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 최장기 투쟁 사업장
    콜텍 노사, 교섭 최종합의
    “우리는 자본의 노예도, 종도 아니다. 한 명의 인간이자 이 땅의 주인"
        2019년 04월 23일 03: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국내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었던 콜텍 노사가 23일 조인식을 열고 전날 마련한 잠정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콜텍 노사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콜텍 교섭 합의 조인식을 열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사는 회사가 13년 전인 2007년 일방적인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노동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마련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콜텍 해고노동자 중 3인에 대해선 내달 2일부터 복직시키고 같은 달 30일 퇴직하기로 했다. 다만 해고기간의 임금 등을 지급하진 않기로 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노조는 복직을 위한 집회나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고 노사 상호 간 제기했던 민·형사·행정상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조인식에 참석한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콜텍 합의가) 노사 관계 전진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국내 콜텍의 이번 사례를 교훈삼아 인도네시아에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영호 콜텍 사장은 “세 분이 13년간 길거리 생활을 하며 가정에 못 돌아갔다.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생활을 하고 건강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인근 지회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사장(사진=콜텍 공대위)

    흰 한복 입은 이가 단식농성을 진행한 임재춘 조합원

    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단체들은 조인식 후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지난 13년은 가정과 꿈, 내 삶을 버려야 했던 세월이었다”면서 “더 이상 잘못된 정리해고로 10년 이상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13년의 세월을 있게 한 것은 이 나라 법원”이라며 “대법원이 제대로 판결만 했다면 이 투쟁은 2012년 2월에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희한한 판결을 하면서 우리는 7년의 세월을 더 견뎌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행해지는 정리해고 중 긴박한 경영상 사유에 의해 행해지는 정리해고는 단 한 건도 없다”며 “단지 비싼 값에 기업을 팔아먹고 정규직을 정리해고해 그 곳에 비정규직을 채용해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해지는 정리해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자본의 노예도, 종도 아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자 이 땅의 주인이다. 이제 자본의 이윤만을 대변하는 정리해고제는 폐지돼야 한다”며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해고 요건만이라도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더 이상 잘못된 정리해고로 10년 이상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생겨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노동 통해 자신 삶과 꿈을 이뤄가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 임재춘 조합원은 “기타밖에 만들 줄 몰랐는데 지난 13년이 어떻게 흘러간지 모르겠다. 어릴 때 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이런 세상에서 살지 않길 바라며 내가 한 단식과 파인텍의 고공농성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봉 조합원은 “많은 사람들이 13년 투쟁에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느냐 물어본다. 13년 동안 어렵지 않은 적 한 번도 없었다”며 “13년 투쟁하는 동안 고생했던 가족들과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4개월 간 최선을 다해 교섭했지만 상대가 있다 보니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다”며 “하지만 박영호 사장이 정리해고 13년에 대해 깊은 유감 표명하는 내용 담았고, 복직 기간은 짧지만 노동자가 명예롭게 회사를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아직도 금속노조엔 투쟁 사업장이 30여 곳이나 있다.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3년 간 싸움은 (콜텍 해고노동자) 세명 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집해위원장은 박영호 사장을 향해선 “거짓 정리해고에 대해 ‘깊은 유감’ 네 글자가 아니라 평생 두고두고 참회하며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왔던 차광호 파인텍지회장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콜텍 노동자들의 13년 투쟁의 결실이 “노동자가 주체로서 세상을 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타를 생산하는 악기업체 콜텍의 노동자들은 13년 간 복직 투쟁은 박영호 사장이 2007년 물량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빼돌리고 한국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면서 시작됐다.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 1·2심 재판부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으나 2014년 6월 양승태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재판거래’에 의한 판결이라는 사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