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빈치 500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의 어제, 오늘
    [책소개] 『레오나르도 다빈치』(마틴 켐프/지에이북스)
        2019년 05월 04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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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5월 2일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공학자이자 발명가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서거 50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그가 숨을 거두었던 프랑스 곳곳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한 전시회와 강좌,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가디언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500주기를 맞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관련 좋은 책’으로 선정한 마틴 켐프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명저가 4월 27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마틴 켐프 교수는 영문명이 ‘Living with Leonardo’인 이 책에서 다빈치가 사후(死後) 50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이자 아이콘으로 숭앙을 받는 현상에 주목한다. 그리고 큐레이터와 예술품 중개인, 익명의 수집가들, 예술사학자 그리고 비전문가인 아마추어 ‘숭배자’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그를 두고 벌이는 논쟁과 비즈니스, 연구 등의 복잡계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Leonardo Da Vinci Industry)으로 정의한다. 사기꾼과 도둑, 미디어와 출판계, 미술관과 전시 관계자들이 한데 뒤섞여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와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50년간 몸담으며 겪었던 이야기들과 숨은 사연들은 흥미진진하다. ‘최후의 만찬’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고찰을 비롯해 아이즐워스 ‘모나리자’의 위작 판정, 최근 100년만에 새롭게 다빈치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유일한 두 작품인 ‘아름다운 왕녀’와 ‘살바도르 문디(구세주)’에 대한 감정 과정 그리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에 대한 비평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주제는 폭넓고도 다채롭다.

    50년이 넘도록 평생에 걸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마틴 캠프는 이를 통해 ‘이 시대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은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왜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거시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정작 왜 그렇게 유명한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 지 못하는 위대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 세계로 떠나는 여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나침판이 되어줄 것이다.

    ‘최후의 만찬’의 복원을 둘러싼 소동

    마틴 켐프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의 참화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50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안료가 떨어져 나가고 빛이 바래면서 원형의 모습을 잃어버린 ‘최후의 만찬’ 복원 과정을 상세히 추적한다. 그는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것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최후의 만찬’이 기존 프레스코화 기법과는 달리 실험적인 회화 기법이었던 템페라로 제작되었으며 이 때문에 더 손상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최후의 만찬’은 수차례의 복원 작업을 통해 오늘날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모습으로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이탈리아 미술 복원가 마우로 펠리치올리(Mauro Pellicioli)와 그가 이끄는 팀이 ‘최후의 만찬’ 복원을 진행하던 도중인 1943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은 폭격으로 인해 심한 타격을 입는다. 인류 역사를 놓고 볼 때 행운이었던 점은 폭격이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벽면을 장식하고 있던 ‘최후의 만찬’을 비켜 갔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가까스로 살아남은 ‘최후의 만찬’은 1977년부터 1999년까지 22년간 2차 복원이 진행되었다. 피닌 브람빌라 바르실론 박사(Dr Pinin Brambilla Barcilon)가 이끈 복원 작업은 ‘아트워치’라는 시민단체로부터 “원형을 파괴했다”라는 공격을 받으며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마틴 켐프 교수는 세계 미술사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최후의 만찬’ 복원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예술품 복원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모나리자’는 누구를 그린 것인가? 그리고 또 다른 ‘모나리자’ 진품은 존재하는가?

    세계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자로 존경받는 필자조차도 루브르 박물관 전시실의 방탄유리 뒷면 이중의 잠금장치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모나리자’를 직접 본 것은 2번밖에는 되지 않는다. 1994년 그가 처음 루브르 박물관 관장 피에르 로젠베르그와 함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전용 벽체에서 분리된 ‘모나리자’를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매년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는 수백만 명의 관람객들이 ‘모나리자’를 보지만 이 같은 감동을 같이 느낄 수 없는 점에 대해 필자는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레오나르도가 ‘모나리자’를 그리기에 앞서 여성의 인체 해부 소묘인 ‘위대한 여인’을 사전 준비 작업으로 그렸다는 새로운 주장도 내놓는다. 그는 레오나르도가 그린 ‘모나리자’가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아 당시 아름다움의 표본으로 상징되는 여상상을 담은 것이며 피렌체 상인의 아내였던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Francesco del Giocondo)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모나리자’에는 다빈치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지질학 및 수리학에 대한 연구 결과와 그가 자연을 바라본 관점이 녹아 있으며 단순히 ‘누가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었는가?’가 중요한 점이 아니라 그가 당시의 이상화된 여성상과 그녀가 존재하는 이상의 공간의 질서, 즉 우주와 자연의 법칙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바로 이 점이 ‘모나리자’를 불멸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바로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마틴 켐프는 이 책을 통해 1990년대 등장해 세계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제2의 모나리자인 아이즐워스의 ‘모나리자’가 다빈치의 작품이 아니라는 자신의 견해도 밝히고 있다. 1913년 처음 세상에 존재가 드러난 아이즐워스의 모나리자는 현재 스위스에 설립된 ‘모나리자 재단’에서 소유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작품의 감정 의뢰를 받고 이를 거절했다. 아이즐워스의 모나리자에는 밑그림을 수도 없이 바꾼 다빈치 작품 특유의 느낌이 전혀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모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다

    피렌체의 경제학 교수로 피렌체 문서 보관서를 수십 년간 연구한 학자이기도 했던 쥐세페 팔란티와 함께 마틴 켐프 교수는 다빈치의 어머니가 누구이며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쥐세페로부터 협업을 요청받은 마틴 켐프 교수는 2014년 7월 그와 함께 다빈치의 생가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피렌체에서 북서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빈치(Vinci)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모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다빈치의 생모인 카테리나가 15세의 고아 소녀였으며, 세르 피에로와의 사이에서 난 사생아가 바로 다빈치였음을 밝혀냈다. 이로써 카테리나에 대해서 흑인이나 노예 심지어 아시아인이라는 억측에 가까운 가설들은 무너져 내렸다.

