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을 디딤돌로!
[행복칼럼] 하나의 성공은 여러 실패 경험이 모여서 이뤄진 것
    2019년 04월 16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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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학창 시절 수많은 학용품에 쓰여 있었기에 친숙하기 그지없는 격언이다. 실패가 성공을 낳아주는 어머니라는데도 어느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

하기야 실천하기 어려우니까 격언이 되었겠다 싶다.

나도 최선을 다해(!) 실패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살았다. 돌이켜 보니 학창시절 시험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답을 열심히 맞춰보는 친구들과 달리 절대로 답을 맞추지 않았다. 낙천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오답을 썼을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회피였다.

중학교도 시험을 치고 들어갔으니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논문자격 시험까지 포함하여 꽤 많은 시험을 치룬 셈이다. 딱 한 번 떨어져 봤다. 운전면허시험에서.

젊어서는 낙방 경험이 없는 걸 은근 자랑으로 여겼다. 세월이 흘러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실패 경험이 없다는 건 소극적인 태도로 살았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씁쓸했다. 잘 하지 못 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안전빵으로 살아온 내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또다른 모습은 남에게 요청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이다. 거절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일 뿐 나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존재를 거부당한다고 여기면 당연히 고통스럽다. 그 고통이 싫어서 요청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는 요청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일들이 요청되지 않은 채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에는 아들과의 재미있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네 살짜리 아들이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fail’이 뜨자 좋아하더란다. 의아해진 아버지는 fail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묻는다. “응, 아빠, 실패라는 뜻이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에게 재차 묻는다. “그러면 실패가 무슨 뜻인지는 아니?”, “그럼, 아빠. 다시 하라는 거잖아”

네 살 먹은 아이와 달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시도하기를 망설이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실패와 실패자를 동일시하는 생각이 도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비록 한 끗 차이지만 두 단어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한 번 실패? 다음 번엔 성공할 수 있지. 한 분야에서 실패? 다른 분야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

반면에 실패자란 정체성의 일종으로, 재기를(再起) 어렵게 하는 낙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을 실패자로 인식하면 다시 도전하기 어렵고 그 결과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 익숙한 것, 아는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을 추구하지 못 하므로 구태의연하고 수동적인 분위기가 계속 되고 잘 해야 그 자리 보존, 대개는 점차 뒤처지게 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이루어낸 경제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안전장치는 허술하다. 패자부활전이 있는 운동경기와는 달리 한 번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면 만회하기 어렵다고 느끼기에 제도권 안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산다. 자녀들에게도 갖고 태어난 소질을 잘 펼칠 수 있는 일을 권유하기보다 안정성이 확보된 직업을 강력 권유한다. 이래저래 실패를 싫어하는 분위기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만연)하면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성공을 탄생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핀란드 실패의 날 행사 모습

놀랍게도 실수나 실패를 자랑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는 2010년 10월 13일 ‘실패의 날’(Day for Failure)을 처음 개최한 이후 매년 행사를 한다.

핀란드가 ‘실패의 날’을 선포한 것은 절박한 이유 때문이었다. 사회는 노령화되어 가는데 제조업 관련 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표 기업인 노키아까지 실패로 몰락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심한 침체상황에 빠졌다.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벤처 창업 같은 새로운 도전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벤처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도전과 실패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었다.

한 대학교의 창업 동아리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실패의 긍정적 측면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로 대박을 터뜨린 로비오(Rovio) 엔터테인먼트가 사실은 자그마치 51번의 실패를 겪으며 파산 직전까지 갔던 사실, ‘해리 포터’ 원고가 무려 12개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이야기, 빌게이츠가 처음 차렸던 회사의 실패담 등이 소개되었다.

하나의 성공은 여러 실패 경험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기 위해 실패의 날을 제정한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나라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핀란드를 롤 모델로 삼고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에도 실패를 공개하는 사례가 있다.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다가 실패했던 경험 덕분에 포스트잇을 탄생시킨 다국적 기업인 3M은 실패 경험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세미나를 열고 실패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다.

‘실리콘밸리의 정상회담’으로도 불리는 페일콘(FailCon: 실패 콘퍼런스)에서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에 관계하는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모여 실패 경험을 공유한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페이팔의 맥스 레브친 등 굵직한 글로벌 IT기업의 창업자들이 참여했었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멋진 실패에 대해선 상을 주고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수용한 일본 혼다자동차는 직원이 기술 개발에 실패해도 그 원인을 찾아내면 상을 주고 그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는 실수한 연구원에게 실패 상금을 수여하면서 멋진 실패에 대한 격려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도전에는 많은 경우 실패가 따라온다. 사람들은 시도하고 나서 바로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포기한다. 하지만 실패 한 걸음 뒤에는 성공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류 역사상 실패를 제일 많이 한 사람 중에 하나는 발명왕 에디슨이다. 그가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한 백열전구를 세상에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불을 발견한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인류가 두 번째 불을 발견한 것이라고 칭송하였다.

에디슨은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전구를 완성했을까? 무려 1,200번 이상의 실패 후에 이룬 성공이었다. 그런 그가 말했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다수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모른 채 포기한 이들이다.”

실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실패학’에서는 ‘필요한 실패’와 ‘있어서는 안 될 실패’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요한 실패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필연적으로 겪는 성장과정이지만, ‘있어서는 안 될 실패’는 이유를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패를 말한다. 에디슨은 발명왕인 동시에 ‘필요한 실패’의 왕이었던 셈이다.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머지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실패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실패는 피해야 할 걸림돌이 아니다. 어쩌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디딤돌이다.

전 세계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을 사로잡은 해리 포터는 13번째 출판사가 겨우 받아들인 덕에 어렵사리(가까스로) 세상에 나왔다. 저자인 조앤 롤링은 하버드대학 졸업축사에서 자신의 실패 경험을 기꺼이 나눔으로써 깊은 울림을 준다.

그녀는 실패를 통해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했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벗겨낼 수 있었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했다. 실패했기에 모든 열정을 가장 소중한 한 가지에 쏟아 부었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실패를 겪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자신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얻었다고 했다.

조앤 롤링은 스물한 살로 돌아간다면 젊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삶이란 무엇을 얻고 성취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중략)
삶은 힘들고 복잡하고 우리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 조앤 롤링의 하버드대 졸업축사 중에서 –

당신의 상처를 지혜로 바꾸세요.
당신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상처받을 것입니다. 당신은 실수를 저지를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실패라고 부르겠지만 저는 실패란 신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실례합니다. 당신은 잘못된 길로 들어섰군요.” 하지만 그것은 그저 경험일 뿐입니다.

– 오프라 윈프리 웨슬리대 연설 중에서 –

필자소개
주혜주
20년 가까이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병동 간호사 및 수간호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정신간호학)로 재직. 저서 및 논문으로 심리 에세이 ‘마음 극장’ “여성은 어떻게 이혼을 결정하는가”“ 체험과 성찰을 통한 의사소통 워크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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