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논란,
가장 큰 수혜는 버스회사
근본대안 없는 요금인상·재정지원
    2019년 05월 16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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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도입으로 예고됐던 ‘버스파업’이 결국 요금 인상과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버스파업을 계기로 기대됐던 버스 등 대중교통 공공성 확대를 위한 논의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준공영제 도입 확대 가능성이 열렸으나 현재 서울에서 시행 중인 준공영제엔 폐해가 많아 완전 준공영제로의 전환이나 추가 입법 대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은 버스파업 돌입 전날인 지난 14일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전국 시내버스 중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 234개 사업장은 올 9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임금 하락이 우려된다며 동시파업을 예고했었다.

가장 이견이 첨예했던 경기도는 버스요금을 200원 인상하기로 했고, 충남과 충북, 세종, 경남에서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준공영제를 하고 있는 서울시는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추진 등으로 버스의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방송화면

근본대안 없는 요금인상·재정지원 확대
버스파업 논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버스회사

당장의 파업은 막았지만 임시방편으로 봉합만 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중교통에 재정지원 확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시대적 흐름인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될 때마다 파업 등 버스노동자와 버스회사 측의 저항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근본적 대안 없이 정부 재정지원 확대, 요금 인상 등의 대응을 반복하면 주 버스 이용객인 시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당정 발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버스회사다. 버스회사는 그동안 지자체의 재정 보전과 버스기사의 초과노동 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취해왔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버스회사는 자신의 어떠한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진보시민·사회단체 14곳의 연대체인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 네트워크는 지난 10일 논평을 내고 “현재 80시간 이상씩 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이 52시간만 운전을 하게 되면 새롭게 고용을 늘려야 한다. 애초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정신”이라며 “이렇게 늘어나는 인력의 부담은 현재 준공영제를 시행함에도 인사권 등 경영권을 전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사업자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초과노동시간으로 막대한 운영수익을 얻었다면 그에 맞게 적정인력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방적 요금인상 결정…시민 의사는 어디로?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하락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버스회사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정부는 1년 넘게 손 놓고 있다가 또 다시 땜질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14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52시간제를 버스에도 적용한다고 결론을 낸 게 작년 2월이었다. 1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정부가 아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파업 하루 이틀 몰리니까 이제 와서 이런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도 같은 날 논평에서 “이미 지난해 7월에 결정된 노동시간 단축 정부 정책이나 버스사업주는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방치했다. 사실상 오늘의 버스파업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도로 증설 대규모 토목공사 들어가던 돈을 대중교통 지원에 분배하는 등 근본적인 재정 구조 변화는 없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버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하며 “안전한 대한민국 위한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에 따르면, 국토부는 15조가 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수입 중에서 10조가 넘는 돈을 교통시설특별회계라는 재원으로 할당 받는다. 이 돈의 40% 가까이가 도로 증설에 사용되고,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은 단 하나도 없다.

이들은 “시민들이 휘발유를 사용하면서 내는 부담금을 대중교통 육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정부가 좋아하는 선진국의 일반적인 재정구조”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요금인상’으로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요금인상 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도 배제됐다. 애초에 버스기사의 임금을 수당 중심의 임금체계로 만든 것은 노조와 버스회사가 합의한 내용이고, 여기에 더해 요금인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세금을 내고, 요금을 내는 시민은 이 과정 어디에도 개입하지 못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국토교통부에서 작년 12월 ‘버스공공성 공동합의’를 내놓았을 때 이용자인 시민은 없었다. 인허가권을 가지지만 재정지원은 하지 않는 정부와 보조금으로 경영이윤까지 챙겨가는 사업자단체와 버스사업자 비리엔 눈을 감고 있는 특정 노동조합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놓고 이 3자가 그 책임을 이용자인 시민이 부담하라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명백하게 정부-지방정부-버스사업자-자노련 등의 요금인상을 위한 공모구조”라고 질타했다.

무턱대고 준공영제?

재정지원이나 요금인상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은 많지 않다. 문제는 인상된 요금과 세금으로 지원되는 재정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느냐”는 거다. 세금이 투명하게 쓰이는지, 요금인상은 적합한지 그 과정에 제기되는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준공영제의 문제와 연결된다.

서울을 비롯한 6대 광역시에서 하는 준공영제는 버스운송사업조합과 협의를 거쳐 표준운송원가를 결정하고 수익금이 이에 못 미치면 지자체가 재정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서울은 3천억, 다른 광역시도는 1천억원의 재정을 매해 버스회사에 주고 있다. 그 대신 지자체는 버스 노선조정권을 가진다.

문제는 이러한 준공영제가 사실상 버스회사 사용자의 부패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버스회사 사용자가 자신의 친인척을 서류상에 올려놓고 임금과 운영비를 추가로 배정해 횡령하고, 족벌경영을 하는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심지어 파업을 예고했던 특정 버스노조에서도 버스회사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시민운동 활동가인 하승수 변호사는 16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버스회사의 적자는 다 세금으로 보전해주는데 그 규모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3천억에 가깝고, 다른 광역 대도시도 1천억씩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다”며 “문제는 이 돈이 과연 적절하게 쓰이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 변호사는 “적자를 보더라도 대중교통과 관련해선 시민들을 위해 쓰이는 돈이라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그 돈 중에 상당수가 (버스회사 사용자에 의해) 횡령 된다든지 아니면 버스회사에서 친인척을 (가짜로) 고용해서 월급을 주는 것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은 준공영제인데 공공성에 따른 버스회사 관리나 통제는 잘 안 되고 원가에 따라서 수입만 보장해주는 식이라, 결국 버스회사 오너들이 비리로 자기 배만 불리는 행위를 하기가 너무 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현재의 준공영제는 업자들에게 유리한 준공영제다. 시민들에게 유리한 준공영제로 바꿔야 한다”며 “준공영제 하려면 노선입찰제 등 다른 대안들도 검토해야 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도 만들어서 투입되는 세금에 대한 관리감독도 방안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나 버스 공공성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는 그간 완전한 버스공영제를 요구해왔다. 서울시는 완전 공영제가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오히려 서울시의 준공영제가 완전 공영제로서의 진전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버스 준공영제는 공공성을 확장하기보다 오히려 버스 ‘완전공영제’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버스운수사업자들은 버스 준공영제로 우선 전환하고 난 뒤 이미 보장된 수익구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확인된 것처럼, 지자체 재정지원금으로 자본 규모가 커져 있기 때문에 버스완전공영제 전환에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이고, 버스운수사업자들은 전환에 더욱 거세게 반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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