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온 국민이 5년 전 그 날을 기억하며 추모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든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부천시 소사구)은 참사 5주기 하루 전날인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 먹는다”는 글을 게시했다.

차 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부천시 병(소사구) 지역구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또한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떨어버리려는 마녀사냥”이라고도 주장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도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 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리며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두 전·현직 의원은 현재 문제의 게시글을 삭제했다. 차 위원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모든 방송 출연 등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전·현직 의원의 망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세월호 유가족, 피해자 분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고, 황교안 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세월호 관련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에 당 대표로서 진심어린 사죄의 말을 드린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차 위원장과 정 의원의 징계 논의를 위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징계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을 했던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여론의 비판이 잦아들면서 징계 처리하지 않았다.

세월호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차 전 위원장에 대해 즉각 고소, 고발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왼쪽부터. 방송화면)

여야 모두, 당 제명 촉구…정계은퇴 요구도
“차명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엽기적 저주 발언을 개혁인양 착각마라”
“노이즈 마케팅? 지옥에서도 반기지 않을 악행”

정치권에서도 여야 불문하고 “정계를 떠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권에서 이런 소재로 정당의 공식 논평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 수준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며, 당 지도부에 정진석 의원과 차 위원장에 대한 제명을 촉구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의 극악한 망언은 가히 엽기적”이라며 “비인격적인 폭탄 발언과 거침없이 막 나가는 엽기적 저주 발언을 개혁인 양 착각마라”고 비판했다.

노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인간이길 포기한 차명진 전 의원은 유가족들에게 사죄하고 참회하며 남은 인생 조용히 살아가라”고 덧붙였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처럼 몰상식한 폭언을 쏟아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로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이것이 진실인데도 차명진 전 의원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차명진 전 의원이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모든 망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며 “또한 황교안 대표는 차명진 전 의원을 당원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그 악의가 너무도 지독하여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더 기가 막힌 것은 차명진 전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그 같은 망언을 내뱉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글을 올린 의도와 시점이 너무 노골적이니 오늘의 사과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추정이 맞다면 지옥에서조차 반기지 않을 악행”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벌레가 들끓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도 개탄스럽다”며 “차 전 의원은 그 따위 참혹한 막말을 내뱉고도 대명천지를 무사히 거닐 수 있는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임에 항상 감사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도 “사람죽여놓고 곡소리한다고 욕하는 모양새”라며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 존재는 자유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자유한국당,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도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이번의 막말 사태는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후과를 극명히 보여주는 일”이라며 “말 같지 않은 말에 흔들리지 말고 전면재조사와 재수사, 책임자 처벌을 더욱 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