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한미 FTA '묻지마 찬성 분위기' 걱정된다
        2006년 07월 05일 06: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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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이 한미FTA 추진과 관련 “과연 참여정부 내에서 한미 FTA가 성공할 수 있은 것인가 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대선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 일정상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솔직히 1년이나 1년 반만 일찍 시작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주관, <한미FTA 저지 금융부문 공동대책위> 주최로 4일 증권예탁결제원 강당에서 열린 ‘한미FTA금융시장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우제창 의원은 “한미FTA가 대외협상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대내협상으로 국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의 준비가 소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우 의원은 여당 제3정조위원장(재경.정무)을 맡고 있는 경제통으로, ‘FTA 체결지지 의원모임’ 일원으로 활동하며 한미 FTA 체결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왔다.

       
     ▲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
     

    우 의원은 “한미 FTA에 적극 찬성한다”고 전제한 후, “현 FTA 협상에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비롯해 한미FTA 반대여론과 관련, 우 의원은 “협상의 초기단계에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실물보다 걱정이 커 있는 것”이라면서 “사전 의견 수렴과정에서 조정 작업을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국민적 합의, 이해집단간 조정을 부단히 할 것이지만 어렵고 지난한 문제”라면서 “정부는 (지금도) 일방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 구성된 한미FTA특위와 관련해서도 “특위 활동이 협상에 직접 압박을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면서 “국회 차원의 협상 견제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재경부,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은행연합회, 학계 등의 한미FTA 찬성론자들과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금융부문 공동대책위 측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함께 참석, 금융개방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토론했다.

    정부의 금융협상 TF팀장인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이날 ‘한미 FTA 금융서비스 협상경과 보고’를 통해 “당초 우려와 달리 극히 제한된 업종에 한해서만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고 신금융서비스도 미국 측이 대단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여부를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제윤 심의관은 “물론 합의한 것은 없다”고 전제한 후 논란이 큰 ‘신금융서비스’와 관련 “상업적 주재가 있을 때만 하도록 하고 금융감독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신금융서비스’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역시 “한미FTA와 상관이 없다”면서 “원래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FTA 찬성측 발제자로 나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두용 실장은 “금융개방은 트레이드를 증가 시켜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증가시킨다”면서 한미 FTA 추진이 금융시장 발전에 긍정적임을 강조했다. 또한 자본 자유화 우려와 관련, “자본자유화, 금융서비스 자유화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한미FTA 협상에 따른 ‘상업적 주재’ 자유화에서 자본자유화와 금융서비스 자유화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양두용 실장은 “국내 금융 서비스 기관의 국제경쟁력이 매우 열악한데 선진금융기관의 국내 진출 유도가 국내 금융규제를 정비하고 국내 금융감독을 선진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경험하지 못한 것 금융규제를 통해 금융감독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FTA 반대측 발제자로 나선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오히려 우리 금융감독당국의 시스템 미비와 준비 부족에 따른 위험이 한미FTA에 따른 금융시장의 개방 충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미FTA 금융 서비스 협상은 미국 금융자본의 한국진출 가속화라는 대외적인 위험 이상으로 협상 내용을 국내경쟁시스템으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 시스템의 비정확성, 준비부족에 따른 대내적 위험이 더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위험요소로 김 교수는 ▲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의 핵심인 자산운용업에 따른 펀드에 대한 졸속 규제완화 ▲자본시장통합법에 의한 증권사, 보험사의 지급결제업무 허용 확대로 은행의 지급결제기능 안정성 위협 ▲민간 의료보험상품 공급 확대를 통한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충격 ▲사후 금융감독, 사법 절차도 미비한 가운데 사전 금산분리 원칙마저 훼손할 우려 등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방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한미 FTA 추진 등 개방 확대의 주장 논거 중 하나인 ‘국내 노력만으로 사회 발전 추동이 어려울 때 해외 개방을 통해 국내 개혁의 추동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국내 개혁이 아무런 성과도 낳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국내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돌파하는 결정적 계기로 개방의 충격을 주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개방의 충격 요법’이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3년 전 동북아 금융 허브의 환상을 심어줬다”면서 하지만 “외환보유고의 일정부분을 투자하겠다고 만든 KIC(한국투자공사)가 아무 성과도 없고, 론스타에서 보듯 세금포탈, 불법, 소비자보호 등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는 등 노무현 정권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한쪽으로는 협상을 하면서 한쪽으로는 한국 금융에 대한 청사진과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주관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토론을 주관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미국은 2월부터 이해당사자와 한미 FTA 준비를 해왔는데 우리 국회는 원론적 수준에서 ‘묻지마 찬성’ 분위기”라며 우려를 밝혔다. 또한 “국회가 대외협상에 대해 단 한번도 정부의 사전 보고를 받거나 검증을 해본 경험 없다”면서 “정부는 대내 갈등에 밀어붙이기식이고 국회는 사후 거수기 역할만했다”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미국측 협상초안문은 구체적이고 공격적인데 반해 우리는 개방에 수세적인 내용으로 우리 측의 금융서비스 개방 목표, 쟁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우려 있는 점에 대해서만 방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개방과 관련 심 의원은 “IMF 이후 금융 총괄적 평가 속에서 금융 개방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금융감독 문제, 속빈강정이 된 소비자보호법, 신금융서비스, 포트폴리오 투자, 노동시장 유연성 주장 등 다양한 우려점을 지적하며 “지금까지 추진과정을 볼 때 말만으로 극복이 안된다”면서 “한미 FTA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 역시 “협정문 초안 이후에는 기본틀과 관련된 내용은 바뀔 수 없고 연기, 유보 차원만 남아있는 게 아니냐”면서 “이날 토론도 너무 늦은 사후 약방문식 논의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특히 “일부 학계에서는 민간의료보험, 생명보험 등 보험에 핵심 쟁점이 담겨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 측에서 이와 관련해 (대내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를 줘야 반대 차원을 넘어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또한 한미FTA의 금융개방에 따른 우려로 “자산적 개인주의가 사회전역으로 확산돼 기업별 노조체제 하에서 연금 수익성 경쟁 격화로 노동자들간 연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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