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 발사, '자위적' 아니면 '자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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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0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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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는 북미 직접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북미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역시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한참 뒤에 북미 양자간의 직접대화가 성사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정치’가 효과가 있었다는 해석을 ‘사후적으로’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행위이지만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다”라며 평가절하 했고, 부시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의 실패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깎아 내렸다. 발사 이전에 “MD를 가동해 요격 한다”, “북폭을 해야 한다”는 등 소란을 떨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 이번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탄착 예상지(사진의 파란부분). 사진=위키백과
     

    미국의 이러한 모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대포동 2호’가 발사된 지 40여 초만에 동해상에 떨어진 것을 보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의 한계가 검증 되었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포동 2호의 실패가 연출된 결과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 기술적 결함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기술적 결함이든, 연출한 실패였든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출된 실패였다고 주장하는 측도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자 한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한 것은 북한 쪽이다.

    둘째는 소란스럽게 대처해 봤자 북한의 페이스에 휘말릴 뿐이고, 그동안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나서지 않아도 일본이 대북압박을 위한 국제포위망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초부터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핵, 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관심이 있는 것인가’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일부 인사들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면서, 북한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대포동 쇼크’

    반면, 대북제재를 위한 움직임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일본은 이미 만경봉호의 입항을 금지하는 등의 대북제재 조치를 실행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위해 유엔무대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비난하는데 동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5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항에 북일간 유일한 직항선인 만경봉-92호가 입항을 거부당한 채 외항에서 대기하고 있다.(니가타=연합뉴스)
     

    특히, 일본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93년 북한의 ‘노동미사일’이 일본은 사정권에 두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미사일은 일본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98년 8월 ‘대포동 1호’(사정거리 2200km로 추정)가 일본 영공을 통과해 태평양 위에 떨어지면서 일본은 전사회적인 ‘쇼크’ 상태에 놓였었다.

    이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그 종류도 다양해서, 단거리 미사일(사정거리 1,000km 미만)로 분류되는 스커드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사정거리 1,000km~3,000km)로 분류되는 노동미사일, 장거리 미사일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미사일’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남한 전역이지만, 중거리 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은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일본이 북일 정부간 대화에서 미사일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은 북미 미사일 협상에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 미사일’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미사일 발사 유예 연장’을 받아 냈었다.

    미사일이 발사될 즈음 평양에는 일본 기자단이 머물고 있었다.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슈의 전환’이, 북한이 노린 다각도의 정치적 효과 중에서 하나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이슈 전환’을 노렸다면, 이 또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언론들은 연일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를 톱기사로 다루고 있다. 미사일이 갑자기 납치문제를 앞서 정책의 우선순위로 나섰고, 납치문제는 뉴스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

    “대포동 발사는 MD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대북제재를 위한 발빠른 대응을 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MD(미사일방어)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3월말에 배치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미사일방어시스템, 즉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3기를 07년 중에라도 서둘러 배치할 방침 이다.

    또한, 방위청은 PAC3 최초 1기를 06년 말까지는 항공자위대 제1고사군 기지가 있는 사이타마현 항공자위대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그 후 07년 말까지는 제1고사군 소속 3개기지에 각각 1기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07년까지 PAC3 배치를 완료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 패트리어트의 AN/MPQ-53 레이더 세트.
     

    일본 정부의 조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사일방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 ‘부응’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사태’가 MD추진의 가장 강력한 명분과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가 초래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미일 양국은 미사일방어(MD) 미일 공동기술 연구 개시에 대포동 발사를 최대한으로 이용했었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를 결정한 것은 1998년 8월31일 ‘대포동 1호’의 발사가 결정적 변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방위청이 실제로 MD 미일 공동기술 연구 개시 방침을 결정한 것은 훨씬 그 이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MD 미일 공동기술 연구에 대한 정식결정과 발표는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였다. ‘대포동 쇼크’를 미일 MD 공동추진 정당화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 정부가 MD 미일 공동기술 연구 개시를 정식으로 발표하면서, 관방장관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에 항의하는 일본국 중의원 결의’를 일부러 인용했다. MD참여 결정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향후 일본에서 미일 MD 공동협력에 반론을 제기할 근거를 찾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일본의 보수계 언론들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를 계기로 일본의 방위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산케이>는 7월6일자 사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를 촉구하면서 시급히 ‘MD를 실전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산케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이었던 6월20일 사설에서 MD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MD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평화헌법의 무력화, 개정까지 효과가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정권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등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단, 02년 이후 요격실험에 성공하지 못해 실전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가 실패한 상황에서 다음달과 연말에 요격실험을 예정하고 있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도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는 07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에 미사일 방어 관련 예산을 전년도 대비 19% 증가한 104억 달러로 책정했다. “대포동 2호 발사는 미사일방어(MD)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는 견해가 미 정부 소식통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마이니치每日, 7월7일). 북한과 MD의 ‘적대적 공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위적 국방력 강화’, 멀고도 험한 길

    북한은 미사일 실험 발사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당한 군사훈련”이라고 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정치외교적인 의미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북한은 실제로 미사일 성능의 개량을 위해 미사일 실험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미사일 부품 및 기술은 북한 최대의 외화벌이 수단이다.

    또한, 실제로 북한이 군사적 측면의 억지력(deterrence)을 확보하기 위해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열세가 분명해진 90년대 들어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의 강화에 매진해왔고, 그와 동시에 미사일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재편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 개발의 욕구를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을 통한 ‘국방력 강화’, 즉 군사적 ‘억지력’ 확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사정거리 5,000km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12,0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발상자체가 무모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 목표가 달성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 패트리어트(PAC-2)를 개량한 패트리어트(PAC-3)가 03년 9월 경기도 수원 제43방공 포병연대에 배치됐다. (수원=연합뉴스)
     

    1998년 ‘대포동 1호’는 3단계 추진단계에서 실패해 태평양 위에 떨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탄두(북한에서 주장하는 대로 한다면, 인공위성)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은 아직 여기까지 다다르지는 못한 것이다.

    이번에 발사한 ‘대포동 2호’도 논란이 있지만, 발사된 지 40여 초만에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MIT의 안보전문가인 짐 월시는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아주 어려운 기술로 북한은 분명 이를 터득하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평가는 북한이 향후 10년 내에도 이를 완전 습득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서 무기로 사용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사일에 탑재되는 무기의 중량은 실제 탄두 무게의 3분의 1정도이다. 그런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탄두는 1톤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300kg-400kg 정도의 소형핵탄두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소형핵탄두를 개발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화학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서, 무기로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화학무기가 무기로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생화학무기를 저고도에서 살포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껏 생화학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사용한 예는 한번도 없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생화학무기가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도 생화학무기 공격은 대포를 사용한 것이었다.

    이처럼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앞날에는 여전히 멀고도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MD를 비롯한 무기개발경쟁이 초래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북한은 또다시 더욱 강한 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북한 스스로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추가적 상황 악화 행위 중단해야

    7월5일의 북한 미사일 실험 발사는 ‘불확실한 기대효과, 확실한 역효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또한 나름의 전략적 계산속에서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입장에서의 계산일뿐이다. 또 다른 미사일 발사 등 추가적인 상황 악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긴장조성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한국 정부는 쌀과 비료에 대한 대북 추가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북경협과의 ‘연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정보능력 부재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판단 지연, 늑장 대응 등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조치’를 통해 이를 만회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남쪽 정부의 운신의 폭마저 좁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 갈수록 냉정한 판단과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대북화해협력 정책’ 전체를 무산시키려고 하는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단순한 대화채널 이상의 ‘전략적 통로’의 역할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취함과 동시에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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