며 정부의 FTA 추진 배경을 풀이했다.

그는 또 “‘한미 FTA 반대는 곧 쇄국이고 쇄국은 망국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엄청난 비약”이라며 “협상의 1인자인 미국과의 협상은 먼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세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번 내용만 보면 크게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과거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우왕좌왕한 것 때문에 ‘참여정부가 또 후퇴하겠구나’하는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과했다’·‘세금으로 잡는 것은 잘못됐다’·‘시장원리를 무시했다’는 등의 비판은 전부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세금만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는 없지만, 세금 정책 없이 부동산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공급 증가 역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불붙은 상황에선 투기꾼만 만세를 부르게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에 등 돌리는 ‘노무현의 남자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였던 이정우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와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 교수는 이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각종 개혁적 경제정책을 입안, 추진하면서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좌파’라는 색깔론 시비의 단골 손님이었다.

한편 이 교수를 비롯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한미FTA 반대 움직임도 늘고 있다.

가장 먼저 한미FTA 반대를 선언한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에 이어 박태주 전 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출신들 이외에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 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도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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