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아파트 방화·살인 참사,
정신보건 시스템 관리 부실 문제 지적돼
수사당국, 보건당국, 교정본부 등 데이터 공유 필요
    2019년 04월 18일 0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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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인 안 모씨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모두 13명의 사상자를 만든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앞서 7차례 주민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경찰을 질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신보건 당국의 부실한 시스템 문제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안 모 씨는 지난 17일 오전 4시 29분경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 4층 자신의 집 주방에서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른 후, 계단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기다렸다가 준비해놓은 흉기 2자루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3학년 등 10대 여학생 2명과, 50대·60대 여성, 70대 남성 등 5명이 치명상을 입고 숨졌고 13명이 다쳤다.

진주경찰서는 18일 현주건조물방화·살인 혐의로 안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주민들은 안 씨가 이웃 등과 갈등을 빚어 올해만 7차례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안 씨의 조현병 증상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안 씨 집 바로 위층에 살다 흉기에 찔려 숨진 18살 최 모 양은 평소에도 안 씨에게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와 최 양 가족들이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안 씨를 입건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며 최 양 가족에게 CCTV 설치를 권유했다고 한다.

안 씨는 지난 1월 진주시 모 자활센터에서 직원 2명과 시비 끝에 폭행해 기소되기도 했으나, 이때도 경찰은 안 씨의 조현병 병력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수차례 주민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경찰에 대한 비판이 높다. 정부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범인은 오래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고 불행을 막을 기회도 있었다고 하는데,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 없었는가, 돌이켜봐야 한다”면서 (경찰 행보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번 사건은 정신보건 당국의 시스템 부실에 의한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 관련 정보 열람권 주지 않고,
경찰에게 위험 예견하라고 요구···경찰에게만 책임 묻기 어려워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안 씨의 정신병력이 정신과적인 증상 중에서도 위험한 유형에 속한다는 걸 몰랐다면 (경찰이) 경계심을 갖지 않고 주민들의 민원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과적인 어떤 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면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정보 열람권을 주지 않고 경찰한테 위험을 예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범죄심리분석관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배상훈 교수는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주민들의 거듭된 신고에도 경찰이) 재물손괴 정도로, 사소한 시비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었던 건 경찰청 수사 데이터에는 안 씨의 (정신병 치료 관련) 데이터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씨가 조현병 등의 치료를 받았다는 자료는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경찰과 이 자료가 상호교환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안 씨가) 어떤 성향인지, 어떤 폭력성을 가졌는지 경찰은 전혀 모른다. 단지 몇몇 신고됐다. 그리고 교도소를 한두 번 갔다 왔다 정도밖엔 나오지 않는다”며 “그 데이터가 수사자료 데이터와 직접적으로 연동이 돼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아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병 자체가 폭력범죄 원인 아냐,
관리 제대로 못하는 부실한 정신보건 시스템이 문제”

두 전문가 모두 정신보건 당국의 부실한 시스템이 사건을 키웠다고 지목했다.

이 교수는 “정신보건 시스템의 구멍이 제일 큰 문제로 보인다”며 “(정신보건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 ) 대다수는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조현병 자체가 폭력 범죄의 원인도 아니다”라며 “문제는 관리를 못하는 부실한 시스템”이라고 거듭해서 비판했다.

그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분명함에도 3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해 정신병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지역 사회 정신보건센터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안 씨는 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원을 했던 적도 있는데 진주시 보건센터에서는 이 사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어째서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는 이 사람의 존재가 지역 사회에서 위험을 계속 유발을 하는지를 파악조차 못했나”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과 보건당국, 교정본부 등에서 정신병력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의 필요성도 나온다.

배 교수는 “(안 씨 범행의) 전조증상이 분명히 1년 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나, 정신보건증진센터에서 몰랐던 이유는 기관 간에 연동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책임 주체, 권한, 예산, 인력을 갖고 싸웠기 때문에 결국에는 시민들이 이 피해를 본 것이다. (시스템만 갖춰져 있었다면) 분명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소한 이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데이터를 수사당국, 즉 범죄예방 당국에서 공유해야 한다. 법적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실제 출동하는 경찰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법적인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줘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사회 보건센터에도 실질적인 권한을 줘서 어떤 형태로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찰보단 안 씨에 대한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법무부의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 교수는 “안 씨는 치료감호소 갔다 온 다음부터 더 큰 폭력성을 보였다.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는) 왜 안 씨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나. 작은 폭탄이 큰 폭탄이 됐다”며 “(법무부는) 적어도 이에 대한 해명은 내놔야 한다”며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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