    영국 공작이 도둑맞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2003년 8월 27일 영국 스코틀랜드 국경의 드럼랜릭 성에서 버클루 공작이 아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성모와 실패’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던 드럼랜릭 성에 관광객으로 위장해 침입한 도둑들은 대담하게도 안내원을 제압한 뒤 안전장치가 되어있는 그림을 도끼로 벽에서 강제로 떼낸 뒤 유유히 사라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 놓은 듯한 이 사건이 발생한 뒤 마틴 켐프 교수는 범인들을 쫓는 경찰들과 한 팀이 되어 작품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 작품이 도난당하기 전 영국 국립미술관 보존부와 공동으로 진행한 과학검사에 참여해 다빈치가 남긴 스케치의 흔적을 발견한 장면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존의 화면에서 서서히 버클루의 성모화의 밑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가 머리와 몸의 주요 윤곽선을 그리는 데 사용한 확고하고 단순하며 자신감 넘치는 선들을 볼 수 있었다. 얼굴 스케치에는 약간의 조작의 흔적이 있었다. (중략) 결과적으로 공작의 그림이 흔해 빠진 모사품은 결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넋이 나가서 조용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난 4년 만인 2007년 10월 경찰이 회수한, 진품으로 추정되는 ‘성모와 실패’를 17년 만에 다시 감정하며 저자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왕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미술시장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그러나 앞서 저자가 진품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밝힌 아이즐워스의 ‘모나리자’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들이 위작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소장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임을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이 책의 저자인 마틴 켐프 교수와 같은 석학과 권위자들로부터 검사를 받고 자신들의 작품이 ‘진품’이라는 승인을 받는 일이다. 아이즐워스의 ‘모나리자’를 비롯해 수많은 논쟁적 작품들에 대해서 위작 판정을 내리며 반대파와 위작 소장자들로부터 공격에 시달렸던 마틴 켐프 교수는 피터 실버만 부부로부터 2008년 3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이들이 저자에게 감정을 의뢰한 작품은 경매에서 19세기 독일 화파에 속한 화가가 그린 그림으로 약 12,000달러 정도에 가격이 책정된 그림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양피지에 그려진 이 그림은 조반니 시모네타가 루도비코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를 찬양하기 위해 쓴 책인 ‘스포르자다(Sforziada)’의 한 페이지에 포함된 다빈치의 작품인 것이 밝혀졌다. 마틴 켐프 교수는 바르샤바 도서관의 고문서실에서 ‘스포르자다’를 조사한 뒤 실버만 부부의 소장작이 바로 이 책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새로운 다빈치의 진품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속속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아름다운 왕녀’의 진품 여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마틴 켐프는 ‘아름다운 왕녀’가 다빈치의 작품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서 독자들은 다빈치의 작품의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기준에서 그의 작품이 판별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1만 달러짜리 그림에서 세계 최고가의 그림으로 변신:
    ‘살바도르 문디’의 발견과 비밀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인 ‘살바도르 문디'(구세주)가 4억5,030만 달러(약 5133억4,200만 원)에 낙찰되어 세계 최고가 그림의 기록을 갱신했다. 불과 60년 전인 195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이 그림은 다빈치의 제자 볼트라피오가 그린 것으로 판명되어 45파운드에 팔렸고 이후 미국에서 10,000달러에서 거래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이름,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 고유명사가 그림 앞에 붙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이처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저자는 ‘살바도르 문디’에 대한 감정 과정과 이 작품이 세계에 최초로 공개되게 된 배경을 상세히 들려준다. 그림에서 예수가 들고 있는 원형 크리스털이 우주를 상징하는 수정구임을 옥스퍼드 대학의 다른 컬렉션의 수정구와의 실제 대조를 통해서 밝혀내고 원래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배경 지식을 토대로 ‘살바도르 문디’에 나타난 세계관을 추적하는 저자의 실력은 날카롭다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든다.

    다빈치 코드의 허구적 구조: 암호를 해독하려는 사람들

    마틴 켐프 교수는 이렇게 다빈치의 작품들을 복원과 감식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포함한 음모론에 가까운 수준의 다빈치와 그의 작품에 대한 낭설들을 구체적인 근거와 연구 성과를 들어 반박한다. 그는 소설은 물론 영화로도 제작되어 기록적인 흥행 수익을 거두었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유사 역사를 다룬 소설에 불과하며, 그가 제시한 주장의 역사적 근거가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 외에도 의사 및 과학자, 역사 학도들이 주장하는 가설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작품 세계를 오독한 것임을 밝혀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50년 가까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에 종사해온 여정을 상세히 들려준다. 그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성모와 실패’ 등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는 물론 21세기 들어 새롭게 발견된 그의 작품인 ‘아름다운 왕녀’, ‘살바도르 문디’ 등의 분석과 연구, 감정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가 구입한 코덱스를 디지털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의뢰로 진행했고, 영국 내셔널 갤러리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등에서 개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관련 전시회의 기획자인 동시에 큐레이터로도 활동해 왔다. 그러기에 가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미쳐서 50년을 산 학자인 마틴 켐프 교수가 연구 성과를 모은 학술 서적이 아니라 최초로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와 뒷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 책은 다빈치학(學)의 보고(寶庫)인 동시에 다빈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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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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