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한나라당 집권? 쉽지 않겠어요
    By
        2006년 07월 04일 04:52 오후

    Print Friendly

    “약자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는 한나라당이 되어야 합니다.” 6년 전 민주노동당 창당대회가 열렸던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거 합동연설회에 앞서 한나라당 김영선 대표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입은 파란색 티셔츠만 보이지 않았다면,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의 행사라 착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나라당 진짜 변한 건가? 반가운 정형근의 객쩍은 발언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일자리 없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한나라당에 표를 준 것입니다. 이제 한나라당도 변해야 합니다. 부패 이미지, 수구 이미지, 재벌 이미지를 저 이재오가 날려버리겠습니다. 골프채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서민의 대표가 되겠습니다. 서민들이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 사진=한나라당 홈페이지
     

    이재오야 민중당 출신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권영세가 “버릴 건 버리고 변할 건 변하자. 변화와 개혁을 이루자”고 거들고, 강재섭마저 “한나라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상상력이 가능한 정당을 만들자. 따뜻하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이 되자”고 외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한나라당이 진짜 변하는 건 아닌지 헛갈린다.

    물론 우리의 정형근 검사께서는 “나랏일에 북한이 사사건건 참여해서 참여정부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칼을 들이댄 깡패 뒤에 북한 공작원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라는 둥의 객쩍은 소리를 해댔지만, 본인 스스로도 인기성 발언 정도로 생각하는 듯이 보였다.

    “김정일이 그런 말을 했답니다. 남조선 4,500만 중 제일 빨리 죽어야 할 놈이 정형근이라고 .”라는 말에도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분노하지 않고 재밌어들 한다. 이방호만이 “서해교전… 강한 나라… 선조들의 피” 같이 자극적인 연설을 했지만, 여덟 명의 후보 중 가장 적은 박수를 받고 말았다.

    이념은 간데없고 권력 깃발만 나부껴

    80년대에는 전조등만 보면 현대차인지 대우차인지를 금방 구별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모두 네모, 대우차는 모두 세모 모양 전조등을 달고 나왔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현대차는 대우차를, 대우차는 현대차를 닮아가더니 차 껍데기만 보고는 어느 회사 차인지 도통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열린우리당은 중산층에게 안정 이미지를 주려하고, 한나라당은 개혁 이미지로 치장하려 몸부림친다. 그래서 강금실, 오세훈이 나왔던 모양이다.

    이념이 사라졌으니, 권력밖에 더 있겠나. 여덟 명의 후보 모두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자신이 적격이라고 나선다. 이재오는 “대선 승리, 강한 대표‘라는 구호를 한총련 학생들 식으로 외치고, 강재섭은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을 거론하며 “정권교체에 몸 바치기로 했습니다. 여러부~운”이라고 흥을 띄운다. 이규택은 대선에서의 수도권 득표를, 강창희는 대선에서의 충청권 득표를 자신한다.

    정형근은 자신이 대선 전문가라고 자처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선은 다릅니다. 대선은 국민의 미래에 대한 선택입니다. 앞으로의 비전과 시대정신이 중요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2007 대통령선거 필승의 전략가’라는 정형근의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미래와 비전’보다는 안기부 차장의 공작 정치가 떠오른다.

    이재오와 강재섭이 재킷을 벗어 제친 것을 비꼬며 “저도 앞의 두 남자 후보들처럼 벗으라면 벗을 수 있습니다. 벗을까요?”라는 3류 코미디로 말문을 연 전여옥은 날 것 그대로의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저들은 목숨 걸고 정권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저들로부터 빼앗아 와야 합니다. 저들의 진지를 공략해서 허물어뜨려야 합니다.” 남성호르몬 과잉증 환자가 아닐까?

    “저도 벗을까요?” 3류 코미디언 전여옥

    과연 한나라당이 대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역도경기장의 모습만 보자면, 한나라당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만장하신 청중’들은 메이데이 데모에 동원돼 나온 조합원들처럼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다 용케 박수칠 곳을 찾아 박수치고 연호하다가는 곧 제 할 일에 빠져든다.

    일당깨나 받았을 아줌마들이 ‘오버’해서 연호하면, 주변 사람들이 웃으며 끌어 앉힌다. 여의도광장 대선 유세장을 메웠던 열기를 요즘 세상에 재연하는 것은 끔찍한 일일 테지만, 역도경기장의 한나라당 대의원들에게서는 이렇다 할 열정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면 어떻고, 열린우리당이면 어떻겠는가, 삶에 미칠 아무 정책 차이가 없는데.

    한나라당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둘째 이유는 도대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라는 단 하나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두 시간을 허비하며 알게 된 비밀은 ‘좌파 정권’에 대한 그들의 분노가 가학증보다는 피학증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했던 그들은 대만 국민당이나 일본 자민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멸하고 있었다. 이제 한나라당의 집권은 한나라당의 집권이 아닌 보수정당 1.1버전에서 1.2버전 정도로의 교체가 아닐까.

    박근혜 대표께서 제가 참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하셨어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음에도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진정한 이유는 한나라당이 박근혜라는 한 사람의 자연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정형근은 “박근혜 대표께서 정형근은 참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낯 뜨거운 말을 해댄다.

    전략가인 정형근은 모르고 있지만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맹탕’을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거친 드잡이질과 난타를 초보 정치인 박근혜가 견뎌낼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전은 깡패의 칼질이 아니라 포병부대의 집중사격에 가까울 텐데…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